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클라이밍> 김혜미 감독이 낯선 비주얼로 포착한 어떤 불안

사회적으로 요구받는 감정과 내면에 감정의 괴리가 생기는 순간. 김혜미 감독의 <클라이밍>은 그 틈새의 낯선 공포로부터 시작된 이야기다.

BY전혜진2021.06.28

Another

Me 

 
〈클라이밍〉은 클라이머인 주인공 ‘세현’이 심리적·신체적 변화로부터 느끼는 두려움을 다룬다. 여성이라면 누구든 고민할 법한 커리어와 경력 단절, 임신과 출산에 관한 고민이 불안한 이미지에 녹아 있다
개인적 경험에서 출발한 이야기다. 첫아이를 임신한 당시, 모든 상황이 낯설게 다가왔다. 분명 기쁜 일이었고, 주변에서도 축하가 쏟아졌는데 말이다. 임신부로서 가져야 할 긍정적인 마음가짐과 태도 또한 이미 배워 익숙했으나 마음 깊은 곳에서는 불안과 공포가 점점 고개를 내밀었다. 그건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은 감정이었다. ‘내가 비뚤어진 건가?’ 자책하기도 했다. 미디어에서는 임신의 긍정적 측면을 부각하고, 모두가 그것에 익숙하다. 하지만 직접 겪은 감정은 다르니 혼란스럽더라. 그 적나라한 감정을 극대화해 보고 싶었다. 
 
클라이밍이라는 스포츠를 공포물의 소재로 내세운 이유는 
실전 경기에서 클라이머들은 난생처음 마주한 암벽에서 자신만의 길을 새롭게 만들어나가야 한다. 혼자만의 치열한 싸움이 멋있게 그려지기도 하지만, 당사자는 그만큼 낯설고 고되지 않을까. 루프 하나에 몸을 의지한 채 홀로 미지의 길을 향해 아슬아슬 발을 떼는 모습이 세현이 클라이머로서, 결혼한 여성으로서 느끼는 정서와 일맥상통했다. 강한 체력과 혹독한 체중 조절을 요하는 스포츠라 임신한 여성의 몸과 대척점에 있기도 하다. 
 
세계선수권대회를 앞둔 클라이머 세현은 임신부인 세현과 고장 난 휴대폰으로 연결돼 있다. 꿈일지 메타 세계일지, 두 사람의 연결고리를 추측하는 과정이 흥미롭다
임신했을 당시 신나게 술 마시며 노는 꿈을 꾸다 깜짝 놀라 잠에서 깬 적이 있다. 꿈속에서 ‘나 임신해서 이러면 안 되는데?’라는 의식이 각성될 때도 있었고. 꿈이 현실 같고, 현실이 비현실처럼 느껴졌다. 꿈을 매개로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가 평행 세계로 대치해 감정을 교류하면 재밌을 듯해 두 ‘세현’의 세계관을 설정하게 됐다.  
 
클라이머 세현이 세계클라이밍대회를 앞두고 회복되지 않는 컨디션과 악몽에 시달리는 이야기를 다룬 공포 애니메이션 〈클라이밍 Climbing〉의 스틸 컷. 6월 16일 개봉.

클라이머 세현이 세계클라이밍대회를 앞두고 회복되지 않는 컨디션과 악몽에 시달리는 이야기를 다룬 공포 애니메이션 〈클라이밍 Climbing〉의 스틸 컷. 6월 16일 개봉.

 
기괴하면서도 낯선 작화가 눈길을 끈다
현실적인 고민의 흔적이 묻어 있는 비주얼이다(웃음). 독립 장편 애니메이션 작업이다 보니 예산의 한계가 분명했다. 어설프게 기존 대형 애니메이션 작품의 인체 비례를 따라가려 하면 조금만 어색해도 티가 난다. 픽사 등 대형 스튜디오에서 선보이는 귀여운 비주얼의 3D 애니메이션은 관객이 그 수준의 퀄리티에 이미 익숙하지 않나. 실제와는 다르지만 스타일로 인정받는 비주얼을 완성하고 싶었다. 클라이머의 몸은 상당히 마르고 근육질의 몸이라 그 부분을 과장해서 표현한 부분이 기괴하고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최근 공포 장르에서 여성감독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변화를 느끼는지 
서울독립영화제를 찾았을 때 확실히 느꼈다. 비단 공포 장르뿐 아니라 영화 스태프 모임이나 감독 사전 모임에서도 70% 이상이 여성이었다.분명 내가 영화를 시작했을 때와는 다른 ‘바이브’다. 애니메이션은 아니지만 평소 공포 스릴러인 〈케빈에 대하여〉의 린 램지나 〈바바둑〉의 제니퍼 켄트 같은 여성감독을 동경했는데, 이 흐름에 함께할 수 있어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