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고 싶은 4개의 도시와 향수 || 엘르코리아 (ELLE KOREA)
BEAUTY

떠나고 싶은 4개의 도시와 향수

베니스에서 파리를 거쳐 에든버러까지. 향기로 떠나는 랜선 여행.

김지혜 BY 김지혜 2021.07.07
 

Scenes

From 

Afar 

 

Venice

 
베니스에서 곤돌라를 타고 있던 어느 영국 귀족은 물만 바라보며 운하를 지나는 것에 싫증을 느껴 베니스 심장부에 꽃이 만발한 정원을 만들었다. 붉은 벽으로 둘러싸인 이 정원은 시원한 그늘과 몽상의 달콤함을 선사했고, 정원의 존재를 모른 채 기분 좋은 향기에 취해 그곳을 산책하는 이가 많아졌다…. 프레데릭 이든(Frederic Eden)의 저서 〈베니스의 정원〉에 등장하는 내용이다. 조향사 크리스틴 나이젤(Christine Nagel)은 이 신비롭고 비밀스러운 정원 이야기를 모티프로 백합과 목련, 섬엄나무의 향이 담긴 고요하고 부드러운 자신만의 정원을 완성했다. 
운 자르뎅 수르 라 라군 오드 뚜왈렛, 100ml 16만8천원, Hermès.
 
루이 비통 메종 수석 조향사 자크 카발리에 벨트뤼(Jacques Cavallier Belletrud)가 5년 동안 용연향이 가진 앰버 노트에 애정을 갖고 탄생시킨 향수. 있는 그대로 원재료를 표현하는 것에 집착하는 그가 새벽빛의 우아한 지중해 풍경을 그린 향 속에는 앰브록스와 시트러스의 대조적인 향을 중심으로 생강, 베르가못, 네롤리까지 각자의 방식으로 아름다움을 드러낸다. 
이마지나시옹, 100ml 38만원, Louis Vuitton. 


Los angeles

 
한 손엔 강렬한 태양으로 녹아내린 아이스크림과 도로를 따라 늘어선 달콤한 캔디 숍들, 반대편에 마주한 눈부신 해변까지. 태양의 도시 LA 해변가를 거닐 때 느꼈던 더없이 행복한 여름이 그대로 담겨 있다. 캘리포니아 오렌지, 레몬, 네롤리, 코튼 캔디의 조합이 싱그럽고 풍성한 달콤함을 선사한다. 
선데이즈드 오 드 퍼퓸, 100ml 33만원, Byredo.
 
크리미하고 관능적이며 여운이 오래가는 튜베로즈 본연의 향을 구현한 향수. 이를 위해 프레데릭 말과 조향사 도미니크 로피옹(Dominique Ropion)은 18개월간 690번의 시도 끝에 신선하면서도 원초적 욕망이 레이어드된 향을 탄생시켰다. 여러 차례 캘리포니아로 여행을 떠났던 프레데릭 말의 경험을 토대로 짙은 꽃향기를 따라 멜론과 코코넛의 달콤한 잔향이 더해졌다. 한 번의 펌핑만으로 뜨거운 태양 아래 송골송골 맺힌 땀방울, 도시 특유의 나른함과 에로틱한 끈적임이 온몸을 감싼다. 
카넬 플라워, 100ml 43만원, Editions de Parfums Frederic Malle.


Paris

 
역사적 유산들을 새로운 방식으로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기 위해 추진된 불리 1803과 루브르 뮤지엄 프로젝트 중 하나로 장 오귀스트 도미니크 앵그르(Jean Auguste Dominique Ingres)의 ‘발팽송의 목욕하는 여인’에서 영감받았다. 그림 속 우윳빛의 피부, 흘러내리는 물, 리넨 시트 같은 시각적 요소를 후각으로 표현하기 위해 오렌지 블러섬, 라벤더, 네롤리, 파촐리를 조합해 은은하고 절제된 플로럴 향기로 탄생했다. 
오 트리플, 발팽송의 목욕하는 여인, 75ml 23만원, Buly 1803.  
 
딥티크를 창립한 이브 쿠에랑(Yves Coueslant)과 크리스티안 고트로(Christiane Gautrot), 데스몬드 녹스-리트(Desmond Knox-Leet)는 연극과 건축, 회화에 종사하던 아티스트들로 1960년대 파리 생제르맹의 오르페옹 바에서 서로의 생각과 꿈을 공유했다. 제2의 사무실이기도 했던 오르페옹이 문을 닫게 되자 세 명의 창립자는 자신들의 추억을 영원히 기억하기 위해 터를 사들이며, 딥티크 부티크로 재탄생시켰다. 낮은 조도에 담배 연기가 자욱하고 세련된 음악이 흐르던 당시 오르페옹의 모습을 깊은 우드 향과 통카빈의 따스함으로 풀어냈다. 여기에 센슈얼한 재스민 앱솔루트의 잔향이 더해져 잊을 수 없는 그날의 분위기를 상기시켜 준다. 
오르페옹 오 드 퍼퓸, 75ml 22만원, Diptyque. 
 
2010년 〈어너더〉 매거진 편집장 제퍼슨 핵(Jefferson Hack)과 파리를 상징했던 편집 숍 꼴레트의 디렉터 사라 안델만(Sarah Andelman), 르 라보의 삼위일체로 완성된 향수. 500개 한정으로 만들어진 ‘어너더 13’은 중독적인 향으로 인기를 끌었고, 오로지 꼴레트에서 만날 수 있었다. 하지만 2017년 꼴레트가 추억 속으로 사라지게 되면서 이를 아쉬워했던 고객들의 요청에 힘입어 르 라보의 16번째 정식 향수로 합류했다. 앰브록스 베이스의 독특한 머스크 향으로, 12가지 원료를 더해 지금까지 브랜드의 아이코닉한 향수로 자리 잡았다. 
어너더 13, 100ml 35만5천원, Le Labo.
 

Edinburgh

 
1924년 가브리엘 샤넬은 연인이었던 웨스트민스터 공작 덕분에 끝없이 펼쳐진 녹음의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따스한 태양에 둘러싸인 교외의 자연 속에서 윈스턴 처칠과 카드 게임을 즐기고 연어 낚시를 즐겼다는 일화는 가브리엘의 에든버러 사랑을 뒷받침한다. 샤넬의 조향사 올리비에 폴주(Olivier Polge)는 스모키한 베티버와 상쾌한 주니퍼 베리, 이들을 감싸 안는 시더와 함께 바닐라로 따뜻함을 더한 향수를 창조했다. 스코틀랜드 시골의 여유로운 매력이 담긴 우디 아로마틱 향수로 우아하면서 편안함을 추구하는 가브리엘의 트위드 재킷을 향으로 승화시킨 느낌. 
레 조 드 샤넬 파리-에든버러, 125ml 19만5천원, Chanel. 

장엄하고 신비로운 잉글리시 오크 숲에서 크게 감명받은 조 말론 런던의 마스터 퍼퓨머 얀 바스니에(Yann Vasnier)는 로스팅한 베티버와 그린 헤이즐넛, 시더우드를 블렌딩해 촉촉히 비에 젖은 숲길을 산책하는 기분을 선사해 준다. 대지의 흙내음이 주는 매혹적인 향기를 맡고 있으면 로빈 후드가 은거한 숲에 다다른다.
잉글리시 오크 앤 헤이즐넛, 100ml 18만8천원, Jo Malone Lon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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