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스토랑도 무작정 베끼기? | 엘르코리아 (ELLE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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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청담동에서 크게 성공한 레스토랑 오너를 취재한 적이 있다. ‘성공한 레스토랑의 조건’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이른바 오너의 ‘비기’를 구체적으로 얻겠다는 것이 기사의 취지였다. 그런데 새벽 2시쯤 되었을까? 와인 한잔을 기분 좋게 마신 탓인지 오너는 뜻하지 않게 귀가 번쩍 뜨일 만한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제 레스토랑의 성공 비결은 ‘잘 베껴온’ 덕입니다.” 뭐라? 6시간 동안의 취재를 공중분해시킬 만한 ‘폭탄 발언’에 멍한 표정을 지으며 오너의 얼굴만 쳐다보고 있었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말이 좋아 벤치마킹이지 여기저기서 좋은 것들을 가져다가 그대로 베껴 ‘짜깁기’한 것이었다. 오너는 10년 전 성공적으로 레스토랑을 론칭한 전적을 바탕으로 2년 전에 다른 레스토랑을 오픈할 때도 이른바 ‘짜깁기’ 구성을 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얼마 전, 그가 2년 전에 오픈한 레스토랑이 문을 닫았다. 그리고 10년 전에 오픈해 성공한 레스토랑도 예전만한 명성을 얻지 못하고 있다. 이들 레스토랑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첫째는 레스토랑 오너가 외국에서 성공한 레스토랑들을 벤치마킹할 때 눈에 보이는 하드웨어에만 집중했기 때문이다. 정작 레스토랑의 성패를 좌우하는 요리 맛과 서비스 등의 소프트웨어는 전혀 고민하지 않았던 게 문제였다. 둘째는 예전과 달리 한국도 미식 문화가 무섭게 발전하고 있고, 소비자들의 입맛도 훨씬 까다로워지고 세련되어졌기 때문이다. 한식 세계화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파워 블로그란 게 생기면서 국내외 레스토랑에 관한 정보가 여과 없이 생산, 유통되고 있다. 사람들은 이제 ‘진짜’를 선별하고 ‘가짜’를 보이콧할 줄 아는 눈을 가지게 되었다. 여전히 ‘여기도 짜가, 저기도 짜가가 판치고’ 있다. 에디터는 얼마 전 신사동에 오픈한 지 몇 달 안 된 레스토랑에 갔었다. 그런데 레스토랑의 간판을 보고 기가 막혔다. 뉴욕에서 셀러브리티 수준의 스타 셰프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의 이름을 고스란히 가져다 쓴 거였다. 에디터가 ‘분노한’ 까닭은 ‘굳이 저렇게까지 해야 했나’ 싶을 정도로 레스토랑 오너는 자존감도, 의식도 없이 노골적으로 베껴다 썼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창피했다. 혹시라도 외국인들이 이것을 본다면 얼마나 어이가 없을까? 물론 이름 자체가 일반적인 명사이긴 했지만, 미식가들 사이에서는 그 이름 자체가 고급 레스토랑의 대명사로 통용되고 있다. 또 레스토랑에서 내주는 요리의 맛이 ‘이름값’ 하는 수준이라면 굳이 지면을 빌려 얘기를 꺼내지도 않았을 것이다. 값싼 발사믹 소스가 범벅이 된 샐러드를 먹는 순간부터 에디터의 머릿속에서 붉은 경고등이 켜질 정도였으니 말 다한 셈이다. 또 하나. 논현동에 있는 어느 한정식집은 그 이름이 세계적으로 성공한 중국 북경에 있는 레스토랑과 똑같다. 한정식집에 왜 중국에서 성공한 레스토랑의 이름이 필요했는지 모르겠거니와 이런 ‘허접한’ 세팅에 국내에서 나름대로 이름이 알려진 디자이너가 참여했다는 사실이 창피했다. 이러니 중국에서 ‘페이크 백’을 만들고, 한국의 자동차 디자인을 어설프게 모방한다고 우습게 여길 거 하나 없다. 한편에서는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을 들이고 한식 세계화를 위해 몇십억을 투자하고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여전히 미식에 대한 성숙한 의식이 부재함을 반증하는 사례들이 속출하고 있으니 말이다. *자세한내용은 엘라서울 본지 12월호를 참고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