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숨결을 담은 '나무의 시간' | 엘르코리아 (ELLE KOREA)

목가구의 시간은 둘로 나뉜다. 디자인부터 오일을 바르는 시점까지, 만드는 이가 숨결을 불어넣는 시간. 그리고 쓰는 이의 손때가 묻으며 함께 나이 들어가는 시간. 가구의 종착지는 사람 곁이라 믿는 이들에게 가구의 재료는 늘 나무일 수밖에 없다.::김자형,박상순,이은주,모벨 플러스,권재민,엘라서울,elle.co.kr:: | ::김자형,박상순,이은주,모벨 플러스,권재민

나무의 본질잘려도 살아 있는 것. 나무는 계속 숨을 쉰다. 그래서 오일을 발라도 자연스레 틀어지고 크랙이 생긴다. 근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그런 걸 보면 새로 해달라고 하더라.작업에 즐겨 쓰는 나무월넛, 메이플. 나무는 다 좋다. 이번에 ‘브랜치’ 작업하면서 나뭇가지만 보고 다녔는데 벚나무가 예쁘긴 하더라.‘스티치’ 시리즈가 호응이 좋았다.7Kg 미만의, 튼튼하고 친환경적인 의자를 나무로 만들라는 과제를 받고 작업한 거다. 자투리 나무를 잇고 전통 규방 공예 조각보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스티치처럼 타카심을 박았던 게 잘 나온 거 같다.스티치 작업은 환경친화적이라 더 주목 받은 듯하다. 평소 환경에 관심이 많나?아버지가 환경공학 쪽에서 일하셔서 남들보다 많이 접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환경 문제는 디자이너뿐 아니라 모든 인간이 관심 가져야 할 문제다.크리틱을 자주 받는 편?학교 선후배, 가구 디자이너인 남자친구와 늘 이야기를 나눈다. 어머니도 감각이 좋으시고 고가구를 잘 보셔서 자주 보여드린다. 완전 냉정하게 얘기해주신다. 하하.아트와 디자인, 나는 지금 어느 지점에 있나?약간은 아트 쪽? 하지만 가구는 실용적인 거다. 가구에 예술적인 면이 더해지면, 생활하면서 예술과 부대끼게 된다. 벽에 걸린 그림을 감상하는 것과는 다르다.내가 생각하는 최고의 가구 디자이너조지 나카시마. 나무를 가장 아름답게 잘 다룬다.최근 구입한 물건얼마 전 여행 갔을 때 독일 앤티크 마켓에서 구입한 수공구들. 몇 백년 된 대패, 망치, 자 등. 나무와 나나무는 푸근하다. 0.1mm 정도는 틀려도 이해한다. 나무를 만지는 게 세상 이치 같다. 억지로 만지려 들면 튕기지만, 아니면 받아준다.가구란?세월을 함께 하는 친구. 내 아이와 몇 십년을 같이 밥을 먹고, 그러다 내가 죽더라도 내 아이가 여전히 앉아서 밥을 먹는, 그런 식탁 같은 것.가구를 통해 전하고 싶은 것가구가 마무리되는 순간은 완성이 아닌 시작이다. 완성된 게 있다면 빈 그릇이다. 쓰면서 채워나가는 거다.인아이 스튜디오의 가구가구는 사람을 이롭게 해야 된다. 우리끼린 ‘거리를 디자인한다’고 말한다. 집에서 쓰는 식탁이 비즈니스 테이블과 별반 다를 바 없다 보니 마주 보고 앉은 사람끼리 거리가 멀어진다. 그래서 테이블의 폭을 줄였다. 서랍장의 서랍 안쪽도 편백나무로 댔다. 물건을 넣어두면 향이 배도록. 가구에 여백이 있다.가구에서 수납 기능을 너무 강조하면 인간이 숨쉴 공간이 없어진다. 우리 여백은 공간 낭비가 아니라 정신적 여유라고 보는 게 맞다.두 사람의 취향이 비슷한가?(이은주, 이하 이) 나는 모던하고 직선적인 걸, 남편은 곡선적이고 추상적인 걸 추구한다. 처음에는 충돌이 심했는데 작업하고 얘기하다 보니 곡선과 직선이 같이 있는 작품이 나오더라.싸우지는 않나?(이) 무지 싸운다. 하하. 그래도 부부니까 숨김없이 마음대로 충돌할 수 있다. (박) 충돌에서 시작해서 합치점을 찾아가는 거다. 어느 순간 둘 다 마음에 드는 게 나올 때 희열이 엄청나다. 