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프로 야근러'가 잠 못 드는 여름밤에 꺼낸 술 || 엘르코리아 (ELLE KOREA)

어느 '프로 야근러'가 잠 못 드는 여름밤에 꺼낸 술

이 온도, 이 습도, 이 열기. 달뜬 여름밤을 다독이는 술 한 잔.

전혜진 BY 전혜진 2021.07.16
 

Dear 

my  

Summer Insomnia

 
크로넨버그 1664 블랑
기자생활 21년 중 3분의 2를 야구 취재로 보냈다. 기자가 되기 전부터 야구장 외야에 앉아 캔 맥주를 홀짝이면서 경기 보는 일이 취미였던 나는 지금도 맥주를 사랑한다. ‘최애’ 맥주의 연대기도 꽤 긴 편인데 코로나, 벡스 다크, 시에라 네바다 IPA 등을 좋아하던 과거를 지나 요즘은 크로넨버그 1664 블랑을 마신다. 프랑스산 밀맥주이자 벨지안 화이트 스타일의 맥주로, 시트러스 향이 강하기는 하지만 끝 맛이 깔끔한 편. 한여름 밤, 야근이자 취미생활로 야구 경기를 관람할 때면 오렌지 껍질과 고수의 씨앗을 양조에 사용한다는 이 맥주에 콜라를 섞어 ‘맥콜’로 마시길 즐긴다. 김양희(〈한겨레〉 스포츠 기자)
 
쓰리폰테이넌 오드 크릭
한낮의 열기가 가시지 않아 후텁지근한 여름밤, 몸과 마음의 에너지가 방전된 채 집에 돌아오면 텁텁한 입 안을 상큼하게 헹구고 싶다는 생각뿐이다. 이때 떠오르는 술이 람빅. 람빅은 천연 효모로 자연 발효시켜 만든 벨기에 전통 맥주. ‘맥주답지 않게’ 탁하고 거품이 없다. 쿰쿰한 맛과 단맛이라곤 일절 없어 날카롭게 신맛이 더위와 일에 축 처진 나를 깨워준다. 람빅 맥주는 숙성 정도와 첨가물에 따라 여러 종류가 있다. 그중에서 체리를 섞은 크릭을 추천한다. 다른 람빅보다 신맛이 강렬해 한두 모금만 마셔도 기분이 ‘리프레시’된다. 물론 정신을 확 들게 하는 신맛 덕에 호불호가 갈리긴 하지만. 김선화(에피그램 마케팅팀)
 
발베니 12년 더블우드
위스키를 마시면 탄력이 생긴다. 얼음에 닿아 한껏 시원해진 온더록스 위스키 한 모금을 입에 머금었다 삼키면 고카페인 음료를 마신 듯 정신이 번쩍 든다. 발베니 12년 더블우드는 2개의 오크 통에서 숙성돼 한껏 우디하고 강렬하다. 목과 코에 은은하게 맴도는 오크 향이 한순간 무더운 날씨를 가른다. 밤마다 빼곡한 숫자에 정신을 집중해야 하는 일이 대부분인 나에게 긴장감을 불어넣는 묘약이랄까. 얼음이 녹아 과하게 희석되는 걸 원치 않는 날에는 물만 한두 방을 떨어트리기도 한다. 이종현(송지오 인터내셔널 영업기획팀)
 
에밀리아나 에코 발란스 소비뇽 블랑 2014
가볍고 드라이한 맛, 과일과 꽃 향을 품은 화이트 와인. 늦은 밤, 정신은 맑게 깨어 글을 쓰거나 편집하기에 안성맞춤인 컨디션이지만 몸이 살짝 가라앉아 있을 때 마신다. 적당한 산도와 신선한 촉감 덕에 일하는 밤, 워밍업용으로 딱 좋다. 유기농 와이너리인 칠레의 비네도스 에밀리아나에서 바이오다이내믹 농법에 근거해 빚었다는 사실도 매력적. 땅을 살아 있는 자원으로 귀히 여긴 포도밭에서 난 와인이라니. 건강한 정신 위에 피어난 술이기에 더욱 기분 좋게 마신다. 여기엔 1000일 동안 숙성한 네덜란드산 하우다 치즈 ‘란다나’를 곁들인다. 김모아 (〈밴라이프〉 작가)
 
