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한국 할머니 vs. 미국 할머니 #미나리 #K-할머니 #가족의초상

<기생충>과 <미나리>에서 세계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한국 가족의 풍경이었다. 우리 기억 속에 자리한 '요즘 영화' 속 가족을 돌이켜봤다. 그 첫번째로 <미나리>의 할머니 순자와 손자 데이빗의 이야기.

BYELLE2021.05.01
 

특별한 우리 할머니, 〈미나리〉(2020)

“할머니는 할머니 같지 않아요.” 미국 할머니는 어떻길래? 손자 데이빗(앨런 김)은 ‘쿠키도 만들지 않고 나쁜 말만 하고 남자 팬티 입는’ 코리언 외할머니 순자(윤여정)에게 소리친다. 미국 할머니와 한국 할머니를 가르는 건 대체 무엇일까. 이민 2세대인 데이빗은 분명 낯설겠지만 토종 한국인의 시선에서 순자는 우리 기억 속 할머니의 모습 그대로다. 걸걸한 욕으로 화투 치는 법을 알려주고, 쓴 한약을 먹이고, 삶은 밤을 입으로 깨물어 주고, 부모에게 혼날 땐 뒤로 감싸주는 ‘장롱 냄새’ 나는 할머니 말이다.
 
우리에게는 너무도 익숙한 존재가 해외에서는 ‘Grandmother’ 대신 ‘Harmony’라는 고유명사로 소개될 만큼 신선하고 낯설게 다가간다는 점은 흥미롭다. 영어 한 자 몰라도 딸 가족을 위해 멸치를 싸들고 바다를 건너고, 바쁜 부모 대신 손자를 돌보며, 학교에서는 가르쳐주지 않는 지혜를 전하는 ‘히어로’ 같은 존재. 손주와 할머니의 애틋한 관계성을 전면에 내세운 영화로 2002년 작 〈집으로〉가 가장 먼저 떠오르겠지만, 〈미나리〉는 그 오래된 기억 속 관계를 낯선 땅에 함께 선 ‘버디’로 확장한 점에서 의미가 있다. 미국 문화도, 영어도 잘 알지 못하는 순자와 선천적으로 약한 심장 탓에 교회 친구들과 뛰어놀지 못하는 데이빗은 분명 약자다. 그럼에도 순자는 데이빗을 ‘스트롱 보이’로 만들고, 데이빗은 순간의 실수로 실의에 빠진 순자의 발걸음을 붙잡기 위해 생애 첫 뜀박질을 불사한다. 그렇게 두 약자는 서로에게 용기를 불어넣는 ‘강한 존재’로 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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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에디터 전혜진
  • 디자인 이효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