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매드랜드>의 감독 클로이 자오가 직접 밝힌 영화의 인기 이유 || 엘르코리아 (ELLE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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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매드랜드>의 감독 클로이 자오가 직접 밝힌 영화의 인기 이유

골든글로브 작품상과 감독상,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을 비롯해 무려 220여 개의 국제상을 휩쓴 <노매드랜드>가 한국에 당도했다. 영화가 이토록 사랑받는 건 보편성이 지닌 힘 때문이라고 감독 클로이 자오는 말한다.

ELLE BY ELLE 2021.04.29
 
영화 〈노매드랜드〉는 경제 대공황으로 모든 것을 잃은 채 벤을 타고 미국 서부를 떠돌아다니는 60대 노마드(유목민)의 이야기다 경제 대공황이라는 사회적 배경은 존재하지만 한 여자가 상실을 계기로 스스로를 발견해 가는 과정에 집중한다는 점에서 보편적 이야기를 하고 있는 영화다. 누구나 살면서 상실을 경험한다. 그럴 땐 우리 역시 주인공 ‘펀(프랜시스 맥도맨드)’처럼 그저 말없이 자연의 일부가 돼 스스로를 똑바로 직시해야 하는 순간과 맞닥뜨리게 된다. 

동명 소설을 기반으로 직접 연출과 각본, 공동 제작까지 도맡으며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원작을 처음 접했을 때 소설이 비추는 소외된 노인 세대에 마음이 이끌렸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전하고 싶었다. 우리는 청춘을 그야말로 ‘찬양’하는 세상에서 살고 있지 않나. 반면 노인의 존재는 너무 쉽게 평가절하되곤 한다. 나이 든 이들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 것인지’만 논의되는 시대에 이런 작품을 만들 수 있어 기쁘다.
 
〈파고〉와 〈쓰리 빌보드〉로 두 번의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배우 프랜시스 맥도맨드와의 만남도 화제가 됐다 이미 소설 〈노매드랜드〉 판권을 보유하고 있던 맥도맨드가 작품의 영화화를 궁리하던 중 내 영화 〈로데오 카우보이〉를 보고 먼저 연락해 왔다. 함께 5개월간 캠퍼 밴을 타고 다니며 촬영했는데, 눈을 뗄 수 없는 탁월한 연기력과 자신만의 확실한 호흡을 갖춘 배우더라.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처럼 디테일한 연기를 한다.
 
실제 떠돌이 생활을 하는 비전문 배우들을 대거 출연시켜 현실감이 한층 높아졌다는 평가가 많은데 영화 속에 등장하는 린다 메이, 샬린 스웽키, 밥 웰스는 실제 노마드(유목민)다. 이들의 삶에 침투해 본 경험이 있는 동명 소설의 원작자 제시카 브루더가 많은 팁을 줬다. 그들이 우리에게 마음의 문을 열고, 영화에 출연하도록 설득하기까지 정치적 이야기는 최대한 피하고, 이왕이면 인간적이고 보편적인 대화를 나누려 했다.
 
데뷔작부터 줄곧 작품에 비전문 배우를 등장시키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면 스튜디오나 세트장이 아닌 아주 특수한 지역에서 촬영이 이뤄지는 경우, 세계 최고의 연기력을 지닌 배우가 아니고서야 배우들이 그 지역의 역사와 분위기에 완전히 동화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대학에서 영화를 공부하며 “최고의 자동차 판매원 역할이 필요하다면 가서 실제 자동차 판매원을 데려오면 된다”고 배운 영향이기도.

영화감독으로서 유난히 이끌리는 주제가 있나 소수자나 사회 주변부의 이야기. 베이징과 영국 등 여러 나라나 도시를 돌아다니며 항상 이방인 같은 기분으로 살았다. 게다가 뉴욕에 사는 동안은 자연 가까이에서 살고 싶은 욕망이 극에 달했다. 초기 영화들 속 배경으로 자주 등장했던 사우스 다코타 주의 인디언 보호구역을 탐방하고 다닌 것도 그때부터다. 나에겐 몽골을 떠올리게 해주는 곳이거든.

어릴 적 꿈이 만화가였다고 들었다 학교에 다닐 때 성적이 그리 좋지 못했다. 수업 시간 내내 교과서 아래 만화책을 깔고 몰래 보던 학생이었으니까. 그러다 왕가위 감독의 〈해피 투게더〉를 보고 영화에 완전히 빠져버렸다. 하지만 정작 정치학을 공부했고, 뉴욕대에서 영화 제작에 관한 전문적인 수업을 들으며 마침내 영화감독의 꿈을 구체화했다.

차기작 〈이터널스〉는 안젤리나 졸리, 마동석, 리처드 매든 등이 출연하는 마블 영화다. ‘역대급 필모그래피’로 주목받고 있는데 차원이 다른 부담감이 느껴지기는 한다(웃음). 하지만 엄청나게 많은 사람의 생계가 걸려 있다는 생각 때문이지 창작 과정에 대한 부담은 별로 없다. 영화감독은 그저 해결사의 역할을 하는 사람이고, 그건 카우보이와 함께 인디언 보호구역에서 저예산 영화를 찍든, CG 작업으로만 몇 천억의 예산을 쓰는 영화를 만들든 간에 크게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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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에디터 류가영
    글 Becky Burgum
    사진 게티이미지스코리아
    디자인 이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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