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둥이? 나쁜 남자? 아니, 배우로 살아가다 | 엘르코리아 (ELLE KOREA)

처음부터 배우가 되고 싶었던 건 아니다. 운명처럼 작품이 찾아왔고 무대에 올랐다. 뜨거운 데뷔를 했고 어느새 <동 주앙>이 열 번째 무대다. 이율은 지금 배우란 운명에 치열하게 맞서는 중이다.::동 주앙,이율,프리미어,elle.co.kr:: | ::동 주앙,이율,프리미어,elle.co.kr::

캐스팅 발표가 나고 ‘의외의 선택’이란 반응이 많았는데, 어떻게 선택하게 됐나?전부터 최용민 연출님이랑 작업해보고 싶단 의지가 있었다. 마침 를 보고나서 연락을 주셨더라. 전화 받고 “네, 열심히 하겠습니다”라고 했다.그래서 최용훈 연출이랑 작업을 해 보니 어떤가?한 마디로 컴퓨터. 정말 깜짝 놀랐다. 모든 배우의 대사와 지문을 외우고 계신다. 대사와 액션에 대한 디렉팅이 정말 디테일하다. 이 장면에서 왼손을 써야하는지 오른 손을 써야하는지, 고개를 숙이는 각도까지도 완벽하게 숙지해야 한다. ‘합을 맞춘다’는 것의 정수를 보여준다. 예전에 작업했던 연출들과 전혀 달라서 감동이었고, 또 동시에 힘들었다. 마치 나폴레옹 장군 같다고 할까.(웃음) 나폴레옹 밑에서 고생 좀 했겠다. 그렇게 고생하고 공연에 들어간 소감은?홀가분하다.(웃음)첫 리허설 할 때 명동예술극장 무대에 압도되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공연이 시작한 지음은 어떤가?정말 명동예술극장 무대에 처음 발을 딛고 객석을 바라보는 데 그 기운이 장난이 아니더라. 그렇게 극장에 압도되는 기분을 느낀 게 처음이었다. 무대에서 대사를 하는 데 약간의 어색함과 두려움이 동시에 밀려오는 거다. ‘어, 이거 뭐지?’ 이런 생각이 절로 나는 거지. 마치 무대에서 처음 선 신인배우처럼. 그래서 걱정이 많았는데 막상 공연이 시작하니까 그 기운 덕분인지 고도의 집중력이 튀어나오더라.(웃음)동 주앙 하면 희대의 바람둥이 캐릭터로 잘 알려져있지만, 몰리에르의 에선 세상을 풍자하는 성격이 더 강하다.동 주앙의 그런 바람둥이 기질은 초반에 잠깐이다. 이런 기질도 있다는 걸 보여주는 정도고. 전반적으로 은 동 주앙과 하인 스가나렐의 로드무비 같은 성향이 강하다. 사회 풍자와 자기 위선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품이지. 동 주앙은 “모든 인간들은 ‘위선’이란 가면을 쓰고 살고 있다. 하지만 나는 위선이란 가면을 쓰지 않은 인물이다.”라고 말하는 인물인 거다. 여자들을 꼬시고 엄격한 아버지를 속인다든지 이런 것들이 위선 떨지 않는 솔직한 행동이란 것을 보여주는 거지. 그러면서 사람들에게 반문하는 거다. “니들도 하고 싶잖아? 너희들은 다 가면 속에서 살고 있는 거야”라고. 약간 아나키스트 같은 기질도 있달까?(웃음)마지막 장면에서 동 주앙이 지옥으로 떨어지기 전에 주변 사람들을 향해 그들의 위선적인 면을 비판한다. 원작에는 없는 장면인데 굉장히 인상 깊더라.공연 시작하기 며칠 전에 삽입된 장면이다. 미쟝센에 심혈을 기울인 장면이지. 동 주앙이 지옥으로 떨어지기 전에 사람들에게 퍼붓는 거다. 우리 좀 솔직해집시다. 당신들도 나보다 더 위선을 저지르고 있지 않느냐고. 나한테 죄가 있다면 그건 당신들에게도 똑같이 해당되는 것일 거라고.배우로서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을 법한 장면이다.마지막 장면을 연기할 땐 정말 스스로도 격양되는 걸 느낀다. 내가 진실을 향해 가고 있다는 기분? 어려운 장면이긴 하지만 해내고 나면 후련하기도 하고. 동 주앙은 세상을 향해 끊임 없이 반문한다. 그게 단지 무대 안에서 국한된 게 아니라 무대를 보고 있는 관객들에게도 동시에 해당하는 거니까. 연기를 하면서 관객 한 명 한 명이랑 아이컨텍이 되는 느낌을 이번에 제대로 느꼈다. 그 느낌이 굉장히 좋았다.