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매라는 사이, 〈세자매〉(2020)
」
한국영화사에서 가족을 다룬 영화들은 가부장제에서 기인한 폭력 문제를 어떤 방식으로 극복할지 늘 고민해 왔다. 〈세자매〉는 자매라는 특별한 여성의 연대가 그간 억눌러온 내면의 감정을 폭죽처럼 ‘빵’ 터트리는, 속 시원한 장면을 여럿 만들어낸다. 뭐가 그렇게 미안하고 잘못했는지 매번 빌기만 하는 첫째 희숙(김선영), 독실한 기독교인이자 부유한 가정을 꾸렸음에도 남몰래 우는 둘째 미연(문소리), 작가를 꿈꾸지만 실상은 세상 탓 하며 알코올 중독에 빠진 히스테릭한 셋째 미옥(장윤주)까지. 어딘가 삐걱거리는 이들의 삶은 하나의 원인에서 기인한다. 바로 아버지의 폭력이다. 자매는 저마다 성격과 외모, 스타일이 다르지만 같은 모양의 상처를 공유하기에 서로 잘 이해한다. 우는 소리만 하는 전화가 귀찮고, 빌려준 돈을 갚지 않아 얄미워 하면서도 누가 자매 중 한 명을 건드리면 기어코 가서 물어뜯고야 마는 이들. 세 자매는 여성이기에 닮아 있는 모습을 서로 비춰보며 현실을 가늠한다. 내면의 상처를 직시하고 함께 나아갈 용기를 얻는다. 영화의 클라이맥스인 아버지의 생일 식사 자리. 저마다의 상처가 곪아 터져나온 이 소란스러운 자리에서 “목사님, 소란을 일으켜 죄송합니다”라며 연신 동석한 목사에게 꾸벅이는 아버지에게 둘째는 소리친다. “아부지! 사과는 우리한테 하셔야죠!” 사과받는다고 말끔히 지워질 상처는 아니겠지만 가족을 망가트린 대상에게 온 힘을 다해 화내는 미연의 강력한 ‘목소리’는 지금도 같은 문제를 겪고 있는 어느 가족에게 힘을 불어넣었을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