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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던 종목이 없어지고, 없던 종목이 생겨나고... 사실 근대 5종 경기를 제외한 올림픽 종목들은 도입과 퇴출을 반복해 왔습니다. 국제 체전 필수 종목이라 여겨지는 야구조차도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이후론 정식 종목에서 빠졌다가 재도입됐죠. 2020 도쿄 올림픽에서도 서핑, 스케이트 보딩 등 몇몇 신규 종목들이 채택됐습니다.
그 중에서도 한국 선수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새 종목은 스포츠 클라이밍입니다. 실내에 설치된 인공 암벽을 타는 클라이밍은 취미로 하는 분들도 많죠. 이번 대회에선 스피드, 볼더링, 리드 종목을 진행해서 합산 점수(각 종목 순위 곱하기)를 내는 방식으로 경기가 진행되고 있어요. 걸려 있는 금메달은 남녀 각각 1개씩이고요.

인스타그램 @chaehyun.s (@jonglassberg)
한국에서 클라이밍으로 가장 유명한 선수는 김자인이었습니다. 이번 도쿄 올림픽에선 출전 대신 클라이밍 해설을 맡았어요. 그러나 한국 클라이밍 명맥이 끊긴 건 아닙니다. 서채현이 등장했기 때문이죠.
서채현은 4일 도쿄 아오미 어번 스포츠파크에서 열린 스포츠클라이밍 여자 콤바인 예선에서 최종 순위 2위에 오르며 결선 진출을 확정했습니다. 결선에서는 예선 상위 8명이 메달을 두고 기록 싸움을 벌이게 됩니다.
그의 이날 종목별 성적은 각각 스피드 17위, 볼더링 5위, 리드 1위입니다. 15m의 경사벽을 빠르게 올라야 하는 스피드에서는 다소 불안한 모습이었지만, 4.5m 암벽에 설치된 4개 코스를 로프나 안전벨트 없이 통과하는 볼더링에선 5위를 기록했습니다.
주종목인 리드에서는 압도적 기량을 뽐냈어요. 리드는 각도 90~180도 내외의 15m 암벽을 6분 이내 누가 더 높이 오르는지를 겨루는 종목인데요. 오르는 과정에서 구조물에 설치된 홀드를 더 많이 터치해야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어요. 리드에서 서채현은 무려 40개의 홀드를 터치했습니다. 리드 2위인 오스트리아 예시카 필츠가 33개를 터치한 것과 비교하면 실력 차이가 엄청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죠.
18세의 서채현은 2019년 각종 세계 선수권 대회에 출전해 4개의 금메달을 목에 건 유망주입니다. 데뷔와 동시에 리드 종목에선 월드컵 랭킹 1위에 등극하며 세계를 놀라게 했습니다. 도쿄 올림픽에서만 일회성으로 정식 종목 인정을 받은 가라테 등과 달리, 클라이밍은 2024 파리 올림픽부터 메달 개수와 참가 인원을 더 늘려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해요. 세계 무대에서 서채현의 암벽 등반을 더 자주 보게 될 듯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