이번 도 그렇고, 이전에 등 예상치못한 이면이 튀어나오는 캐릭터를 많이 연기했다. 일탈의 이미지가 있는데, 본인도 느끼나?나는 남들보다 다르게 살고 싶은 한 사람이다. 똑같은 색깔의 모자를 쓰고 싶진 않다. 남들이 다 오른쪽으로 가면 난 가운데로 가고 싶다. 왼쪽은 아니고. 그건 너무 튀니까.(웃음) 그러고보면 말갛게 생겼는데, 은근히 음흉한 구석이 있다. 숨겨놓은 게 많은 얼굴이랄까?변태 변태.(웃음) 무대에 설 때랑 카메라에 찍힐 때랑 얼굴 느낌이 다른 것 같다. 그러고보니 꼭 해 보고 싶은 캐릭터가 ‘우유 냄새나는 변태’ 이런 건데.(웃음)데뷔 5년 차, 이 열 번째 작품이다. 이제 작품을 선택하는 데 있어 전보다 더 신중해져야 하는 시기일 것 같다.요즘 그런 생각을 굉장히 많이 한다. 아무래도 뮤지컬로 데뷔를 하다 보니 계속 뮤지컬을 할 기회들이 있었다. 그러다 남들과는 다른 뭔가가 필요하겠다 생각해서 찾는 게 연극이다. 그래서 해 보니 참 좋다. 연기에 몰입할 수 있다는 게, 순수하게 연기만 할 수 있다는 게 너무 좋은 거다. 서른이 되기 전에 많은 경험을 하고 싶다. 매일 매일 수업을 듣는 자세로. 뮤지컬을 익혔으니 지금은 연극, 그리고 다음엔 영화. 각각 그 안에서 배우로서의 훈련을 하는 거지.영화 에 캐스팅 됐다. 어떤 역할인가?‘경순’이란 이름의 투덜이 마라토너. 4월에 크랭크인인데 요즘 열심히 마라톤 훈련 중이다. 김명민 선배님은 물론이고 다른 배우들까지 팀 분위기가 너무 좋다. 많이 배우고 있고, 본격적으로 촬영에 들어가면 더 많이 배울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그럼 이제 한 동안은 영화에 집중하려는 건가?내 마음대로 되는 건 아니지 않나. 하지만 장르를 겹쳐서 하고 싶진 않다. 지금은 그저 그 안에서 많이 배우고 싶은 거다. 20대 초중반에 할 수 있는 것들을 했다. 그럼 이제 20대 후반에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될 수 있으면 좀 천천히 가고 싶다.보통 서른에 대한 막연한 환상이 있는데, 이율에게도 해당하는 건가?요즘 같아선 서른이 빨리 안 왔으면 좋겠다. 뮤지컬로 데뷔를 하고 연극을 하고 영화를 하고 지금은 이 모든 게 나에겐 다 ‘경험’이다. 그 경험을 통해 나란 사람을 배우에 익숙해지게 만들고 싶은 거다. 내 인생에 연기의 시작은 서른 이후가 될 것 같단 생각을 한다. 지금은 서른 이후를 준비하기 위한 수련 중이다.서른이 지나면 지금과 다른 ‘이율’을 만나게 될까?기준은 내가 만드는 게 아니지 않나. 보는 사람들이 기준을 만들지. 나는 그냥 연기를 할 뿐이다.연기하는 거 재미있나?연기하는 순간 만큼은 다 잊어버리니까. 그 재미를 한 번 ‘맛’보고 나니 헤어나올 수 없는 거지. 마치 담배처럼, 중독이랄까. 지금은 재미를 찾아가는 중이다. 솔직히 프로 무대에 데뷔를 한 이후로 처음 연기를 시작할 때만큼의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지금 나에게 주어진 가장 큰 숙제다. 항상 찾고 싶은 의지가 있다.서른까지 남은 시간은 이 년 남짓이다. 연기의 재미를 다시 찾을 수 있을까?찾아야지. 지금이 그 과정인 것 같다. 나는 연기를 꿈꿨던 사람이 아니다. 어느 날 갑자기 평범한 고등학생에게 예고 원서가 쥐어졌고, 얼떨결에 실기 시험을 보러 가선 또박또박 대본을 읽었다. 그렇게 예고에 입학했고 그 안에서 작품을 만들면서 연기의 재미를 느꼈다. 모든 게 운명처럼 다가왔다. 정말 모든 게 말이다.앞으로 이율에게 어떤 운명이 찾아올 것 같나?기다릴 게 아니라 만들어야지. 어떤 무대에서든 어떤 역할을 맡든 안정되었음 좋겠다. 지금은 매일 매일 충실하게 연기 수업에 집중하고 싶다. 그래야 하는 시기란 생각이 든다.* 자세한 내용은 프리미어 시즌북(4월호)을 참고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