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슈퍼 모델이다 | 엘르코리아 (ELLE KOREA)

모델이자 포토그래퍼, 2011년 영국판 <엘르> 스타일 어워드 수상자이기도 한 헬레나 크리스텐슨이 자신의 옷장을 공개했다. 그녀는 옷장을 열어주면서 자신의 솔직한 그대로의 모습도 꺼내주었다.::헬레나 크리스텐슨,인터뷰,화보,엘르,elle.co.kr:: | ::헬레나 크리스텐슨,인터뷰,화보,엘르,elle.co.kr::

헬레나 크리스텐슨은 90년대 슈퍼 모델 전성기에 자신의 최고 시기를 보낸 모델 중 한 명이다. 사실 그 시절을 함께 보낸 바비인형 같은 클라우디아 시퍼나 고양이 같은 린다 에반젤리스타와 같은 모델들 사이에서 그녀의 얼굴은 지나칠 정도로 넓적해 보였지만 무한한 변신력과 보면 볼수록 끌어당기는 신비로운 매력은 그녀가 지금까지도 모델 활동을 멈출 수 없도록 만들었다. 뉴욕의 웨스트 빌리지에 있는 자신의 아파트로 를 초대한 크리스텐슨은 최근에 있었던 영국판의 ‘엘르 스타일 어워즈’를 위해 골랐던 드레스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했다. “사실 제 드레스룸엔 최고의 디자이너들이 만든 멋진 40여 벌의 드레스가 있었어요. 그중 하나를 고르는 건 오로지 제 몫이었죠. 아무리 예쁜 옷이라 해도 입었을 때 편안한 기분을 느끼기란 쉽지 않아요. 그건 옷의 디자인과는 별개로 나에게 주는 어떤 느낌인 것 같아요.” 자신의 집으로 보내온 그 어떤 드레스에서도 특별한 ‘느낌’을 얻지 못한 그녀는 시상식장으로 출발하기 직전, 가까운 부티크에 가서 런던의 라이징 브랜드인 ‘Saloni’의 드레스를 샀다. 그녀의 이런 즉흥적인 성격은 비단 피팅 룸에서만 드러나는 게 아니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쇼핑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가며 그녀의 쇼핑과 스타일링 패턴을 파악할 수 있었다. 다운타운에서 주로 쇼핑을 하는 그녀는 놀랍게도 사기 전에 절대로 옷을 입어보지 않는다고 했다. “저는 피팅 룸이 너무 싫어요. 조명도 별로고 거울도 너무 작죠. 오랜 시간 모델 활동을 해서인지 옷을 보기만 해도 그 옷이 나에게 어울릴지 아닐지 알 수 있어요.” 요즘 그녀가 자주 가는 숍은 호스 인트로피아(Hoss Intropia)인데, 물 흐르듯 유연한 실루엣에 로맨틱한 빈티지 풍 의상들이 많아 좋아하게 됐다고. 그녀는 자수가 놓인 빅토리아 풍 화려한 드레스를 보여주며 말했다. “이건 빈티지 마켓에서 발견한 드레스예요. 물론 저에게 어울리지 않는다는 건 알고 있었죠. 비록 입진 않더라도 걸어두고 싶은 정도로 아름답다고 생각해서 구입하게 된 거예요. 하나의 작품과도 같으니까요.” 그렇다면 과연 그녀는 미리 입을 옷을 계획하는 스타일일까? 여기까지 읽은 사람은 모두 눈치챘겠지만 역시나 정답은 No. “저는 착장을 미리 생각하는 스타일이 절대로 아니에요. 쇼핑할 때도 마찬가지죠. 순간적으로 느낌이 ‘확’ 오는 옷을 입어요.” 지나치게 감성적일 것만 같은 그녀는 놀랍게도 옷에 대해서만큼은 냉정한 편이라서 두 달마다 옷장을 정리해 미련없이 처분해 버린다고 한다. 그 많은 옷들은 자신의 어머니가 운영하는 코펜하겐의 중고 숍으로 보내진다. “저는 지금 한 단계 걸러내고 정리하는 시기를 통과하고 있는 거예요.그러니 제가 소유한 옷은 큰 의미가 없죠.” 크리스텐슨의 자유로운 마인드는 그녀를 둘러싼 모든 것에 공통적으로 적용됐다. 열한 살짜리 훈남 아들 밍구스와 함께 10년 동안 살고 있는 그녀의 아파트가 이를 입증해 주고 있다. 나무 바닥과 맨 벽돌이 드러나 있는 위층은 뒤죽박죽 질서 없이 놓여 있는 책들과 그릇, 옷, 화장품, 사진 그리고 모델 활동으로 전 세계를 다니며 사모은 자질구레한 장신구와 소품들로 터져나갈 듯했다. 또 한쪽 구석엔 나무로 만든 부엉이가 놓여 있고 다른 한쪽엔 앤티크 치즈 강판들이 무리를 이루고 있었다. “어수선해 보이겠지만 저만의 직관으로 물건을 찾을 수 있는 ‘정돈된 엉망진창’의 상태라고나 할까요?”