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하게 굽이치는 실루엣, 고급스러운 윤기를 발하는 실크 룩에 ‘세서미 스트리트’가 떠오르는 기묘한 퍼 슈즈를 더해 피비 파일로식 위트를 엿볼 수 있었던 컬렉션. 특히 낙낙한 실크 팬츠에 컬러 퍼 버켄스탁 슬리퍼를 신고 워킹하는 모델들의 모습은 지금도 눈에 아른거린다. ‘퍼켄스탁’이라 불리며 솔드아웃을 기록했던 화제의 슈즈는 지금도 중고 마켓에서 ‘구합니다’라는 태그를 달고 활발히 거래될 정도.
‘미드 센추리 모던’ 스타일이 넘실거리는 와중, 런드리 백을 닮은 체크 패턴 룩의 등장은 짜릿한 전율을 선사했다. 특히 이 오버사이즈 체크 코트는 피비 파일로가 추구하는 미학을 오롯이 반영하는 룩. 사진가 유르겐 텔러는 이번 컬렉션을 “우아하지만 기묘하고, 순진하지만 삐딱하다”고 표현했다.
사진가 브라사이(Barassaï)의 작업이 프린트된 쇼 노트가 기대감을 한껏 끌어올렸고, 붓 터치를 형상화한 그래피티 작업과 강렬한 컬러의 룩으로 피비 파일로의 또 다른 가능성을 증명했던 시즌. 찌그러진 듯 기묘한 형태의 컬러 주얼리와 둔탁한 슈즈, 프린지 장식의 가방 역시 훌륭했다.
아티스트 FOS의 거대한 설치미술 작업을 배경으로 한, 올드 셀린 팬이라면 ‘최고’로 꼽는 컬렉션. 관능적인 슬립과 란제리도 그녀의 손이 닿으면 이토록 동시대적이고 근사한 결과물로 탄생한다. 슬립 드레스도 무심하게 ‘툭’ 걸치는 애티튜드, 투박한 러버 부츠를 매치하는 감각까지. 이질적인 요소들이 부드럽게 상충하며 완벽한 시너지를 발했다.
이 시즌은 여러모로 기억할 만하다. 댄 그레이엄의 설치미술 작업, 쇼장 한가운데서 친구들과 쇼를 구경하던 피비 파일로의 어린 딸까지. 특히 이브 클라인의 작업을 프린트한 화이트 롱 드레스는 쇼의 백미를 장식하며 셀린 베스트 룩으로 회자되고 있다.
피비 파일로가 셀린을 떠난다는 소식 뒤에 선보인 공식적인 마지막 런웨이 쇼. 골수 팬들을 달래기라도 하듯 그녀는 자신의 장기를 아낌없이 쏟아냈다. 클래식한 우아함과 투박한 터치, 기묘한 위트가 곳곳에서 폭죽처럼 터졌다. 특히 이 룩은 많은 디자이너에게 영감을 주며 ‘셀리니즘’의 영향력이 여전함을 증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