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LIFE

베를린 크리에이터 부부의 감각적인 인테리어

이질적인 장식들이 어우러진 베를린의 아파트. 아름다운 천장을 지닌 이 집은 현재와 과거 그리고 찾아오는 모든 이를 두 팔 벌려 환대한다.

BY이경진2021.09.05
 
 
 
빈티지한 세 발 루마니아 스툴, 이란풍의 베드 체어와 사이드 테이블을 두고 페르시언 킬림과 빈티지 러그를 바닥에 깐 전통적인 모로코 디자인 하우스는 19세기에 지어졌다. 집주인은 두 부부, 미국계 이란인 작가이자 연구가 겸 예술가인 파얌과 폴란드 우치 출신의 카시아다. “여기 이 오래된 나무 문은 ‘열려라 참깨!’ 같은 주문을 외우고 싶게 만들어요. 실제로도 우린 그런 주문이 지닌 효과를 이 문에서 느끼고 있죠.” 파얌이 말했다. 고재로 된 문은 ‘베를린식’ 치머(긴 커넥팅 룸)에 있는 식당과 부엌, 침실, 욕실 사이에서 관문 역할을 한다. 문을 기준으로 한쪽 공간은 오래된 집이 지닌 고유의 분위기로 연출하고, 다른 한쪽은 현대적인 느낌을 살린 공간으로 꾸렸다.
 
부엌에는 카시아가 가족에게 물려받은 20세기 중반 폴란드풍의 사이드보드가 있다. 그 위로 그릇들과 허브, 향신료가 가득 담긴 스트링 선반이 걸려 있다.

부엌에는 카시아가 가족에게 물려받은 20세기 중반 폴란드풍의 사이드보드가 있다. 그 위로 그릇들과 허브, 향신료가 가득 담긴 스트링 선반이 걸려 있다.

 
사이드보드의 맞은편에서는 대조적인 분위기의, 세련되고 현대적인 싱크대가 하얗게 빛난다. 수동 착즙기와 보헤미언 디자인의 우드 식기들이 놓여 있다.

사이드보드의 맞은편에서는 대조적인 분위기의, 세련되고 현대적인 싱크대가 하얗게 빛난다. 수동 착즙기와 보헤미언 디자인의 우드 식기들이 놓여 있다.

 
문은 맨 처음 부부가 집을 고칠 때부터 사용하고자 마음먹었던 것. 건축가인 마르크 벤야민 드레베스는 회상했다. “집에 처음 들어갔을 때, 문이 이미 바닥에 놓여 있었어요.” 그는 건축회사 ‘슈나이데뢸젠(Schneideroelsen)’과 협력해 파얌과 카시아가 꿈꾸는 집을 만들었다. 카시아와 파얌이 베를린의 다문화 지구 모아비트(Moabit)로 이사 온 것은 일대 사건이었다. 7년 동안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며 함께 일해 온 카시아와 파얌에게는 흥미롭고 독창적인 성격의 스튜디오이자, 둘만의 첫 집이 될 공간이 매우 중요했다. 두 사람의 눈에 확실히 들어온 건 이 아파트의 높은 천장과 화려한 몰딩이었다. “현대의 천장은 아무것도 없는 빈 공간이 됐어요. 20세기 이전에는 사람들이 많은 돈을 들여 천장을 꾸몄는데 말이죠.” 파얌이 말했다. 
 
마린 위고니에의 현대 건축예술, 엘스워스 켈리에 대한 오마주 작품을 걸어둔 벽면.

마린 위고니에의 현대 건축예술, 엘스워스 켈리에 대한 오마주 작품을 걸어둔 벽면.

 
마누팍툼의 테이블 주위로 폴란드 목수들이 만든 의자를 두었다. 벽에는 드루지아 아티스트 조르지 샤니아슈빌리의 목각 조각이 걸렸다. 모로코풍의 목재 문은 아파트 앞뒤 방을 연결한다. 조명은 슬라브 앤 타타르가 제작한 작품 ‘Fragrant Concubine’.

마누팍툼의 테이블 주위로 폴란드 목수들이 만든 의자를 두었다. 벽에는 드루지아 아티스트 조르지 샤니아슈빌리의 목각 조각이 걸렸다. 모로코풍의 목재 문은 아파트 앞뒤 방을 연결한다. 조명은 슬라브 앤 타타르가 제작한 작품 ‘Fragrant Concubine’.

 
침실과 연결되는 욕실의 바닥 타일은 침실과 스타일은 같되, 다른 색상으로 차별화했다.

침실과 연결되는 욕실의 바닥 타일은 침실과 스타일은 같되, 다른 색상으로 차별화했다.

 
중세 중부 유럽 주택의 목조 조각에서부터 무슬림 세계에 이르기까지, 천장은 일종의 사치스러운 장식으로 여겨졌다. “멋들어진 천장은 성당을 방문한 것처럼 한참을 올려다보게 만들어요.” 이 아파트의 천장은 페인트로 수년간 뒤덮여 있었던 탓에 아름다운 디테일이 가려져 있었다. 페인트를 벗겨내는 데 많은 공을 들여야 했다. 마르크에게는 이 집의 그 어떤 것도 파괴하지 않는 일이 가장 큰 과제로 주어졌다. 카시아와 파얌에겐 자신들의 집을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요소가 바로 천장을 장식한 공예가들의 작품이었다. 그들이 소유한 다른 어떤 예술 작품과 가구들 못지않게 잘 보존할 가치가 있었다.
 
 
 
기하학적 패턴의 파란색 시멘트 타일은 현대적인 분위기를 낸다. 심플한 우드 헤드보드의 침대 위로는 공간을 분리하는 거미 모빌이 달렸다. 수확을 축하하는 의미로 주로 폴란드의 시골집에 걸어두던 장식.

기하학적 패턴의 파란색 시멘트 타일은 현대적인 분위기를 낸다. 심플한 우드 헤드보드의 침대 위로는 공간을 분리하는 거미 모빌이 달렸다. 수확을 축하하는 의미로 주로 폴란드의 시골집에 걸어두던 장식.

 
부부는 소파로 사용하는 이란식 베드 체어(모스크 입구와 찻집뿐 아니라 길가 정류장에서도 자주 볼 수 있다)와 카시아가 가족에게 물려받은 20세기 중반의 폴란드식 집기 등으로 집안을 채웠다. 처음에는 다른 시간과 공간을 표현한, 가히 이질적인 장식들이 잘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2006년, 부부가 카시아 코르크작과 함께 예술집단 ‘슬라브 앤 타타르(Slavs and Tatars)’를 설립하면서 둘에게 과거와 현재의 경계는 점차 흐려졌다. 파얌은 슬라브 앤 타타르에 과거가 어떤 의미인지 설명할 때 프랑스 문학평론가 앙투안 콩파뇽의 다음 말을 즐겨 인용한다. “진정한 모더니스트는 전근대 시대가 지나가는 것에 대해 양가감정을 지닌, 보들레르와도 같은 사람들이다. 한쪽 눈은 거울로 뒤를 쳐다보고 다른 한쪽 눈은 앞을 바라본다.” 전통과 현대 사이에 정다운 대화를 열어주는 파얌과 카시아의 집을 설명하기에 더없이 적절한 묘사다. 두 사람의 집은 상호작용과 혼재된 해석으로 가득한, 지극히 개인적인 공간이자 기꺼이 모든 방문자의 다리가 돼주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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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에디터 이경진
  • 글 GRAHAM WOOD(BUREAUX)
  • 사진 GREG COX(BUREAUX LIVINGINSIDE)
  • 디자인 한다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