사진가 하이선, 모델 이혜승은 보는 시선과 보이는 시선에 노출된 사람이다. 그런 그녀가 휘둘리지 않고 단단하게 자신을 지킬 수 있는 이유는 틈틈이 정리하고 비우기 때문. 그녀가 촬영한 사진은 오후 4시의 한강. “기후 위기를 느끼면서 환경에 관심이 많아졌어요.” 사회적 이슈에 대한 관심은 그녀가 앞으로 펼칠 작업들을 더욱 궁금하게 한다.
“사랑하는 꿍수니와 집에 누워 있을 때 가장 편안해요.” 런던에서 활발히 활동하던 모델 박경진은 코로나19 이후 서울로 돌아와 고양이 꿍수니와 깨 볶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무한 반복된 ‘인생네컷’ 촬영. 꿍수니의 축 늘어뜨린 긴 팔다리와 무심한 표정, 유연한 몸짓은 집사 박경진의 모습을 꼭 닮았다.
3D 아티스트 오세애는 가상세계를 패션 화보에 녹인 작업을 함께하며 〈엘르〉와 인연을 맺은 아티스트다. “아바타의 가상 여행이 코로나19가 끝난 후엔 진짜 여행이 됐으면 좋겠어요.” 최근 그녀는 마음이 지치고 힘들 때 여행하며 찍은 사진에 자신의 아바타를 합성해 ‘타임 워프’를 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가 김형식은 변화의 시점에 이르자 베를린으로 향했다. 도시 특유의 황량함과 사람들이 가진 예술에 대한 태도에 호기심을 느낀 것. 〈엘르〉와 함께한 루 드와이옹, 카를라 브루니 촬영 등 줌으로 진행된 촬영은 그가 있어 가능했다. “많은 사람 사이에서 유독 눈에 들어왔어요. 제가 베를린에서 받은 느낌을 가지고 있는 사람 같았죠.” 여전히 그곳에서 새로움을 찾고 있는 그는 템펠호프 공원에서 모델을 섭외해 촬영했다.
김예진은 스타일리스트와 콘텐츠 디렉터 일을 하며 ‘안 되는 것도 되게 하라’는 마음으로 살았던 서울을 벗어나 제주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사진은 서울에서 돌아와 마지막 바다 수영을 하러 간 날이에요.” 촬영이 있을 때마다 누구보다 먼 통근 거리를 왕복하고 있지만 반려견 도토리, 남자친구와 함께 서귀포 바다에서 뛰어놀다 잠이 드는 행복한 순간을 놓칠 수 없다고.
지난 〈엘르〉와의 인터뷰에서 “언젠가 동양 남자 모델 최초로 샤넬 쇼에 서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던 신인 모델 최현준. 그는 생 로랑 컬렉션으로 해외 쇼에 데뷔한 후 2022 S/S 우먼스 패션 위크에 참여하기 위해 또다시 파리를 찾았고, 〈엘르〉에 안부 사진을 보냈다. 캐스팅에 대한 불안과 걱정은 잠시 내려놓은 해맑은 얼굴로.
서울, 무안, 제주를 오가는 모델 박세라에겐 세 도시 모두 쉬러 가기만 하는 곳도, 일만 하러 가는 곳도 아니다. 서울엔 동료들이, 무안엔 부모님이, 제주엔 사랑하는 사람이 있기 때문. “우리 얼른 함께해야겠다. 헤어지기 너무 싫다.” 그녀는 장거리 연애에 더 애틋한 마음을 담아 남자친구와 찍은 사진을 보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