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프레소는 속임수가 없다. 크림이나 시럽은 물론 쌉싸래한 맛을 잠재워줄 물도 없이 원두 본연의 맛을 그대로 드러내니까. 25~35ml의 귀중한 용량에는 카페의 정체성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어떻게 먹으면 되나요?’란 질문에 대한 저마다의 답변으로 바리스타의 취향까지 엿볼 수 있음은 물론이다. 구파발에 자리 잡은 YM 에스프레소 룸(@ymespressoroom)에서 추천하는 에스프레소 음미 방식은 일단 설탕을 다 넣은 다음 젓지 않고 커피를 마시다가 마지막에 다 녹은 설탕을 스푼으로 떠서 마무리하는 것. 적당하게 쓰고 달콤한 커피가 ‘본차이나’ ‘리카르드 지노리’ 같은 유서 깊은 커피잔에 담겨 나온다. 유럽 여행 중 성당에서 위안을 얻곤 했던 대표는 방문자들이 이곳에서 커피 한 잔의 안식을 누리길 바라는 마음으로 스테인드글라스와 장의자, 풍성한 음질의 스피커까지 들여놓았다. 좋은 원두와 최적의 로스팅이라는 단순한 진리의 힘을 믿는 공간. 멜버른을 대표하는 ‘그’ 에이 커피가 맞다. 에이 커피 서울(@acoffee_seoul)에서 가장 사랑받는 메뉴는 필터 커피의 호주식 명칭인 푸어 오버지만 이곳 제철 원두의 참맛을 만끽하기엔 에스프레소가 제격이다. 손님 자신도 모르는 커피 취향을 간파해 내는 바리스타의 역량을 우대하는 공간으로, 덕분에 에스프레소 입문자들에게도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생크림을 살포시 올린 ‘콘파냐’부터 시원한 에스프레소 ‘빈센트’까지. 서서 즐기는 에스프레소 바 문화를 성수동에 제대로 전파 중인 스탠드업 플리즈(@standup_plz)에서는 다채로운 에스프레소 메뉴를 만날 수 있다. 무엇보다 마음이 가는 건 대부분의 메뉴가 이탈리아 현지와 비슷한 수준인 2000원대라는 사실. 모든 에스프레소 메뉴를 다 맛보고 싶겠지만 이왕이면 한 번에 한 잔씩, 자주 맛보는 편을 택하자. 진짜 이탤리언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