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전략적인 언변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 늘 하던 대로 솔직한 생각을 드러냈다가는 나의 금전적 정신적 이득에 적잖이 손해를 볼 수 있는 그런 상황에 누구나 마주하게 된다. 많은 케이스가 있겠지만 대표적으로 세 가지다. 면접을 볼 때, 부동산에 갈 때, 그리고 소개팅을 할 때다. 이 세 케이스에서는 언어의 선택과 강약, 타이밍이 중요하다.
「 면접장에서 – 정방향의 허언 – 100을 알아도 120을 말하라
」 그동안 갈고닦아온 허언의 집약본을 제대로 발산하는 자리라 할 수 있다. 겸손은 금물이되, 자만과 거만으로 떨면 실체가 뽀록(?)날 수 있으니 적당히 아는 척하고 자신 있는 척 하라. ‘할 수 있다’ ‘자신 있다’ 류의 패기만 가득한 멘트는 면접관들에게 인상을 주지 못한다. 구직을 향한 이글이글한 눈빛과 힘찬 대답은 질리도록 보아왔을 터다. 제대로 얼굴도장을 찍으려거든 임팩트를 남길 강한 워딩 몇 가지를 준비하라. 날카로운 분석과 적절한 비유, 사회경제 트렌드를 관통하는 요즘 용어, 같은 말이라도 살짝 외국어로 변환하는 것도 좋다.
“과거의 영화만 믿고 있다가는 00 회사처럼 되지 않겠습니까? 백제의 몰락 아닐까요?”
“이러한 치킨 게임 상황에서 누가 먼저 트리거를 당기느냐가 관건 아닐까요?
다만 모든 질문에 답변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은 버려도 좋다. 압박 면접을 받다 보면 나의 세치 혀가 있지도 않은 거짓말을 술술 지어내거나 그야말로 아무 말의 늪에 빠질 확률이 높다.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은 깔끔히 인정하고 ‘좀 더 시간을 주시겠습니까’라던가 ‘그 부분에 대해 고민해 보겠다’ 정도로 마무리하는 것이 낫다.
「 부동산에서 – 역방향의 허언 – 100을 알아도 80만 말하고 보여주어라
」 40대 이하 젊은 세대는 부동산 시장에서 쉬운 고객으로 통한다. 그래서 ‘집 구할 때 알아야 하는 것’ ‘호구 잡히지 않고 계약하는 법’ 등 예로부터 나름의 비법들이 구전으로 전해내려왔다. 하지만 아무리 준비를 한다고 해도 ‘꾼’을 이길 수는 없다. 100을 아는 척하면 500, 1000의 상수를 놓는 것이 그들이다. 있는 척, 아는 척할수록 제대로 된 정보를 주지 않는다. 본인도 부동산 업자가 아니라 정확한 이유는 모르지만, ‘흐음, 네가 알면 얼마나 안다고?(feat. 손담비 업신여김 표정)’ ‘얄미워서 안알랴줌!’류의 심리로 추정된다. 그러니 부동산에서는 자세를 낮추는 것이 유리하다. 최대한 말을 아끼면서 내 패는 감추고 상대의 패를 더 알아내는 게 필요하다. ‘내가 강남에서 오래 살아봐서 아는데’ 하면서 우위에 들려는 행동보다는 ‘저 잘 몰라요. 좀 알려주세요’라고 하는 것이 적을 회유해 정보를 취득하기 쉽다는 얘기. 실은 내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은 캐릭터라는 것은 서서히 알리면 된다. 부동산과 등기 전문 용어 등을 헨젤과 그레텔 과자 부스러기처럼 하나씩 흘리면 선수들도 금세 눈치챌 거다.
「 소개팅에서 – 100의 허언 – 타겟과 방향성을 전환하라
」 일반적으로 소개팅의 정의란 ‘내가 얼마나 매력적인 사람인지를 단 시간에 보여주어 상대의 호기심 및 이성적 끌림을 이끌어내는 감성 프리젠테이션’이다(일반적 정의란 없다. 방금 내가 지었다). 그러므로 처음 만나는 자리에선 이것저것 보여주기에 바빠 이도 저도 안되기 마련이다.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이니 생각의 전환으로 시간을 아끼고 효율성을 높여보기로 하자. 존 F 케네디의 유명한 취임사가 있다. ‘국가가 여러분에게 무엇을 해줄지 바라지 말고, 여러분이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하라’는 내용을 적용하라. 포커스를 내가 아닌 상대에게 맞춰라.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리기보다는 상대방과 무엇을 공유하고 함께해 줄 수 있는지 어필하라. 감정적 만남에선 진솔함이 가장 큰 기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