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다가 지구 온난화는 급속도로 지구인의 삶을 압박하고 있는 현재진행형의 문게 아닌가. 육식 패러다임을 바꾸기 위한 행동은 지금 당장 시작해도 이르지 않다. 지구 온난화 문제에서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방법은 우리 모두 진짜 ‘행동가’가 되는 것이다. 비건이 아닌 사람도 육식 대체품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그렇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달걀을 돌 보듯 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우리의 혀와 뇌에는 달걀의 고소하고 부드러운 맛이 이미 각인됐으며, 인류에게는 다종다양한 일상 요리에 달걀을 활용해 온 유구한 역사가 있는데! 한국에서는 흔치 않지만, 다민족이 모여 사는 미국에는 달걀 알레르기로 고통받는 사람이 많다. 이들을 위해 등장한 것이 식물성 식재료로 만든 달걀 대체품. 푸드테크 기업 ‘잇 저스트’가 개발한 ‘저스트 에그(Just Egg)’다. 저스트 에그에는 닭이 낳은 달걀과 비교해 단백질 함량은 동일하고 콜레스테롤은 없다. 저스트 에그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물의 양은 진짜 달걀을 생산하는 데 드는 양의 2%면 충분하다. 탄소 배출량 역시 달걀을 생산하며 배출하는 양의 7%에 불과하다. 엄청난 차이다.
9월에 국내 출시되는 저스트 에그는 액상으로 플라스틱 병에 담겨 있다. 달걀 껍질을 깐 후 흰자와 노른자를 섞어 판매하는 ‘요리란’을 써본 사람들에게는 익숙한 비주얼. 연노랑의 색채, 약간의 점성을 가진 것이 마치 달걀을 곱게 풀어놓은 것 같다. 저스트 에그의 주재료는 녹두다. 고단백질의 다종다양한 식물성 식재료 중 녹두를 선택한 이유는 녹두 단백질이 일정 수준 이상의 점성을 띠며 열을 가하면 달걀처럼 굳는 성질이 있기 때문이다. 달걀을 닮은 노란색은 강황과 당근 추출물 등으로 구현했다. 팬에 기름을 두르고 저스트 에그를 부어 볶으면 제법 스크램블드에그 같아 보인다. 정말 달걀로 만든 것처럼 감쪽같다. 이때 밥을 넣고 한데 볶으면 달걀 볶음밥이 완성된다. 맛은 어떨까. 비주얼만큼 감쪽같을까? 미국 등지에서는 이미 많은 사람이 저스트 에그의 높은 싱크로율을 인정했다. 지금껏 달걀 1억6000개에 해당하는 제품이 판매됐을 정도다. 하지만 녹두 등을 활용한 여러 콩 요리에 익숙한 우리에게는 달걀보다 두부 맛이 먼저 연상된다. 그럼에도 맛있다. 자못 달걀 같은 비주얼도 한몫해서 달걀을 먹지 못했다는 아쉬움까지 달래준다. 지단을 부쳐 김밥 재료로 활용해보니 높은 싱크로율을 보이는 비주얼에 다른 재료들과 어우러진 맛 덕분에 달걀이 아니라는 사실을 깜빡 잊게 된다.
〈마스터셰프 코리아〉 출신이자 지금은 와인 바 FOF 셰프인 박준우는 저스트 에그 론칭을 기념한 팝업 행사에서 오믈렛 가공품 ‘저스트 에그 폴디드’의 완성도를 높이 평가했다. “달걀의 풍미를 ‘완벽하게’ 재현했다고 보기는 어려워요. 그럼에도 달걀 요리에 자주 쓰는 향신료를 적절히 넣고 조리하여 진짜 달걀로 만든 오믈렛을 먹는 것 같죠. 질감도 잘 구현됐다고 생각해요.” 살짝 두께가 있는 사각형 폴디드 제품은 진짜 달걀을 부친 것처럼 폭신한 탄력이 있으면서 부드럽고 촉촉하다. 가볍게 데워 그 자체로 즐겨도 좋고, 샌드위치의 속 재료로도 제격이라고. 박준우는 액상의 저스트 에그를 활용하는 방법으로 팬케이크 레서피를 귀띔했다. “설탕과 밀가루, 버터를 추가해서 팬케이크를 부쳐 먹으면 더 괴리감이 없게 느껴집니다. 비건이라면 버터 대신 마가린 혹은 식물성 버터를 사용하면 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