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판타지의 끝, 쿠튀르 컬렉션

평범한 일상에 다시 찬란한 꿈을 꾸게 하는 새 시즌 쿠튀르 컬렉션 이모저모.

BY김미강2021.07.29
 
 

Couture

Dreaming  

 

BALENCIAGA 

쇼를 보고 가슴이 뛴 건 정말이지 오랜만이었다. 1967년 이후 54년 만의 쿠튀르 쇼이기에 더욱 의미 있는, 뎀나 바잘리아의 쿠튀르 컬렉션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시절 살롱을 복원한 공간을 배경으로 오직 카메라 셔터 소리와 모델들의 걸음 소리가 이어진 런웨이는 생경하면서도 창조적인 에너지로 충만했다. 아이코닉한 가죽 장갑과 포플린 셔츠, 유려한 테일러링이 뎀나의 손을 거쳐 동시대적 코드를 반영한 ‘뉴 발렌시아가 룩’으로 탄생했다. 쇼의 백미는 베일을 뒤집어쓴 브라이덜 룩.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의 마지막 디자인을 차용한 룩은 시공간을 초월하는 아름다움으로 뭉클한 감동을 선사했다. 

 

CHANEL 

버지니 비아르가 이끄는 샤넬 컬렉션의 중심엔 늘 가브리엘 샤넬의 정신이 굳건히 자리한다. 인상주의 화가들의 작품이 떠오르는 룩을 입은 가브리엘 샤넬의 자화상이 이번 쇼의 주요 테마. 파리 갈리에라에서 펼쳐진 쇼엔 화가들의 붓질이 느껴지는 디테일과 층층이 쌓여 은은하게 배어 나오는 듯한 컬러의 룩이 연이어 등장하며 낭만적인 순간을 선사했다. 여기에 영국 왕실풍의 웨딩드레스를 입은 마거릿 퀄리의 피날레까지, 시종일관 지극히 샤넬다웠던 장면.
 

FENDI 

‘최애’ 영화감독으로 꼽히는 루카 구아다니노가 펜디와 섬세하게 아름다운 컬렉션을 선보였다. 막스 리히터의 음악이 더해지니 결과물은 말해 무엇 하리. 영화감독 피에르 파올로 파솔리니에게서 영감받아 구성한 컬렉션은 건축적이면서도 서정적인 실루엣과 소재로 완성됐다. “당시 로마는 세상의 중심이었고, 그곳에 살았을 수많은 사람, 현재 이곳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과 함께하고 싶었다”고 전한 킴 존스의 포부가 명징하게 빛났던 쇼.  
 

JEAN PAUL GAULTIER

다시 돌아온 장 폴 고티에가 오트 쿠튀르 컬렉션의 첫 번째 객원 에디터로 사카이의 아베 치토세와 함께했다. 두 가지 이상의 소재와 패턴을 모던하게 재조합하는 솜씨로 유명한 아베 치토세와 장 폴 고티에의 협업이라니! 공개 전부터 큰 화제를 모았던 컬렉션은 기대 이상의 결과물로 찬사를 받았다. “매우 극적이고 잊지 못할 경험이었어요. 고티에와 제가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도 무척 순조로웠고요.” 첫 오트 쿠튀르를 마친 소감을 전하는 아베 치토세가 전했듯, 두 디자이너의 코드가 부드럽게 충돌하며 조화를 이룬 룩은 최근에 본 가장 완벽한 협업으로 기억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