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흔히 무알코올, 논알코올이라고 부르는 제품군은 엄밀히 비알코올과 무알코올로 나뉜다. 맥주로 비교하자면 비알코올 맥주는 맥아즙에 효모를 넣어 발효시킨 맥주에서 알코올을 쏙 분리한 것. 이때 알코올을 아예 없애는 건 불가능하기에 1%를 기준으로 그 미만에 해당하는 음료를 비알코올로 분류한다. 많은 전문가는 1% 미만의 알코올은 된장, 간장 등의 발효 식품이나 잘 익은 과일에도 들어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안한 사람들을 위해 등장한 것이 무알코올 맥주다. 무알코올 맥주는 아예 발효를 거치지 않는다. 문제는 맥주의 풍미란 것이 대부분 발효 과정에서 얻는 향기 성분이라는 점이다. 팥 없이 붕어빵을 만들려 하니 합성 향료 등 잡다한 것이 들어간다. 백종원이 시판 제품과 조미료를 조합하여 노포나 엄마 손맛을 재현하는 것과 같은 논리다. 아무튼 비알코올의 알코올 함량은 거의 0에 수렴하므로 그냥 아울러 무알코올 음료로 부르기도 한다.
무알코올 음료는 맥주의 경계를 넘어 와인과 위스키까지 번졌다. 오랫동안 음주의 미덕을 찬양해 온 양조사들이 무알코올 제품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영국의 무알코올 리큐어 브랜드 ‘시드립(Seedlip)’은 찬반 논란 속에서도 그만의 ‘힙’함으로 전 세계에 이름을 알리고 있다. 와인 전문 수입사 ‘어벤져스와인’의 최소동 대표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와인 이외의 음료를 수입하는 일을 상상하지 못했지만, 지난해부터 해외에서 무알코올 음료의 생산과 수요가 느는 한편, 국내에선 무알코올 맥주를 대대적으로 마케팅하는 동향을 보며 국내에 수입된 무알코올 와인을 조사했다. 그 결과 국내에 소개된 제품 중 대다수가 와인에서 알코올을 제거한 형태가 아니라 와인의 느낌을 가미한 주스였다고 한다. 그가 독일의 와인 명가 ‘라이츠’와 영국의 ‘톰슨 & 스콧’ 와이너리의 무알코올 와인을 직접 수입하는 이유다. “파인다이닝 신에서는 이미 수요가 많았다고 해요. 운전해야 하거나 중요한 일정이 남아서 혹은 임신을 이유로 무알코올 음료를 찾는 손님들이 꾸준히 있었죠. 그런데 기존의 무알코올 와인은 너무 달거나 와인 느낌이 전혀 없어 손님도, 레스토랑도 난감한 실정이었어요.” 현재 라이츠, 톰슨 & 스콧의 무알코올 와인은 모수, 가온, 권숙수, 정식당 등의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에서 판매하고 있다. “손님들이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며 잔으로 주문했다가 뜻밖의 풍미에 병으로 추가 주문하는 경우가 많다고 해요.” 라이츠와 톰슨 & 스콧은 모두 풍미의 손실을 최소화하는 진공 증류법을 활용해 무알코올 와인을 빚는다. 고난이도 방식이지만 알코올을 제거하는 순간 어쩔 수 없이 맛의 구조가 변하며 풍미가 가벼워지고 말 텐데, 그럼에도 국내외의 블라인드 테스트 결과 소믈리에들이 무알코올 와인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맛과 향이 정교한 편이다.
그런가 하면 와인 정기 구독 서비스를 운영하는 바 ‘위키드와이프’의 이영지 대표는 최근 무알코올 와인을 취급해 달라는 요청이 많아 적지 않게 놀랐다고 한다. 오히려 손님들이 무알코올 와인은 온라인 거래도 가능하다는 팁을 주며 독려하는 양상. 향후 와인 대체품으로 콤부차를 상품으로 개발하는 방향도 고려 중이다. 술에서 알코올을 떼내면 그만큼 칼로리도 줄어드는 법. 최소동 대표는 자신이 수입하는 무알코올 와인의 칼로리가 100mg당 14kcal 이하라고 귀띔했다. 살찔 염려도 적은 무알코올 음료는 당신이 바라든 말든 머지않아 국내에도 ‘힙’한 문화로 정착할 예정. 곧 취하지 않는 인간들의 밤이 도래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