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뉴 Z 아이콘의 등장! 올리비아 로드리고

자작곡 'Drivers license'로 데뷔하자마자 전 세계 음악 신을 점령한 올리비아 로드리고. 자신의 약점을 드러내는 용기와 널뛰는 감정을 살아 있음의 증거로 여기는 긍정에너지로 그는 Z세대 뉴 아이콘이 됐다.

BY류가영2021.08.27
 
블랙 롱 드레스와 초커 네크리스는 모두 Chanel. 이어링은 Tiffany & Co.

블랙 롱 드레스와 초커 네크리스는 모두 Chanel. 이어링은 Tiffany & Co.

 
2021년의 시작과 동시에 미국의 10대 소녀들은 모두 이 곡에 완전히 ‘꽂힌’ 듯 보였다. 바로 열여덟 살의 싱어송라이터 올리비아 로드리고의 데뷔곡 ‘Drivers license’. 1월 8일 발매된 이 노래는 발매 2주 만에 아리아나 그란데와 위켄드를 제치고 빌보드 핫 100 차트 1위를 거머쥐며 음악계를 뒤흔들었다. ‘오늘 난 펑펑 울며 차를 몰았어/면허는 있지만 네가 내 곁에 없었으니까(But today I drove through the suburbs/Crying 'cause you weren’t around).’ 쉬운 언어로 솔직하게 써 내려간 가사와 촉촉하면서도 단단한 음성. 대중은 특히 곡이 지닌 남다른 호소력에 열광했다. 로드리고의 노래를 들으며 사람들은 과거의 연애를 떠올리며 눈시울을 붉혔고, 때론 있지도 않은 남자친구를 그리워했다. 물론 ‘그 정도로 특별하게 좋지는 않은데’ ‘빌리 아일리시처럼 되고 싶은 건가?’ ‘테일러 스위프트를 따라 하는 것 같다’며 곡이 과대평가됐다고 말하는 사람도 더러 있었다. 하지만 테일러 스위프트와 카디 비, 할시는 SNS를 통해 공개적으로 ‘여동생’의 승승장구를 응원했고, 틱톡에서는 ‘Drivers license’를 배경음악 삼아 자신의 이별담을 털어놓는 ‘드라이버 라이센스 챌린지’가 유행하며 로드리고의 존재감은 공고해졌다. 이쯤 되니 그녀의 존재를 모르고 있던 사람들도 로드리고에 대해 궁금해하기 시작했다. “도대체 올리비아 로드리고가 누군데?”
 
보머 재킷은 Adidas Originals by Wales Bonner. 패턴이 돋보이는 롱 드레스는 Terrence Zhou. 장미 형태의 실크 스카프는 M&S Schmalberg Flowers. 옐로 스트랩 샌들은 Dolce & Gabbana.

보머 재킷은 Adidas Originals by Wales Bonner. 패턴이 돋보이는 롱 드레스는 Terrence Zhou. 장미 형태의 실크 스카프는 M&S Schmalberg Flowers. 옐로 스트랩 샌들은 Dolce & Gabbana.

 
로드리고는 사실 2019년, 이미 디즈니 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하이스쿨 뮤지컬: 더 뮤지컬 - 더 시리즈〉 주연으로 활약하며 막강한 팬덤을 거느린 하이틴 스타로 등극했다. 브리트니 스피어스, 마일리 사이러스, 셀레나 고메즈를 잇는 또 한 명의 디즈니 스타인 셈이다. ‘선배’들과 마찬가지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은 로드리고는 필리핀계 미국인으로 타고난 개성과 탄탄한 가창력, 풋풋한 소녀의 에너지가 그대로 느껴지는 꾸밈없는 일상으로 자신에게 쏠린 세상의 관심을 단단히 붙잡아두고 있었다. 그리고 ‘Drivers license’가 세상에 등장했다.

