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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가 보자'는 소리에 '내가 정신병자냐'며 펄쩍 뛰던 시대가 저물고 있습니다. 각종 미디어를 통해 우울증이나 공황장애 등을 고백하는 스타들이 늘어나며 정신 건강의 중요성이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는 중이죠. 기존의 '정신과'라는 명칭도 '정신의학과'로 바뀌며 정신질환에 대한 선입견을 지우려는 의료계의 노력도 이어지고 있어요.
방송인 정형돈은 불안장애를 털어 놓고 방송 휴식기를 보낸 대표적 스타입니다. MBC '무한도전' 등 여러 굵직한 프로그램에서 활약하던 그는 불안 증세를 이유로 두 번 방송을 쉬었죠. 다행이도 현재는 KBS 2TV '옥탑방의 문제아들', JTBC '뭉쳐야 찬다' 등 다수의 예능을 소화하고 있을 뿐 아니라 형돈이와 대준이의 앨범 '잭 & 드미츄리'까지 발표했지만요.

KBS
배우 차태현도 오랜 시간 공황장애로 고생해 온 스타인데요. 두 사람은 KBS 2TV '우리동네 예체능'에 함께 출연할 당시 서로의 아픔을 알아보고 위로를 주고받았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는 3일 '옥탑방의 문제아들'에서 방송됐어요. 정형돈은 '우리동네 예체능'에 나올 당시를 회상하며 "그때 제가 좀 안 좋았는데 형님(차태현)도 비슷해서 알더라"라며 "저는 불안파고 형님은 공황파다. 그때 형님이 보낸 책을 보고 대성통곡을 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듣고 있던 차태현은 "예능을 하는데 형돈이가 눈앞에서 쓰러졌다"라며 "공황인들이 다이내믹하게 쓰러지진 않는다. 우리만 알 수 있게 쓰러진다"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나도 그걸 아니까 (정형돈이) 너무 짠하더라. 집 주소를 수소문해서 우편함에 그 책을 주고 갔다"라고 밝혔죠.
차태현이 정형돈에게 선물한 책은 오쿠다 히데오의 '공중그네'입니다. 한 정신의학과 의사와 각자의 아픔을 안고 있는 환자들의 이야기를 유쾌하게 그린 소설인데요. 정형돈은 "4챕터를 보고 펑펑 울었다"라고 하면서도 "그 뒤로 책을 안 본다. 7년 됐다"라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어요.

은행나무
차태현은 "제가 아팠을 때는 (정신 건강에 대해) 감추고 쉬쉬하던 때다. 처음에는 가슴이 안 좋은 줄 알았다. 매일 쓰러져서 응급실도 가고 그랬다"라고 털어 놓으며 "이건 서로 이야기를 하는 것만으로도 치유가 된다"라고 말했죠. 이에 정형돈은 "그때 형이 해준 말이 있다. 불안해서 죽을 것 같아도 죽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그 한마디가 정말 와 닿았다. 내가 이걸 컨트롤 할 수 있겠구나 싶더라"라고 거들었습니다. 정형돈의 불안 증세를 극복케 한 힘의 원천은 한 권의 책만이 아닌, 그 책을 건넨 차태현의 마음인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