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ETY

잘 사는 것만큼 잘 죽고 싶어? 방법을 알려줄게

'당하는' 죽음 대신 행복하고 능동적으로 '맞이하는' 죽음에 대하여.

BYELLE2021.03.11
 
국내에서는 ‘관짝소년단’이라는 별명으로 잘 알려진 ‘댄싱 폴베어러스(Dancing Pallbearers)’. 가나 남부의 프람프람 마을에서 관을 메고 이동하는 일을 하던 벤저민 에이두(Benjamin Aidoo)가 여기에 흥 넘치는 안무를 추가하자는 생각으로 시작한 사업이 BBC 뉴스에 보도된 후 전 세계적으로 밈(Meme) 콘텐츠의 대유행을 이끌게 될 줄이야. 고인이 기쁜 마음으로 이승을 떠나가길 기원하는 서아프리카의 장례 문화와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의 장례 문화는 엄숙하기 그지없어 보인다. 혹여 실수라도 할까 봐 문상 가기 전 검색창에 ‘장례식 예절’을 한 번쯤 검색해 보게 되지 않나. 하지만 아시아권에도 장례식이 꼭 비통한 분위기에서 진행될 필요는 없다는 인식이 자리 잡는 듯하다. 2017년 11월,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 사회면에 실린 광고. 일본 한 기업의 전 사장 안자키 사토루가 ‘생전 장례식’을 치르겠다는 내용이었다. ‘예상치 못한 담낭암 선고 후 부작용 가능성이 있는 항암 치료를 받지 않고, 아직 건강하고 기력이 있을 동안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는 것이 주요 메시지. ‘회비나 조의금은 불필요하며, 평상복으로 와달라’는 말이 함께 적혀 있었다. 생전 장례식 후 기자회견에서 안자키 전 사장은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나는 (삶을) 마감하듯 하는 게 싫어서 다 같이 즐거울 수 있는 모임을 열었다. 죽는 것은 힘든 일이지만 인생을 충분히 즐겨왔고 수명에는 한계가 있다. 마지막까지 몸부림치는 것은 내 취향과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  
 
물론 국내에도 유언장 써보기, 가족과 친구들에게 작별 편지 쓰기, 관 속에 들어가 누워보기 등 ‘죽음’에 대한 각종 체험 프로그램이 있긴 하다. 하지만 실제 장례식이라기보다 일회성 이벤트에 지나지 않는 게 사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전례 없는 팬데믹을 관통하는 사이 ‘나 혹은 가족, 주변 지인들도 언제든 가까운 시일에 죽을 수 있다’는 인식이 무의식의 수면 위로 떠올라 현실로 자리 잡게 되면서 더 이상 ‘죽음’이나 ‘장례’가 불가항력적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 있는 동안 좀 더 잘 ‘준비’할 수 있는 것이라는 생각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 
 
마침 〈엘르〉 영국 1월호에도 이와 같은 맥락의 에세이가 실렸다. 코로나 하루 신규 확진자 수 4만 명을 가뿐히 넘어서고 변이 바이러스가 가장 먼저 발견되는 등 비관적 분위기가 팽배했기 때문일까. 인생의 마지막을 장식할 완벽한 계획, ‘장례 파티’가 화두로 떠올랐다는 내용으로, 글은 전직 간호사이자 ‘죽음’에 대한 인식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사회활동가 샤치 와이스버거(Shatzi Weisberger)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2018년 그녀는 ‘생전 장례 파티’를 진행했다. 생을 마친 자신이 누울 생분해성 카드보드지로 만든 친환경 소재 관이 식장 한가운데에 놓여 있는 가운데, 100여 명의 손님들이 참석해 새우 요리와 와인을 즐기며 브루클린 여성 합창단의 공연을 보고, 초청 강사의 죽음에 대한 연설을 들은 뒤 다 함께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와이스버거는 장례 파티를 열어 사람들이 죽음에 대해 마음껏 얘기함으로써 사회 금기를 깨뜨리고 싶었다고 한다. 
 
