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을 모두 잃고 혼자 살아남은 상흔을 간직한 채 자신의 남은 평생을 악을 소탕하고 정의를 구하는 데 쓰기로 결심한 여자. 〈경이로운 소문〉에서 도하나의 언제라도 폭발할 준비가 돼 있는 불안한 눈빛에 자주 가슴이 미어졌다. 남에게 자신의 불행한 과거를 들키지 않도록 극도로 조심하는 도하나라는 캐릭터의 무거운 서사를 김세정은 조금의 요령도 피우지 않고 있는 그대로 전달한다. “한 번만 더 ‘그년’거리면 넌 진짜 뒤진다”며 젊은 여자가 겪는 모멸을 시원하게 메다꽂았고, “언니가 혼자 살아서 미안해”라는 말과 함께 자신의 상처를 마주하고 눈물로 아픈 과거를 소독했다. 냉소적인 말투와 직설화법으로 결정적인 순간마다 의리를 지키고 정의를 구해낸 도하나의 강인함을 돋보이게 만든 건 결국 김세정이다. 한 인터뷰에서 “자신에게 부끄러운 건 뭐예요?”란 질문에 ‘타협하는 것’이라 답하던 그 소신이 도하나란 인물의 주변을 내내 맴돌았달까. 치솟는 인기 속에서 활짝 웃으며 그저 엄마를 향해 “꽃길만 걷게 해드릴게요”라고 외치던 서바이벌 속 연습생, 아쉬운 활동 끝에 해체한 걸 그룹 구구단의 센터, 학창 시절 때부터 좋아하던 가수(선우정아)에게 직접 의뢰한 곡(화분)을 멋지게 해석하는 보컬리스트 그리고 〈경이로운 소문〉의 도하나까지. 내가 아는 김세정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타협하지 않았다. 인생의 굴곡과 부딪히며 쑥쑥 자라났을 뿐이다.
〈아무튼, 예능〉 저자, 복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