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dicted
to
isolation

BC; Before Corona
」AC; After Corona
」처음 본 사람들에게 나를 어필해야 한다는 부담 없이 그저 더 편안한 ‘나 자신’으로 존재할 수 있다니! “고독에 새롭게 길들여지고, 새로운 만족감을 발견한다는 건 좋은 일입니다. 스스로 삶에 깊이와 의미, 성취감을 더할 수 있기 때문이죠.” 심리학자 벨라 드 파울로(Bella de Paulo)의 설명이다. 심리학자 폴린 레니 페이튼(Pauline Rennie-Peyton) 박사 역시 이에 동의한다. “말하자면 지금의 팬데믹은 ‘내가 누구인지’에 대한 정체성을 확립해 가는 시간입니다. 무엇이 ‘나’를 기분 좋게 만드는지, 타인이 당신에게 기대하는 ‘군중 정체성’과는 완전히 다른 개념이죠.” 혼자만의 시간, 고독, 다 좋다. 하지만 새로운 걱정이 고개를 든다. 팬데믹 종식 후 다시 사회생활에 합류했을 때 새롭게 터득한 정체성이나 자아에 대한 감각을 잃을까 하는 우려. 사회 집단에서 대세가 되지 못하고 ‘아싸’가 될까 두려워하는 포모(FOMO; Fear of Missing Out) 증후군이 이제는 오히려 ‘인싸’가 되길 어색해하는 사교모임 공포증, 일명 포고(FOGO; Fear of Going Out) 증후군으로 바뀌어버린 것이다. “예전처럼 행동하거나, 아니면 록다운 기간 동안 새롭게 발견한 삶의 균형을 원하거나. 이는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에요.” 폴린 박사는 코로나19가 종식된 이후 우리 모두에게 선택의 여지가 있음을 상기시킨다. 정신건강을 연구하는 심리학자 아비가엘 산(Abigael San) 박사의 조언에도 귀 기울여보자. “적극적인 사회 참여 아니면 온전한 고립. 선택지가 이 두 가지만 있다는 생각에 사로잡히지 마세요. 사람들과 다시 만나 연결된다는 생각에 너무 압도당하지 않는 것이 중요해요.”
〈외로운 도시 Lonely City〉의 작가 올리비아 랭(Olivia Laing)은 ‘우리는 사회적 접촉과 군중을 갈망하는 동시에 두려워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 적은 바 있다.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면서도 사람들 틈에 있을 수 있는 방법으로 미술관에 가는 걸 들 수 있어요. 소셜라이징과 내적으로 조용한 시간을 보내는 것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건 결코 쉽지 않지만, 이렇게 소소한 방법부터 시작하면 좋겠죠. 스케줄을 꼼꼼히 기록하세요. 지나치게 유흥이나 재미만 추구하는 일정으로 일상을 채우지 않도록 신경 쓰기 위해서라도 말이죠.” 나는 누에고치 상태에서 벗어나 균형 잡힌 나비가 되고 싶다. 지난 1년간 쾌락과는 거리가 먼 생활을 하면서 나름 신비롭고 세련된 여성으로의 변신을 꿈꿨다. 책 한 권을 동반자처럼 늘 곁에 두고서, 혼자 외출하고, 혼자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더라도 전혀 위축되지 않는 그런 여성! 하지만 앞으로 얼마나 더 오래 테킬라와 춤, 유흥과 쾌락으로부터 저항할 수 있을까? 친구들과 낯선 사람들이 가득한 곳에서 부대끼며 고립과 관계 맺음 사이의 균형감을 실현하는 생활이 과연 가능할까? 이 궁금증에 대한 답을 알기 위해서라도 코로나19가 종식되기만을 간절히 기다리는 수밖에 없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