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리에서라면, 길을 잃어버려도 좋다 | 엘르코리아 (ELLE KOREA)

흔히 헤이리를 두고 '반나절 놀다 오기 좋은 곳;이라고들 한다. 하지만 그건 모르는 소리다. 한 건물 안에 갤러리와 카페, 숙소 등이 갖춰진 헤이리의 공간들은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머무르게 되는 '시간 도둑'이다.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이 아트밸리에서, 가장 최신의 것만 모았다.::북 하우스,윌리엄 모리스 북 뮤지엄,논밭예술학교,요나루키,타임 앤 블레이드,엘라서울,elle.co.kr:: | ::북 하우스,윌리엄 모리스 북 뮤지엄,논밭예술학교,요나루키,타임 앤 블레이드

책의 천국, 북 하우스국내에 이런 곳이 있다. 빈손으로 찾아가도 포만감이 드는, 심신의 허기를 두루 채워주는 숲속의 책방. ‘한길사’ 대표로 30년 넘게 출판 장인의 길을 걸어온 김언호 대표는 독서 빈곤의 사회에서 책의 존엄과 미학을 한사코 옹호해온, 영락없는 책쟁이다. ‘북 하우스’는 그가 책에게 바치는 일종의 헌사와도 같은 공간으로, 헤이리의 심장부에 위치하고 있다. 르 클레지오, 오에 겐자부로 같은 세계의 석학들이 일찌감치 다녀간 명소이기도 하다. 북 하우스 안에 자리한 레스토랑 ‘포레스타’가 최근 1만2천여권의 책을 소장한 북카페로 새 단장을 했다. 빳빳한 새 책들이 바닥부터 천장까지 빼곡하게 도열한 이 바벨의 도서관은 높이 6미터, 길이 20미터의 책장으로 일단 보는 이를 압도한다. 영국 웨일스의 ‘헤이온 와이’를 비롯해 유럽의 유수 책 마을을 답사해온 대표의 평생 숙원이 녹아든 곳으로, 리영희 저작집, 함석헌 전집 등을 비롯해 1990년대 이후 출간된 주요 양서들을 마음껏 열람할 수 있다. TEL 031-949-9303 www.bookhouse.co.kr 고서의 향기와 함께, 윌리엄 모리스 북 뮤지엄책의 물성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장담하건대, 들어서는 순간 아찔한 황홀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규모는 그리 크지 않지만, 한번 가면 두세 시간은 너끈히 보내게 되는 박물관. ‘윌리엄 모리스 북 뮤지엄’이 그것이다. 19세기 영국에 윌리엄 모리스라는 사람이 있었다. 시인이자 화가이며, 디자이너이자 공예운동가이기도 했던 그는 산업혁명 이후 대량생산이 가져온 예술의 기계화를 애통해하며, 수작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미술공예운동’을 일으켰다. 북 하우스의 자매격인 이곳은 모리스가 자신의 출판 공방 ‘켐스콧 프레스’를 통해 펴낸 책 전권을 수장하고 있다. 대부분 한 권당 2백~3백 권 정도만 발행된 희귀본으로, 장서가들이 열광하는 과 도 갖춰져 있다. 고딕풍 서체와 식물 문양이 뒤섞인 활자, 최고급 삼베 위에 그려진 정교한 삽화, 어린 송아지 가죽 장정으로 마무리된 모리스의 책은 수작업의 극치다. TEL 031-949-9300 자연친화적 삶, 논밭예술학교무른 흙길 밟으며 사는 얘기 나누고, 직접 기른 채소로 찬거리도 만들고, 그러다 지치면 뜨끈한 온돌방에서 쏟아지는 별무리를 이불 삼아 잠들 수도 있는, 참 ‘자연’스러운 학교. ‘논밭예술학교’는 ‘농사가 예술이다’를 모토로 농사의 창조성을 전해 온 쌈지농부가 기획한 생태문화공간이다. 