 
화제의 데뷔곡이 세계를 휩쓴 후 줌 인터뷰를 통해 로드리고를 만났다. 그가 인터뷰에 응한 장소는 〈하이스쿨 뮤지컬: 더 뮤지컬 - 더 시리즈〉 시즌2 촬영을 위해 엄마와 함께 임대한 솔트레이크시티의 복층 아파트였다. 거실 소파에 앉은 로드리고가 근황을 털어놓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틈날 때마다 친구들과 페이스 타임을 하고, 엄마랑 카페에 가서 수다도 떨면서 지내고 있어요. 엄마가 제 ‘베프’거든요.” 화면 속 올리비아는 자연스럽게 늘어뜨린 긴 머리에 리포메이션의 흰색 원피스 차림이었다. 친환경적 이미지로 LA 소녀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리포메이션을 택한 안목에서 짐작하듯, 이 2003년생 아티스트는 여느 Z세대처럼 중고 의류 거래 플랫폼 ‘Depop’에서 산 빈티지 의류를 즐겨 입는다고 했다. 인터뷰 내내 자신의 생각과 라이프스타일에 대해 스스럼없이 이야기하는 그의 모습은 무척 인상적이었다. 캘리포니아에서 성장한 로드리고는 자신의 솔직하고 털털한 성격이 교사인 어머니와 결혼 가족 상담치료사인 아버지 밑에서 자란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부모님은 딸이 스스로를 표현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데 주저함이 없는 사람으로 성장하도록 독려해 줬기 때문이다. 게다가 남다른 로큰롤 마니아였던 어머니의 영향으로 로드리고는 브리티시 록의 고전 더 클래시, 미국 얼터너티브 록 밴드 스매싱 펌킨스, 그웬 스테파니가 프런트맨으로 활약한 노 다웃처럼 전설적인 록 밴드의 음악을 들으며 자랐다. “엄마가 저한테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어요. ‘소리 지르고, 외치고, 때로는 이상한 방식으로도 표출되는 것이 감정이니 절대 자기 감정을 부끄럽게 생각하지 말렴. 그리고 그런 솔직한 감정이 느껴지는 노래가 좋은 노래란다.’ 그때부터 좋은 음악은 생생한 감정이 전해지는 음악이라고 생각하게 됐죠.”
 
레드 가운 드레스는 Valentino.

레드 가운 드레스는 Valentino.

 
심지어 올리비아 로드리고는 타고난 가수였다. 네 살 때쯤 조립식 장난감으로 혼자 마이크 스탠드를 만들던 아이는 다섯 살 때 받은 보컬 레슨을 계기로 동네 노래 경연 대회에도 자주 얼굴을 비췄다. 딸을 가수로 만들겠다는 확고한 뜻은 없었지만 일찍이 로드리고의 가능성을 알아보고 LA에서 오디션을 보도록 부추긴 로드리고의 보컬 선생님 제니퍼 더스트먼의 이야기를 쉽게 흘려듣지 않을 정도로 부모에게도 딸의 재능은 분명해 보였다. 더스트먼은 당시 로드리고를 이렇게 회상했다. “피아노를 치며 자작곡을 노래하는 로드리고를 보며 소름이 돋았어요. 솔직한 노랫말, 목소리가 지닌 힘에서 타고난 싱어송라이터라는 걸 직감했죠.” 하지만 LA에서의 성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계속된 오디션 낙방 소식에 딸이 느꼈을 마음의 짐을 덜어주고자 부모님은 “LA를 왔다 갔다 하는 것도 이제 지겹구나. 언제든지 오디션 보는 걸 그만둬도 된다”고 말했지만 로드리고는 이렇게 말할 뿐이었다. “아니에요. 난 반드시 해낼 거예요.”
 
로드리고가 열 살이 됐을 때 드디어 첫 번째 기회가 찾아왔다. 2015년 첫 영화 주연을 맡게 된 것이다. 그다음 행선지가 바로 디즈니였다. 두 소녀의 귀여운 우정을 코믹하게 그린 디즈니 시리즈 〈비자드바크 Bizaardvark〉를 시작으로 열다섯 살에 〈하이스쿨 뮤지컬: 더 뮤지컬 - 더 시리즈〉의 주인공 ‘니니’를 맡으며 인지도를 쌓아나갔다. 그에게 유명세를 안겨준 것 외에도 이 작품이 로드리고의 인생에서 중요한 이유는 따로 있다. 니니가 자신의 자작곡을 부른다는 설정을 위해 로드리고가 자신의 노래를 제대로 만들어보기로 결심했기 때문이다. 2020년, 로드리고가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업로드한 자작곡 ‘Untitled(I am more)’는 뜨거운 반응을 부르며 로드리고에게 기쁨과 용기를 가져다줬다. 이후의 일은 맨 처음 말한 대로다.
 
