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 샤넬 쿠튀르 쇼 || 엘르코리아 (ELLE KOREA)
FASHION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 샤넬 쿠튀르 쇼

팬데믹 이후 첫 오프라인 쇼를 선보인 샤넬의 오트 쿠튀르 컬렉션.

방호광 BY 방호광 2021.07.27

Drawing

HOPE

 
프랑스 파리는 3차 록다운을 지나 18개월 동안 지속된 팬데믹의 끝이 보이는 시점, 이전 시즌에는 다양한 영상 기법으로 디지털 컬렉션을 진행했던 오트 쿠튀르 쇼가 드디어 오프라인 패션쇼로 돌아왔다. 샤넬은 그랑 팔레 대신 샤넬 하우스에서 후원하는 파리패션박물관 팔레 갈리에라(Palais Galliera)로 옮겨 2021~2022 F/W 오트 쿠튀르 컬렉션을 선보였다. 이번 쇼는 오랜만에 오프라인으로 진행한 ‘샤넬 쇼’라는 데 큰 의미가 있다.  
 
 
 
가브리엘 샤넬의 회고전에서 만날 수 있었던 완벽한 아름다움처럼 패션의 정수를 보여주는 오트 쿠튀르를 이곳에서 선보인다는 건 어쩌면 굉장히 자연스러운 선택일 수도 있다. 빛과 그림자가 아름답게 도드라지는 포토그래퍼 미카엘 얀손(Mikael Jansson)의 렌즈에 담긴 팔레 갈리에라 전경 사진이 담긴 초대장은 컬렉션의 우아함을 상상할 수 있게 해줬다. 컬렉션을 기념하는 포토 앨범 역시 포토그래퍼 미카엘 얀손이 배우이자 샤넬 앰배서더인 마거릿 퀄리(Margaret Qualley)를 촬영한 사진을 담았다. 브랜드와 오랜 인연을 이어온 소피아 코폴라와 로만 코폴라가 패션쇼 티저와 영상을 감독해 큰 화젯거리가 됐다. 
 
지난 7월 6일 오전 팔레 갈리에라는 시적이고 낭만적인 실루엣으로 가득했다. 샤넬의 아티스틱 디렉터 버지니 비아르는 “가브리엘 샤넬이 80년대 스타일의 드레스를 입은 자화상을 발견한 순간 바로 그림이 떠올랐다”며 이번 컬렉션의 영감을 설명했다. 컬렉션의 핵심은 그림이었다. 그녀의 말처럼 베르트 모리조(Berth Morisot), 마리 로랑생(Marie Laurencin) 그리고 에두아르 마네(Edouard Manet)의 그림에서 영감받은 37개의 실루엣이 담긴 컬렉션을 창조해 냈다. 가브리엘 샤넬 회고전에서 샤넬의 발자취와 역사를 다룬, 고전적이고 클래식한 드레스부터 모던한 디자인의 수트까지, 각각의 피스는 패브릭의 텍스처 그리고 한 땀 한 땀 장인들의 손길을 담은 테크닉을 통해 모두를 오트 쿠튀르의 감동으로 이끌었다. 
 
한 폭의 인상주의 작품처럼 보이는 오프 숄더 드레스.

한 폭의 인상주의 작품처럼 보이는 오프 숄더 드레스.

 
오트 쿠튀르의 정수를 보여주는 장인 정신.

오트 쿠튀르의 정수를 보여주는 장인 정신.

 
버지니 비아르가 거론한 인상주의 작품에서 영감받은 드레스, 하나의 예술 작품 같은 스커트, 모리조의 작품에 등장하는 것처럼 블랙 리본으로 포인트를 준 긴 화이트 새틴 드레스, 반짝이는 시퀸 트위드 재킷과 스커트, 오간자 깃털로 장식한 롱스커트, 플라워 장식의 모자까지 이번 컬렉션은 그야말로 화가들의 작품이 고스란히 연상되는 피스들로 가득했다. 샤넬의 시그너처인 트위드조차 페인팅의 텍스처를 연상시키는 예술적인 모습으로 보여주었으니 말이다. 버지니 비아르는 자신이 추구하는 남성성과 여성성의 믹스는 프렌치 스타일과 영국적인 느낌이 믹스됐으며, 이런 트위스트는 그녀의 스타일을 제대로 정의하는 요소라고 덧붙였다.
 