박기원, 이진경, 천대광, 최정화 등 평소 자연과 친분(?)이 두터운 작가 7인이 디자인한 7개의 공간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각 공간마다 작가들의 ‘착한’ 상상력이 넘쳐흐른다. 텃밭이 내려다보이는 ‘논갤러리’와 ‘밭갤러리’에서는 농부의 마음으로 작품을 일구는 작가들의 순박한 작품을 볼 수 있으며, 천대광 작가가 빗줄기를 콘셉트로 작업한 ‘장마다방’은 패자제로 완성된 곳이라 더 의미 있다. 좀 느긋한 일상이 그리울 땐 시계도 TV도 없는 ‘아트룸’에서 하룻밤 청해보는 것도 괜찮다. 시원한 창 너머로 편백나무 향이 흘러드는 ‘하늘’ 방, 황토를 쌓아 구들을 놓은 ‘풀벌레소리’ 방 등 종류도 여러 가지다. TEL 031-945-2720 www.논밭예술학교.kr 게스트하우스의 혁명, 요나루키헤이리의 게스트하우스는 급이 다르다. 운치는 기본이요, 건물 연면적의 3분의 2 이상을 문화 공간으로 할애해야 하는 특유의 건축지침에 따라 대부분의 숙소가 기본적으로 갤러리와 카페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최근 헤이리에 들어선 새 식구 ‘요나루키’는 여기에 ‘스파’라는 플러스알파를 선택했다. 20년 넘게 청담동에서 일식집, 바 등을 운영한 대표는 오랫동안 벼린 감각을 바탕으로 객실 전체를 미니멀하게 꾸몄고, 작가들의 회화나 사진만을 인테리어 요소로 허락했다. 화룡점정은 야외 테라스에 마련된 노천 히노끼 스파. 숲처럼 꾸며진 테라스에서 밤하늘을 바라보며 스파를 즐길 수 있는 이 시설 덕분에 주말이면 늘 예약이 꽉 찬다. 노출 콘크리트 건물이 즐비한 헤이리에 가볍고 경쾌한 느낌의 게스트하우스가 들어섰다는 점도 이색적이다. 패널 사이사이로 빛과 바람이 스며들게 한 건축 구조가 흥미롭다. 요나루키는 본동과 카페동 두 공간으로 나눠져 있다. TEL 031-959-1122 www.yonaluky.com 역사 속으로 떠나자, 타임 앤 블레이드이곳에 가면 다음과 같은 아포리즘에 고개를 끄덕이게 될 것이다. ‘시간과 칼을 잘 다루는 사람이 역사를 지배 한다.’ 시계와 칼 박물관인 ‘타임 앤 블레이드’는 목요일에서 일요일 사이에만 문을 연다. 왕의 얼굴과 독수리의 날개, 사자의 몸이 합쳐진 기이한 생물체가 입구를 지키고 있는 이곳에는 책과 잡지에서는 볼 수 없는(!) 진기한 시계와 칼 천여 점이 전시되어 있다. 1층에는 18~19세기의 기계식 시계들이 즐비한데, 모든 수집품은 이동진 대표 한 사람이 50년 가까운 세월동안 조금씩 모아온 것이다. 장영실의 해시계부터 스위스 장인의 기계식 회중시계까지 종류도 천차만별. 거북이 등껍질로 케이스를 만든 파텍 필립, 프랑스와 독일의 시계마을에서 수집한 오메가와 피아제, 바이킹의 용맹함을 닮은 항해용 시계 등 돈 주고도 못 구할 희귀한 시계들이 걸음을 멈추게 한다. 한편 2층은 그야말로 칼의 전당. 인류의 탄생과 함께 생존 도구로 쓰였던 칼의 변천사는 곧 권력 이동의 역사이기도 하다. TEL 031-949-5675 www.time-blade.com*자세한 내용은 엘라서울 본지 5월호를 참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