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하는 자유가 선사한 것
」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플립턴’이 만들어내는 물보라를 본 사람과 보지 못한 사람. 수영에서 플립턴은 레인 끝에 다다랐을 때 앞구르기를 해서 벽을 두 다리로 차고 다시 반대편을 향해 나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회전 위치와 벽 사이 거리를 가늠하기 어려운 데다 물속에서 회전하는 순간 코 안으로 물이 잔뜩 들어가기 십상이다. 플립턴으로 매끄럽게 레인을 왕복하는 상급반 수영인들이 어찌나 근사해 보였던지! 그러니 회사의 새 프로젝트가 석 달째 지지부진 이어졌던 시기, 플립턴은 참으로 시의적절한 레슨 주제였다. 선생님의 ‘턴!’ 소리에 맞춰 자유영으로 나아가던 나는 양팔을 허벅지 옆에 붙이고 앞구르기를 하는 어린아이처럼 물속에서 한 바퀴 휙 돌았다. 내 몸이 둥글게 돌며 만들어낸 물방울들이 물안경에 부딪혔고, 부서진 물보라들은 창을 통해 물속까지 비친 봄볕과 만나 별처럼 반짝였다. 분명 찰나였을 그 순간이 내 눈앞에서 슬로모션처럼 지나갔다. 편집자 캐런 리날디는 지금 내 나이와 비슷한 마흔 살에 처음 서핑에 도전했다. 파도를 혼자 타기까지 걸린 시간만 무려 5년. 17년간 노력했으나 뛰어난 서퍼가 되지는 못했음을 고백하며 그는 말했다. “못하는 일을 힘들게 하다 보면 언젠가는 더 잘하게 된다”고. 실수가 도통 용납되지 않는 일상에서 스스로 초보임을 인정하는 수영을 시작하지 않았다면 나는 ‘조금 못해도 괜찮다’는 것, ‘하다 보면 언젠가는 다 된다’는 것을 결코 알지 못했을 것이다. 실패를 거듭하다 보면 언젠가는 놀랍고도 아름다운 세계가 열린다. 그리고 물안경 밖으로 부서지는 별빛 같은 물보라를 경험한 나는 분명 어제와는 다른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