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 전문 기자 류희성 R&B와 힙합 음악을 즐겨 듣던 학창시절, 어떤 흑인 음악을 듣든 그 근원에 재즈가 있었다. 처음엔 그저 듣는 것이 즐거웠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관련 서적을 읽고, 추천 명반도 찾아 듣고, 나중엔 재즈 칼럼까지 쓰게 됐다.
지식을 나눌 사람이 없던 이전에는 쉽게 오만해졌다. 하지만 김광현 편집장을 비롯해 수많은 재즈 뮤지션, 전문 칼럼니스트들을 만나며 내가 아는 건 지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걸 인정하는 것에서 진정한 배움이 시작된다.
매달 수많은 재즈 뮤지션과 ‘덕후 대 덕후’로서 만나고 있다. 이 세상에 ‘덕후’가 필요한 이유는 뭘까
덕후는 세상에 스파크를 내는 존재다. 쳇 베이커나 빌 에번스, 에디 히긴스처럼 누구나 좋아할 만한 뮤지션만 존재했다면 재즈 신은 이만큼 풍성해지지 못했을 것이다. 정말 괴짜 같은 음악가들이 자신이 추구하는 음악을 끈질기게 좇는 과정에서 신 전체가 덩달아 풍성해졌다.
두 권의 번역서를 포함해 네 권의 음악 서적을 펴내고, 흥미로운 뉴스와 플레이리스트로 채운 유튜브 채널 ‘재즈기자’를 이끌며 지식을 꾸준히 전파하는 이유
뭔가를 너무 좋아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에게도 알리고 싶어진다. 재즈도 마찬가지. 정말 좋은 재즈 곡을 만나면 혼자만의 감상에 취하기보다 얼른 플레이리스트 영상으로 만들어 다른 사람에게 들려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 전도하는 것과 비슷한 이치 같다. 나도 구원받지만 너도 구원받았으면 좋겠다는 정말 순수한 마음이랄까. 비록 종교는 없지만(웃음).
새로 지식을 얻는 것뿐 아니라 잘못 알고 있던 것을 바로잡고, 새로운 정보를 업데이트하는 것 또한 배움의 범주에 든다. 재즈 칼럼을 쓸 때, 내 지식에 의존하기보다 매번 자료를 찾으며 스스로를 끊임없이 검열한다. 날짜는 정확한지, 인과관계는 맞게 쓰였는지 등등. 깊은 배움으로 나아가기 위해 끝없는 의심은 필수다.
배움에서 얻은 겸손함을 통해 우리는 다른 사람들과 비로소 순수한 마음으로 소통할 수 있게 된다. 재즈 기자라서 좋은 건 단지 재즈를 깊게 알게 됐다는 희열만은 아니다. 스스로 몰랐던 부분도 알게 되고, 세상의 깊이를 체감하게 되는 데서 오는 기쁨도 만만치 않다. 배움을 멈추지 않았기에 나와 세상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