하던 일을 접고 가구를 만든다는 게 쉽지 않았을 듯.(박) 집사람은 원래 디자인을 했으니까 아주 큰 변화는 아니었다. 스스로 가구를 로망하기도 했고. 나는 화학을 전공했는데, 그 덕분에 인간에게 뭐가 유해하고 무해한지를 안다. 그래서 가구에 무해한 것들만 고집한다.라이프스타일에서 추구하는 것느리게 사는 걸 의도하진 않지만 미래보다도 현재를 살려고 노력한다. 악착 같이 벌어서 나이 들어서 좋은 요양 시설 가자, 이런 건 별로다. 내일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행복 때문에 지금 이 순간을 희생하긴 싫다. 어떻게 만났나?가구 학교 동기들 중 마음 맞는 사람들이 뭉쳤다. 작업은 각자 하지만 늘 의견을 주고 받는다. 근데 목수 하려고 모인 건지 놀려고 모인 건지. 하하. 날 따뜻하면 산에도 가고 여행도 다닌다.왜 목가구인가?(김정현, 이하 김: 원래 가구에 관심이 많다. 나무는 따뜻한 느낌이 있는 소재라 좋다. (전형민, 이하 전) 혼자 만들 수 있는 범위에서 스케일이 크면서도 비교적 다루기 쉬운 게 가구라서. 나무 가공하는 일을 하신 아버지 영향도 받았고. (강태영, 이하 강) 인테리어 디자인을 전공하기도 했고 내가 디자인한 걸 직접 만들고 싶었다. (신철민, 이하 신) 가구를 만들면 행복하다. 땀 흘리고 먼지로 뒤범벅되도.작업에 자주 쓰는 나무(김) 애시, 메이플, 월넛. (강) 레드 오크, 월넛. (최) 오크, 애시. 결이 예쁘다. 오크는 원래 위엄 있다기보다는 오래 쓰이면서 위엄을 찾아가는 거 같다. (신) 레드 오크.작업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김) 공간과의 조화. (신) 마음? (복한 마음으로 만들어야지, 안 그러면 알게 모르게 티 난다. 그리고 안전언젠가 한번 꼭 만들어보고 싶은 것(신) 배.(김) 내 집에 놓을 가구, 내 가족이 쓸 가구. (강) 앉을 수 없는 의자, 실용성 없는 선반 같은 역설적인 가구. 왜 목가구인가? 이전에 볼 수 없었던 형태의 가구를 전통적인 재료와 기법으로 직접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는 콘크리트 가구를 만든 적도 있다!뒤늦게 발견한 나무의 매력인간이랑 비슷해서 친숙하다. 오래 가는 가구를 만들고 싶다면 금속이나 돌로 만드는 게 맞는데, 언젠가 썩고 부식하고 사라져버릴 재료를 자꾸 쓰는 이유가 그거 같다.테이블과 조명, 벤치와 옷걸이 등 두 가지가 결합된 작품이 위트 있다.‘앉는다’는 행위를 떠올렸더니 영화 같은 데서 보면 누굴 기다릴 때 항상 벤치 옆에 가로등이 따라 나오지 앉나. 일종의 서정적 느낌을 가져오려 한 거다. ‘위트’라고 말한 건 그 뒤에 생긴 기능 때문일 거 같다.‘아트 퍼니처’라는 단어에 대한 생각외국에서는 굳이 쓰자면 ‘디자인 아트’라고 하는데, 차라리 그게 맞는 거 같다. ‘내가 가구를 디자인하고 만들기도 한다’는 거지 딱히 ‘아트’라고 할만 한 게 있는 건 아니지 않나. 정말 대가라면 몰라도.요즘 작업‘크랙’ 시리즈. 터지고 갈라진 나무 형태를 그대로 이용한다. 갈라진 문틈 사이로 햇빛이 들어오는 걸 촬영한 사진을 보고, 아, 나무란 게 원래 저렇게 터지고 갈라지는 거구나 싶었다. 전처럼 나무를 매끈하게 깎고 다듬으면서 정복하려고 들기 보다 있는 그대로 물성을 드러내려 한다.눈여겨 보는 디자이너독일의 어네스트 감펄.가장 아끼는 도구황금색의 서양식 대패. 저걸 사면서 공구에 관심이 생겨서 이것저것 사게 되고 그래서 더 열심히 작업하게 됐다. 제일 자주 쓰기도 하고. 그 자체로도 클래식하고 멋지다.*자세한 내용은 엘라서울 본지 4월호를 참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