윌리엄 다우니 캐시드럴 피노 누아 2019
새카만 보틀에 그려진 그림 한 점. 선선한 여름밤과 닮은 라벨에 한눈에 반했다. 윌리엄 다우니는 자연친화적인 힙스터 와인메이커인데, 그의 피노 누아는 일반적인 피노 누아와는 확연히 다른 풍미를 품고 있다. 내추럴 와인 같은 구석이 있어 레드 와인임에도 칠링해서 즐긴다. 치열한 일과를 마치고 남은 업무를 정리하는 밤, 에어컨 앞에 앉아 육포를 씹으며 차가운 캐시드럴 피노 누아를 홀짝홀짝 마시면? 화사하고 세련되지만 전형적이지 않은 맛이 열기로 가득한 몸과 마음을 서늘하게 쓰다듬는 것 같다. 손경원(CSR 와인 마케팅팀)
 
오미로제 연  
워킹 맘이라 아이가 잠들고 나면 다시 남은 업무를 시작한다. 깊은 밤, 누구의 방해도 없이 편안한 마음으로 잔뜩 식힌 오미로제 연을 한 잔 홀짝이며 랩톱을 열면 잡념이 사라진다. 비로소 나만의 시간이, 업무의 두 번째 챕터가 매끄럽게 열리는 기분. 오미로제 연은 국내산 오미자로 만든 스파클링 와인, 특유의 새콤달콤한 맛이 일하는 여름밤을 더욱 청량하게 만든다. 얼음처럼 차가운 온도와 적당한 단맛, 신맛 그리고 알코올. 여름밤의 텐션을 올려줄 음료로 이만한 게 없다. 이민지(광주요그룹 홍보팀) 
 
디디에 샤파르동 졸리 서프라이즈
아마도 내 몸의 70% 정도는 치즈와 와인으로 이뤄져 있을 거다. 많이도 마시고, 먹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와인과 치즈가 고픈 나는 여름밤마다 와인 냉장고로 손을 뻗는다. 디디에 샤파르동 졸리 서프라이즈는 내추럴 화이트 와인이다. 적당히 달달해서 마치 프루츠 칵테일 같은 과일 향이 폭발적으로 뿜어져 나온다. 미세한 버블이 있어 더운 날씨와 야근의 스트레스를 날려버리기에 제격. 시드르 같은 뉘앙스가 있기에 노르망디 지역에서 만든 연성 치즈와 궁합이 좋다. 최대한 차갑게 해 카망베르 치즈와 함께 맛보기를. 이효원(유어네이키드치즈 대표)
 
오하우 워번스톤 소비뇽 블랑 2019  
집에 돌아와 소파에 홀로 헤드셋을 끼고 앉아 한 잔 마실 때, 내 밤은 그때부터 시작이다. 여름에는 화이트 와인을 손에 달고 밤을 보내는데 요즘은 뉴질랜드 소비뇽 블랑을 데일리 와인으로 섭렵하는 중이다. 최근에는 오하우 와인즈의 워번스톤 소비뇽 블랑을 가장 즐긴다. 엄격하게 수작업으로 포도를 선별하고 와인의 5% 정도를 추가적으로 오크 통에서 숙성시킨다는 오하우 와이너리가 궁금해서 처음 마셔본 것이 바로 이 소비뇽 블랑. 높은 밀도와 길게 이어지는 산미, 상큼하게 터지는 라임, 오렌지 등의 과실 향까지, 야근했다는 사실조차 잊게 하는 기분 좋은 술이다. 박재용(포토그래퍼)  
 
포필라스 블러디 시라즈 진
진은 보통 40도 내외다. 노동의 고달픔을 잊을 수 있는 알코올 도수를 가졌다. 스트레스를 잊고 싶을 땐 술을 ‘벌컥벌컥’ 마셔야 제맛이니, 일과 더위에 지친 밤에는 반드시 진에 얼음과 토닉을 더한다. 생맥주 못지않게 시원하고 칼칼한 청량감을 느낄 수 있다. 호주산 시라즈 포도를 사용해 빚은 블러디 시라즈 진은 포도의 달콤한 향이 진 특유의 시트러스한 향과 어우러진, 붉은색의 진이다. 레몬 한 조각을 넣으면 더욱 산뜻하게 마실 수 있다. 진과 토닉의 비율은 남은 일의 양에 따라 조율하는데, 야근이라는 사실을 아예 잊고 싶을 때면 고민할 것 없이 스트레이트로 마신다. 황민영(뷰티 스페셜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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