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프'라 불리운 남자, 김호진 || 엘르코리아 (ELLE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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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프'라 불리운 남자, 김호진

즐겁고 재미있는 것. 떠올리면 문득 행복해지고 여럿이 함께하면 따뜻함은 배가돼 아끼는 이들과 자연스레 나누고 싶어지는 것. 데뷔 20년 차 탤런트가 아닌 요리사로서, 조금 유난스럽게 맛에 집착하는 보통 사람으로서 김호진이 먹고 만들고 싶어하는 요리의 실체다.

ELLE BY ELLE 2011.03.04


샤야99와 크리에이티브한 요리

지난해 딸의 영어 이름에 번지수를 조합한 ‘샤야99’라는 이름으로 탄생한 김호진의 공간은 레스토랑이라기보다 은밀한 아지트 같다. “가끔 잔뜩 인상을 찌푸리며 오는 분들이 있어요. 찾기도 힘들고 주차는 또 어떻고, 하면서요. 그런데 음식을 서빙하는 동안 표정이 풀어지더니 또 오겠다는 거예요. 그럴 때면 생각하죠. 아, 보람 있다. 누군가 내가 만든 음식으로 행복해질 수 있구나.”
김호진이 만들고 싶은 건 재미있는 요리다. “요리란 기본적으로 쉬워야 하고, 맛있어야 하고, 재미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에요. 쉽게 했는데 맛있으면 또 그것처럼 좋은 게 없잖아요.”
샤야99에서 그가 선보이는 메뉴들 또한 그 연장선에 있다. 한식을 기본으로 퓨전과 전통의 중간쯤 되는 영역에 있는 재미있고 맛깔나는 요리. 하지만 신념은 그러할진대 그가 조리 관련된 자격증만 7개나 가지고 있다는 건 사실 좀 의외였다. 한 작품 끝나고 나면 다음엔 무슨 학원에 다닐지 구상부터 하면서 양식, 제과, 제빵 등 일곱 개의 자격증을 따기까지 꼬박 5년의 세월이 걸렸다.
이제 그는 자신이 완성한 요리를 맛보기 위해 남산 언덕길을 찾는 이들을 맞이할 만큼 훌쩍 성장했고, 여전히 맛을 즐기는 재미에 빠져 있다. 탤런트 김호진이 궁금해서가 아니라 요리사 김호진의 손맛이 그리워 다시 찾는 이들을 위해 맛으로 진검 승부를 하며 요리에 대한 욕심을 갈고닦는 곳. 김호진에게 샤야99는 그런 공간이다.  


또띠아에 제육볶음을 넣고 오븐에 구워 완성한 제육볶음 퀘사디아. 가장 사랑받는 ‘샤야99’의 시그너처 메뉴다.


맛에 관한 기억들 
어떤 맛을 그리워한다는 것은 양념의 비율과 음식의 온도와 재료의 어우러짐에 대한 정확한 기억이라기보단 그 음식을 함께 나눈 사람들, 분위기 등의 결합이다. 김호진에게 한식이란 그런 존재다. DNA 안에 내장된 무엇에 이끌리듯 결국엔 돌아가게 되는 고향처럼 소중한 추억이 방울방울 맺혀 있는 맛.
“시금치 나물을 먹을 땐 항상 계란말이가 있었던 걸 문득 떠올리며 ‘아, 오늘은 계란말이가 없네’라고 그것을 그리워하는 것처럼 어떤 장면이 스쳐가는 음식들의 의미가 새삼스레 다가올 때가 있어요. 오래된 노래를 듣고 ‘아, 그때 비가 왔었지, 누구와 함께 걸었었지’ 하는 것처럼 어떤 음식과 고스란히 오버랩되는 사람과 추억들에 대해서요. 특히 한식은 그래서 더 소중한 것 같아요”


진정한 식도락 여행가 
“한번은 친구들 여섯 명이 차를 빌려 목포와 광주 쪽에 맛 투어를 다닌 적 있어요. 꽃게무침이 끝내주는 목포 단골집을 거쳐 바로 광주로 떠나 한정식을 먹으러 갔으니. 여섯 끼를 하루에 먹는다고 생각해 보세요. 근데 너무 맛있으니까 어느 것 하나 포기할 수도 없고 숟가락을 내려놓는 것도 힘든 상황 있잖아요.” 스무 명이 버스를 대절해 영덕으로 게를 먹으러 떠난 적도 있었다. 
종목을 대면 술술 튀어나오는 단골집 리스트는 냉면집만이 아니다. “찌개가 생각날 때면 마포 공덕동 김치찌개 집을 주로 찾지만 꽁치김치찌개는 삼정호텔 뒤에 정말 끝내주는 곳이 또 따로 있어요. 게장은 마포의 참맛게장이죠. 일식은 야마모토 스시, 중국 요리를 좀 근사하게 먹고 싶을 땐 신라호텔 팔선에 가고요. 칼국수는 역시 신사동 두레국수죠. 국수정식을 먹고 싶을 땐 한우리에, 샤브샤브는 진상에 가고요.”
저절로 침이 고이는 리스트들. 아, 이런 친구 하나 있으면 정말 든든하겠다는 생각을 할 때 그가 한마디 덧붙였다. “뭐 먹을까, 라는 질문에 ‘아무 거나’라고 대답하는 사람, 정말 난감하다니까요. 하지만 샤야99에 오실 거면 한 번쯤 메뉴판 없이 제게 그냥 코스를 맡겨 주세요. 저 믿으셔도 된다니까요. 하하.”



*자세한 내용은 엘르 본지 3월호를 참조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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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박소영
    PHOTO 이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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