프린트 티셔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화이트 러플 스커트는 Molly Goddard. 스트랩에 스터드 장식이 달린 블랙 샌들은 Amina Muaddi. 헤어보는 Jennifer Behr.

프린트 티셔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화이트 러플 스커트는 Molly Goddard. 스트랩에 스터드 장식이 달린 블랙 샌들은 Amina Muaddi. 헤어보는 Jennifer Behr.

 
인터뷰 도중 나를 위해 짧은 룸 투어를 시켜준 로드리고는 ‘Drivers license’의 성공을 축하하는 꽃들과 풍선으로 가득한 부엌을 지나 대학 기숙사처럼 생긴 자신의 방을 소개했다. 테일러 스위프트와 그웬 스테파니의 포스터가 방 한쪽 벽면을 완전히 뒤덮고 있는 그의 방은 여느 10대의 방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른 한쪽엔 그레이시 에이브럼스처럼 로드리고가 애정하는 싱어송라이터들의 사진이 잔뜩 붙은 작업 공간이 꾸며져 있었다. “노래에 대한 영감이 꽃피는 오아시스 같은 곳이죠.” 기타와 키보드 다음으로 온갖 메모로 가득한 화이트보드가 화면에 비치자 통통한 글씨로 적힌 ‘Sour’라는 단어가 특히 눈에 들어왔다.
 
지난 5월 21일, 로드리고의 데뷔 정규 앨범 〈Sour〉가 세상에 나왔다. 이번에도 역시 이별과 상처의 감성으로 가득한 11개의 수록곡은 세상이 제멋대로 규정한 싱어송라이터 올리비아 로드리고의 개성 혹은 요즘 음악 트렌드와 상관없이 오직 그가 느낀 것, 로드리고의 진심으로 채워진 듯했다. ‘사람들은 지금이 내 전성기라 말하지/하지만 난 그저 사라져버리고 싶기도 해/자존감이 완전히 바닥이거든(They say these are the golden years/But I wish I could disappear/Ego crush is so severe)’이라며 스스로의 약점을 있는 그대로 드러낸 첫 트랙 ‘Brutal’만 봐도 알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인터뷰 당시 로드리고는 이런 말을 했다. 
 
실크 드레스와 초커 스카프는 모두 Dolce & Gabbana. 레더 글러브는 Vex Latex. 실버 이어링과 체인 브레이슬렛은 모두 Tiffany & Co.

실크 드레스와 초커 스카프는 모두 Dolce & Gabbana. 레더 글러브는 Vex Latex. 실버 이어링과 체인 브레이슬렛은 모두 Tiffany & Co.

 
“사실 ‘Drivers license’를 쓰고 나서 걱정이 많았어요. 그보다 좋은 곡을 쓸 자신이 없었거든요.” 하지만 곡을 발표하자마자 로드리고는 목소리에 대한 자신감을 얻을 수 있어 행복했다고 고백했다. 심지어 곡 쓰는 과정을 통해 자신을 더 잘 알게 됐다며 기뻐하기도 했다. “앞으로도 좋은 모습만 보이기 위해 애쓰지 않으려고요. 노래든 패션이든 SNS든 그저 내가 느끼는 대로 행동할 거예요. 가끔 그런 내 모습이 정말 이상해 보일지라도요!” 이전과는 다른 강렬한 록 사운드로 신선한 매력을 뽐낸 새 타이틀곡 ‘Good 4 u’는 또 한 번 빌보드 핫 100 차트 1위에 오르며 지금이 올리비아 로드리고의 시대임을 증명해 줬다. 영국, 캐나다, 호주, 일본 등 19개국의 주요 음악 차트 1위에 당당히 올라 있는 이름을 보며 로드리고는 자신이 걷고 있는 길에 또 한 번 확신을 얻었을 것이다. 이 아이콘의 탄생을 지켜보는 우리가 그렇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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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에디터 류가영
  • 사진 PETRA COLLINS
  • 글 LIZZIE WIDDICOMBE
  • 모델 OLIVIA RODRIGO
  • 헤어 IGGY ROSALES
  • 메이크업 KALI KENNEDY
  • 세트 KATE STEIN
  • 프로듀서 SERIE YOON
  • 디자인 한다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