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C 수목 드라마 〈미치지 않고서야〉
MBC 수목 드라마 〈미치지 않고서야〉는 정글 같은 직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분투하는 N년차 직장인들의 희로애락을 담은 작품. 첫 화부터 권고사직 장면으로 시작하는 이 드라마의 최대 미덕은 ‘현실적’이라는 겁니다. 전자회사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쫀쫀하고 사실적인 일터의 이야기는 매일 어디론가 출퇴근하는 이들에게 깊은 공감을 일으킵니다.
특히 사회 초년생들의 성장기가 아닌, 중년 직장인들의 애환을 다뤘다는 점에서 더욱 색다른 오피스 드라마. 한때 잘나가는 개발자였으나 뜻하지 않게 인사팀으로 밀려난 ‘최반석(정재영)’은 ‘올해의 짠내 나는 주인공’ 상을 받을 만합니다. 최반석과 그의 동료들은 회사를 위해 청춘을 바쳤으나 세월이 흐르며 자연스레 도태되어 ‘정리되어야 할’ 퇴물 취급을 받는, 기업의 논리와 사내 정치에 휘둘리며 ‘짤리지 않기 위해’ 전전긍긍하는, ‘워라밸과 가성비를 중시하는’ 후배들과 어쩔 수 없이 세대 차이를 느끼는 숱한 직장인을 떠올리게 합니다. 이 비정한 직장의 세계에서 남다른 뚝심과 노련함을 지닌 최반석이 살아남을 수 있을지가 주요한 관전 포인트.



연애나 불륜 소재를 중심에 내세우지 않고, 이렇게 중년의 여성 직장인의 (일하는) 모습을 세밀히 담아낸 드라마는 흔치 않지요. 그리고 이렇게 본인과 딱 떨어지는 역할을 맡아 신명 나게 연기하는 문소리 배우를 드라마에서 실컷 보는 게 얼마만인지! 두말할 필요 없는 문소리 배우의 생활 연기, 그리고 〈메기〉나 〈여배우는 오늘도〉에서 엿봤던 코믹하고 능청스러운 매력이 당자영이란 캐릭터를 살아 숨쉬게 만듭니다.

문소리 배우가 연출, 각본, 주연을 맡은 〈여배우는 오늘도〉 포스터
“저는 미친 짓을 많이 했어요. 그 중 최고는 연기를 한다고 했던 거였어요. 연기를 배우지도 않았고 누가 봐도 영화배우 외모도 아닌데, 연기에 대한 마음을 품고 〈박하사탕〉 오디션을 보러 갔어요.” 〈미치지 않고서야〉 온라인 제작 발표회에서 문소리 배우는 이렇게 말했죠. “인생에 큰일들을 할 때는 그 당시에 미치지 않고는 할 수 없는 것 같아요. 사랑에 미치고, 연기에 미친 거였죠. 그래서 남들이 뭐라고 하든 꿋꿋이 한 게 아닐까 싶어요.”
어떤 도전은 ‘미친 짓’처럼 보일 때가 있고, 누구에게나 ‘버티는 시기’가 필요합니다. 그 어느 때보다 환하게 빛나는 배우 문소리를 보며 ‘일하는 마음’을 가다듬어 봅니다.
+딴소리 하나. ‘일만 하는 드라마’라서 좋다고 생각했는데… 지난 7회에서 최반석과 당자영의 깜짝 키스 신을 보고 생각이 바뀌었어요. ‘연애도’ 조금 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정도윤 작가님.
+딴소리 둘. 당자영 외에도 신정아, 정성은, 어해미 등 한명전자의 매력적인 여성 사우들, 응원합니다!
+딴소리 셋. 〈미치지 않고서야〉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는 모르겠지만, 시스템에 일격을 가하는 반전을 기대해도 될까요? ‘미치지 않고서야’ 버틸 수 없다면, 그 조직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요? 일터에서 과로로 쓰러지고, 정리해고 당하고, 복직 투쟁을 벌이는… 어느덧 익숙해진 우리 사회의 단면들. 과연 이것은 자연스러운 걸까요? 월급쟁이로서 감내할 수밖에 없는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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