클래식한 트위드 재킷과 베르트 모리조의 그림에 등장하는 듯한 블랙 리본 장식.

클래식한 트위드 재킷과 베르트 모리조의 그림에 등장하는 듯한 블랙 리본 장식.

 
마치 인상주의 화가의 붓 터치를 연상시키는 트위드 수트.

마치 인상주의 화가의 붓 터치를 연상시키는 트위드 수트.

 
오프닝 룩으로 등장한 드라마틱한 시퀸 트위드 코트와 깃털 장식 스커트.

오프닝 룩으로 등장한 드라마틱한 시퀸 트위드 코트와 깃털 장식 스커트.

 
폼폰, 시퀸, 깃털 장식으로 그림 같은 룩을 완성했다.

폼폰, 시퀸, 깃털 장식으로 그림 같은 룩을 완성했다.

 
버지니 비아르는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샤넬 하우스가 가지고 있는 테크닉과 장인 정신을 그대로 간직하면서 그녀만의 현대적 터치를 가미하는 데 탁월한 실력을 뽐내며 참석자를 놀라게 했다. 오래된 스톤 컬러로 둘러싸인 팔레 갈리에라는 무채색인 파리의 겨울을, 그 안에서 만난 샤넬 컬렉션은 다양한 파스텔컬러가 어우러져 따뜻하고 화사한 봄날을 연상케 했다. 레너베이션 중인 그랑 팔레가 아닌, 팔레 갈리에라의 마당이야말로 따뜻한 느낌을 주는 컬렉션을 원한 버지니 비아르의 바람을 보여주는 완벽한 장소였다. 원형으로 둘러싸인 팔레 갈리에라의 옥상에서 내려와 정원을 돌아가는 모델들은 한없이 우아했다. 
 
샤넬 쇼의 음악을 담당하는 사운드 디자이너 미셸 고베르의 비트 있고 활기찬 음악과 한없이 가볍고 우아한 의상들의 대조적인 모습은 소피아 코폴라의 영화 〈마리 앙투아네트〉 분위기를 연상시키기도. 항상 웨딩드레스로 끝을 맺는 샤넬 쇼의 피날레는 배우이자 브랜드 앰배서더인 마거릿 퀄리가 장식했다. 긴소매와 둥근 목선, 어깨 라인은 전통적 실루엣의 진수를 보여주는 동시에 화려한 스팽글로 장식된 베일과 등이 깊게 파인 디테일은 또 다른 매력을 선사했다. 수줍은 신부처럼 걸어 나오는 그녀의 모습은 모두의 탄성을 자아냈으며, 쇼 피날레는 아름다운 웨딩의 끝처럼 하늘 아래 떨어지는 꽃송이들과 마거릿이 던진 부케를 끝으로 완벽한 쇼를 보여주었다.
 
포토그래퍼 미카엘 얀손이 담은 마거릿 퀄리.

포토그래퍼 미카엘 얀손이 담은 마거릿 퀄리.

 
카멜리아, 깃털, 플라워 코르사주로 장식한 모자.

카멜리아, 깃털, 플라워 코르사주로 장식한 모자.

 
동화적인 피날레를 장식한 웨딩 가운.

동화적인 피날레를 장식한 웨딩 가운.

 
8개월 동안 이어지고 있는 팬데믹으로 기존 패션 월드의 패턴이 완전히 바뀌었고, 동시에 우리가 의도하지 않았던 환경에 적응해 나가며 패션계의 노력과 희생이 계속된 시간이기도 했다. 그런 의미에서 F/W 오트 쿠튀르 컬렉션임에도 밝고 화사한 파스텔컬러가 주를 이룬 이번 컬렉션들은 어떻게 보면 패션계가 짊어지고 있는 과거의 걱정을 극복하고 우리 앞에 다가올 밝은 미래를 보려는 의지와 희망을 보여주고 싶었던 건 아닐까. 이번 오트 쿠튀르 컬렉션은 어두운 터널을 지나 좀 더 밝은 미래를 샤넬의 우아한 언어로 꿈꿀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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