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롭트 블라우스는 H&M. 베스트는 Nueahmik. 팬츠는 Theloom.
조혜진 작가의 작품 사진을 커버로 활용한 EP, 〈Drive〉.
지난해 선보인 정규 3집 〈헤븐〉에 이어 1년만의 EP에요. ‘외로워’와 ‘너만큼’은 뮤직비디오가 공개됐고요
네 곡만 수록된 앨범은 처음이에요. 다른 두 곡 ‘Drive’와 ‘레슬링’ 영상도 공개될 예정이고요. 네 곡뿐이다 보니 각각의 곡을 잘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각 영상에서 곡끼리 자연스러운 연관성도 생겨서 굉장히 마음에 들어요.
조혜진 작가의 작품 사진을 그대로 사용했는데 기본 도형인 정육면체인데도 투시가 조금씩 맞지 않아요. 오브제 네 개의 텍스처도 다르고요. 유기적이지는 않지만 어딘가 이어져 있는 이번 앨범의 네 곡과 잘 맞는 것 같아 선택했어요. 운명처럼요.
영상 속에 나오는 서울의 밤 골목, 편의점은 김사월이 생각하는 외로움을 상징하는 풍경인가요
벽과 건물로 이뤄진 도시 풍경이 사람들을 분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또 도시에서 외로운 사람들끼리 만날 수 있다는 게 좋아요. 제게 외로움은 극복하거나 사라지길 바라는 대상이 아니에요. 각자의 몫으로 계속 가져가야 하는 감정 중 하나죠. 그래서 노래에서도 ‘외로워서 너무 쓸쓸하고 힘들어’가 아닌 ‘누구와 있든 어차피 좀 외로워. 그건 우리 모두 다 그런 거니까 너무 괴로워 마’는 마음으로 부른 측면도 있어요.
장장 7분에 달하는 4번 트랙 ‘레슬링’은 그 자체로 용감한 시도예요. 긴 내레이션도 그렇고요. 어떤 확신이 있었나요. 특히 '싸우지 마라. 그렇게 맞고 있지 않아도 네가 좋은 사람인 거 안다’라는 부분이 정말 좋았습니다
이게 좀 이상한데 사실 어떤 음악이 대중적이다라는 객관적인 기준은 없잖아요. 그런데 문득 이번엔 사람들이 듣기 편한 곡을 쓰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그렇게 1, 2번 트랙을 완성해서인지 3 , 4 번은 좀 더 막 나가도 된다는 자신감이 있었달까요(웃음). 자다 깨서 어떤 이상한 메모나 시 같이 남긴 글을 나중에 비트 위에 얹으면서 나레이션을 했는데 우연히도 라임이 맞았어요. 마치 그 비트를 의도해서 써내려간 것처럼. 저도 만족스럽긴 해요.
저는 연주나 가창은 당연히 열심히 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하는 가장 큰 노력은 창작 에너지를 더 길게 지속하는 거예요. 이번 앨범을 만들면서 세션 팀 호흡과 상상력에 좀 더 의지했어요. 싱어송라이터로서 전체 지도를 혼자 그리는 게 올바른 프로듀싱이라고 생각했는데 같이 하는 사람들을 믿는 힘이 저를 더 성장하게 하더라고요. 어쩌면 그게 진정으로 오래 할 수 있는 길일지도요.
제 안에서 내 보내고 나면 다 조금은 과거로 느껴지는 것 같아요. 심지어 나온 지 한 달밖에 안된 곡도 저한테는 이제 완성이니까, 끝난 이야기가 되는 거죠. 20대 초중반에 만들었던 노래 속 과거의 내가 타인처럼 느껴지기도 하고요. 그런데 또 제가 느끼는 연속성은 있어요. 다만 한번 완성된 감정이니까 거기에 너무 몰두하지 않으려고 하죠. 갑자기 생각난 건데 1집에 수록된 '향기'에 이런 가사가 있거든요. "사랑은 할수록 세상에 없다는 게, 노래는 부를수록 들어줄 이가 없다는게" 그런데 최근에는 공연에서 "부를수록 들어줄 이가 없다는 게"는 비워둬요. 예전에는 내 노래를 누가 들어줄까라는 마음에서 쓴 가사지만 지금은 그런 체념을 할 필요도, 하고 싶지도 않으니까요.
하지만 또 그 가사에 지금 공감하는 사람도 있겠죠. "나의 여생을 함께할 확률이 있는 그런 사람", 지난해에 발표한 ‘확률’ 가사인데요. 그런 상대를 만난다는 기대감을 안고 살아가나요
그 곡을 쓸 당시에는 정말 서로 없으면 살 수 없는 사랑 같은 걸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 질문에 다시 답하자면 ‘넌 내 첫 번째야’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은 없더라도, 두 번째 정도만 될 수 있는 친구만 많이 있어도 저는 진짜 좋을 것 같거든요? 사람들이 ‘첫 번째’ 사람들에게 하는 일들. 아플 때 연락하고, 힘들 때 털어놓고 그런 상상 속의 장면도 생각해 보면 이미 우리가 서로에게 해줄 수 일이더라고요. 그렇게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요즘 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