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별한 우리 할머니, 〈미나리〉(2020)
」우리에게는 너무도 익숙한 존재가 해외에서는 ‘Grandmother’ 대신 ‘Harmony’라는 고유명사로 소개될 만큼 신선하고 낯설게 다가간다는 점은 흥미롭다. 영어 한 자 몰라도 딸 가족을 위해 멸치를 싸들고 바다를 건너고, 바쁜 부모 대신 손자를 돌보며, 학교에서는 가르쳐주지 않는 지혜를 전하는 ‘히어로’ 같은 존재. 손주와 할머니의 애틋한 관계성을 전면에 내세운 영화로 2002년 작 〈집으로〉가 가장 먼저 떠오르겠지만, 〈미나리〉는 그 오래된 기억 속 관계를 낯선 땅에 함께 선 ‘버디’로 확장한 점에서 의미가 있다. 미국 문화도, 영어도 잘 알지 못하는 순자와 선천적으로 약한 심장 탓에 교회 친구들과 뛰어놀지 못하는 데이빗은 분명 약자다. 그럼에도 순자는 데이빗을 ‘스트롱 보이’로 만들고, 데이빗은 순간의 실수로 실의에 빠진 순자의 발걸음을 붙잡기 위해 생애 첫 뜀박질을 불사한다. 그렇게 두 약자는 서로에게 용기를 불어넣는 ‘강한 존재’로 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