라고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그녀는 어떤 여자보다 표지를 많이 장식했을지는 모르지만 자신의 아파트엔 그녀가 모델임을 증명할 수 있는 어떤 단서도 찾을 수 없었다. 많은 사진들이 액자에 담긴 채 걸려 있긴 했지만 그녀의 얼굴이 걸린 사진은 주근깨가 박힌 어린 시절의 흑백사진 두 점뿐이었다. “제 옷장은 엉망진창이에요. 쓰레기장이 따로 없죠. 주얼리들 중에도 비싼 건 없어요. 또 백이나 슈즈에 집착하는 스타일도 아니에요.” 허튼 말은 절대로 하지 않는 스칸디나비아인(그녀는 덴마크와 페루 혼혈이다)답게 아주 직설적이고 솔직하게 말했다. 시퀸 장식의 프라다 플랫 슈즈와 마크 제이콥스의 페이턴트 힐 그리고 빈티지한 핸드백만 몇 개 눈에 띌 뿐 그녀의 말처럼 드레스 룸에 보이는 액세서리는 얼마되지 않았다. “제 스타일은 매우 본능적이죠. 제가 어떤 물건을 살 때는 그것을 봤을 때 뭔가가 반응했다는 뜻이에요. 그런 경우 꽤 특이한 스타일이 대부분이죠. 패브릭이 믹스됐다든가 재단이 특이하다거나 하는 식으로요. 저는 완벽하게 정돈된 아이템이나 풀 코디네이션된 스타일을 좋아하지 않아요.” 그녀와 이야기를 이어나가며 문득 궁금해졌다. 완벽한 복근, 이기적인 다리, 황갈색 피부의 환상적인 몸매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그녀는 이야기를 나누다가 갑자기 옷을 몽땅 벗어버리기도 해서 온전히 이야기에 집중하기 힘들었다) 자신의 장점인 몸매를 드러내는 옷을 즐겨 입진 않는 듯했다. “물론 제가 입는 옷들은 제 몸에 피트되지 않는 게 대부분이죠. 왜냐 하면 저는 사람의 몸보다 옷 입는 사람이 주인공이 되는 옷을 좋아하거든요. 저는 요지 야마모토, 꼼 데 가르송, 질 샌더를 좋아해요. 옷의 형태를 가지고 노는 디자이너들의 브랜드죠.” 그렇다면 좋아하는 옷의 취향과 상관없이 친하게 지내는 디자이너는 누굴까? “칼 라거펠트는 아주 흥미로운 친구이자 경외심을 갖고 바라보는 사람이에요. 20여 년의 모델 생활 동안 얻게 된 절친한 친구는 마크 제이콥스예요. 그는 여자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본능적으로 알고 있어요. 게다가 그의 컬렉션에는 언제나 자신의 뚜렷한 생각과 개성이 들어가 있죠.” 여전히 많은 브랜드로부터 활동 제의를 받고 있는 크리스텐슨은 자신의 시간을 광고 캠페인 촬영과 사진 작업(모델 활동보더 더 열심히 열정을 불사르고 있다) 그리고 국제구호단체 옥스팜(Oxfam)에서 환경보호 활동에 시간을 분배한다. 자신의 전성기였던 90년대를 행복하게 추억하는 크리스텐슨, 그렇다면 그 시절에 함께 전성기를 누린 슈퍼 모델들과는 여전히 관계를 유지하고 있을까? “우리는 우연히 마주치기라도 하면 마치 오래된 여고 동창생들처럼 반가워하며 얼싸안고 수다를 떨곤 하죠. 크리스티, 클라우디아와는 자주 만나고, 나오미는 아직도 생일과 같은 기념을 잊지 않고 메시지를 보내오곤 해요.” 크리슨텐슨은 자신이 아직도 시들해지지 않고 해당 분야에서 톱의 자리에 있다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는 이렇게 답했다. “제가 매일매일 하고 있는 모든 일이 놀라울 따름이에요. 언제나 내 일을 처음하는 신인 모델처럼 생각하죠. ‘만약 운이 좋다면 올 한 해 동안 이 일을 이어갈 수 있을 거야’라고요. 함께 일을 하는 사람들을 통해 늘 새로운 영감을 얻곤 해요. 그 순간에 충실하게 살면 삶은 점점 더 나아진다는 사실도 깨닫게 됐죠. 그래서 제가 하는 모든 일을 즐거워하게 됐어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것, 또 물리적인 시간의 유효기간을 훌쩍 뛰어넘을 수 있다는 것. 이 두 가지 사실만으로도 그녀는 자신이 충분히 축복된 삶을 살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자세한 내용은 엘르 본지 7월호를 참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