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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채가 숨 쉬는 집
」
주방 한쪽의 옐로 컬러 트레이. 다양한 공구나 생활 소품, 차 열쇠 등을 꽂을 수 있다.
“오래된 빌라가 선사하는 묵직함이 있어요. 그 위에 우리만의 컬러를 얹는 거예요.” 형형색색의 오브제가 사계절의 빛을 따라 자유롭게 반짝이는 집. 라이프스타일리스트이자 ‘라귀올 장듀보’의 식기를 수입하는 ‘더리빙’의 대표 정자영의 집이다. 판교의 평범한 아파트에서 분당 타운 하우스 단지 내 고즈넉한 루프톱 빌라로 이주한 지 3년 차. 대부분 주민이 오랜 기간 거주한 이곳 빌라촌의 빌라들은 1994년 스물한 명의 국내 건축가들이 각각의 취향대로 탄생시켰다. 구조와 외관이 저마다 다른 이곳에서 가족은 강석원 건축가의 3층 루프톱 하우스와 사랑에 빠졌다. “주민 모두 개성 가득한 저마다의 집을 사랑하는 동네죠. 집을 구하느라 애쓰던 남편이 보자마자 이곳으로 해야겠다고 하더라고요.” 불곡산의 사계절이 그대로 펼쳐지는 세 개의 테라스, 반려견과 아이들이 원 없이 누빌 만한 80평의 너른 공간, 창문마다 쏟아지는 햇살과 정성껏 지은 옛집이 주는 안정감까지. 아파트와는 또 다른 자유와 평온함이 느껴지는 공간에 가족 모두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루 만에 이사를 결정했지만 몰딩부터 도어 하나까지 30년 세월이 켜켜이 쌓인 집과 ‘요즘 가족’의 취향을 맞추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2년이나 비어 있던 공간이었어요. 오래된 빌라라는 확고한 정체성에 다들 고칠 엄두를 내지 못했다고 하더군요. 워낙 제대로 지어진 집이라 고칠 곳은 고치고, 살릴 곳은 살려보고 싶었죠.” 이미 잘 갖춰진 부분을 살리는 방향으로 3개월 동안 기초 공사를 마친 부부는 식탁과 그릇장, 욕실 타일까지 직접 제작하거나 취향껏 아이템을 공수하며 곳곳을 채웠다. 결국 함께 고른 것들의 교집합은 ‘컬러’였다. “유행하는 기성품이나 유명 브랜드만 고집하진 않았어요. 기성 가구들은 모던한 무드가 대부분이었고, 구옥 분위기와 잘 어우러지지 않았죠. 빈티지 숍이나 해외 옥션에서 구한 오브제를 활용했어요. 함께 의논하며 고른 것들이 모이니 우리 집만의 컬러플한 분위기가 완성되더라고요.” 주변의 만류에도 과감히 고른 비비드한 옐로 소파와 스탠드, 블루와 레드 포인트의 쿠션, 스툴 등이 가족의 일상에 활력을 선사한다. “오래된 옛집이 지닌 특유의 무게감은 모든 컬러를 따스하게 포용하는 힘이 있더라고요. 어른들께 물려받은 자개장을 툭 놓아도 이질감이 없었죠.” 취향대로 고른 오브제는 구옥의 분위기와 좋은 합을 이뤘다. 특정한 인테리어 경향으로 분류되지 않는, “내 집인데 나만 좋으면 되지”라는 부부의 철학이 통하는 순간이었다.

레드 컬러의 벽시계 아래로 나뭇가지를 잘라 만든 핸드메이드 코트랙이 눈에 띈다.
가장 공들인 가구는 주방의 우드슬랩 테이블. 발품을 팔아 직접 목재를 고르고, 디자인을 꼼꼼히 구상해 따로 다리를 붙여 완성했다. “온 가족이 이곳에 모여 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눠요. 자석처럼 끌리는 소통의 공간이랄까요. 이웃이나 손님이 와도 마찬가지고요.” 주방 옆으로 난 긴 복도를 따라 들어가면 펼쳐지는 또 다른 공간인 서재는 아이들과 부모가 함께 일하는 곳이다. “코로나19 시대와 맞물려 집의 일상도 다채롭게 변했어요. 멀찍이 분리된 방 한켠에서는 가족들이 모여 각자의 일을 하죠. 제게는 홈 오피스이고, 아이들은 ‘줌 등교’를 하는 곳이에요. 테라스에서는 딸과 함께 요가를 하고 집 안의 컬러플한 곳곳은 리빙 아이템의 자연광 스튜디오로도 손색없어요.” 휴식이 최우선이던 공간은 가족의 일과 일상이 함께 숨 쉬는 ‘멀티 공간’으로 변모했다. 구옥의 안정감과 가족의 취향, 뉴 노멀을 맞이한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이 다채롭게 섞인 이곳에 갈수록 정이 든다는 그. “집 안 곳곳의 컬러플 오브제들과 함께 사계절의 빛깔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죠. 두고두고 봐도 싫증 나지 않는 집, 우리 가족만의 에너지가 담긴 이곳이 저는 참 마음에 들어요.”

알록달록한 컬러의 오브제로 채운 거실. 과감하게 고른 옐로 장 스탠드는 페르몹코리아. 너른 공간과 어울리는 알칸타라 소파는 토레.

딥 블루와 라이트 블루 컬러로 포인트를 준 욕실 풍경. 가정집에서는 보기 힘든 헥사곤 모양의 타일은 이탈리아에서 공수해 온 것.

직접 주문 제작한 우드슬랩 테이블. 식탁 등은 고심 끝에 아르테미데 제품으로 골랐다.

곳곳에서 눈에 띄는 레드 컬러 소품들. 스피커는 제네바사운드, 그 위에 얹힌 앙증맞은 테이블 램프는 카르텔.

시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자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