아이러니하지만, 한 치 앞도 모르는 우리네 인생에서 유일하게 확실한 것은 ‘죽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죽음은 여전히 일상에서 쉽게 꺼내서는 안 되는 주제이자 우리를 두려움으로 몰고 가는 미지의 ‘무언가’이다. 생전 장례식에 대한 뉴스가 간간이 나오긴 하지만, 거의 시한부 선고를 받았거나 중증 치매를 앓고 있는 사람들이 주인공인 경우가 대부분. 영국에서 프리랜스 기자이자 미디어 컨설턴트로 일하는 수전 번(Suzanne Bearne)은 33세 때 이미 자신의 장례식을 계획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건강에 이상은 없었지만, 이상적인 결혼식보다 이상적인 장례식을 먼저 상상했다고. 무겁게 내려앉은 분위기와 이를 더 무겁게 만드는 사람들의 검은 옷, 찬송가 멜로디 대신, 그녀가 소유한 폭스바겐 캠핑카에 DJ 부스를 만들어 펑키한 음악을 틀고 여기저기 샴페인이 터지는 환상. “제가 가장 피하고 싶은 건 친구들이 엄숙하게 작별을 고하며 슬퍼하는 모습이에요. 그 대신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반추할 수 있는 서비스를 원하죠.” 맞춤형 장례 플래너와 상담하며 자신의 죽음에 대한 세부 사항을 적어 내려갈 때 물론 슬픈 생각도 들었다는 수전. 하지만 중요한 결정을 내리고 나니 성취감마저 느껴졌다고 한다. “남겨진 사람들에게 선택의 부담을 덜어주고 싶어요. 때문에 제 장례식에 대해 더욱 명확한 요청을 해놨죠. 슬플 때 우리는 섣부른 결정을 내리기 쉽지만, 가족에게 올바른 방향을 제시함으로써 그들의 스트레스를 덜어주고 싶어요.”
 
“우리가 영원히 머무를 수 없다는 걸 더 명확하게 깨달을수록 진정으로 중요한 것들이 강조되죠. 지금보다 더 만족스러운 삶을 살기 위한 변화도 모색하게 될 테고요”. 
 
‘웰 다잉(Well Dying)’에 대한 욕구는 세대가 젊을수록 더 크다. “젊은 층은 죽음을 경험하는 데 있어 자신의 목소리와 애티튜드를 반영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어요.” 그리프 네트워크(The Grief Network)의 창립자 레이철 윌슨(Rachel Wilson)의 말. 이 커뮤니티에서는 젊은 세대들이 모여 죽음에 대해 자유롭게 얘기를 나눈다. “이런 변화가 바탕이 되어 저희(그리프 네트워크)가 인스타그램에서 활발히 활동할 수 있는 거예요. 죽음에 관한 우리의 어조는 오히려 수다스러움에 가까워요. 반면에 업로드하는 이미지는 결코 우울하거나 병적이지 않죠. 죽음은 ‘당하는 것’이 아닌 ‘맞이하는 것’이에요. 내가 죽더라도 그 슬픔 때문에 누군가의 일상이 멈추는 건 바라지 않죠.” ‘힙’한 카페 혹은 콘란샵 같은 인테리어 쇼룸처럼 보이는 런던 치즈윅의 ‘엑시트 히어(Exit Here)’. 외관과 달리 이곳은 장례에 대한 모든 절차를 진행해 주는 대행 업체로, 디진 어워즈(Dezeen Awards) 인테리어 디자인 부문 최종 후보에 오르며 ‘미래의 장례식장’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레스토랑을 운영하다 부모님의 장례를 치르며 새로운 장례 사업에 뛰어든 올리버 페이튼(Oliver Peyton)은 말한다. “장례를 더 밝고 즐겁게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어요. 우리가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은 장례를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희망과 선택권을 주는 것입니다. 마치 벨트컨베이어 위에 묶인 채 하나하나 통과해 가는 듯한 전통적인 장례 방식은 거부합니다.” 
 
영국 레스터에 본사를 둔 ‘크레이지 코핀스(Crazy Coffins)’는 막스 앤 스펜서의 텍스타일 디자이너였던 데이비드 크램프턴(David Crampton)이 운영하는 곳으로, 원하는 디자인의 관을 만들어준다. 생전 스니커즈에 미쳐 죽어서도 거대한 운동화 안에 안치되고 싶은가? 아니면 루이 비통 백? 말만 하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친환경 매장법 역시 장례에 관한 ‘블루 오션’ 중 하나. 뉴욕 스타트업 업체 코에이오(Coeio)는 유기농 면과 버섯 소재로 만든 생분해성 수의를 개발했다. 일명 ‘버섯 수트’라 불리는 이 수의는 시신에서 나오는 독소를 중화시켜 토양을 비옥하게 만드는 미생물로 바뀌게 도와준다고. 실로 ‘신박’하기 그지없지 않나! 이렇게 죽음을 맞이하는 방식이 다양해지고 있지만 30대 후반에 ‘능동적으로 죽음을 준비하려 한다’고 말했을 때 과연 친구들과 가족들은 어떤 표정을 지을지 상상이 가고도 남는다. 그들에게 컨설턴트 심리학자 마이클 싱클레어(Michael Sinclair) 박사의 조언을 들려주고 싶다. “우리가 영원히 머무를 수 없다는 걸 더 명확하게 깨달을수록 진정으로 중요한 것들이 강조되죠. 평소 돌아보지 못했던 우리의 가치를 반성할 수 있을 거예요. 지금보다 더 만족스러운 삶을 살기 위한 변화도 모색하게 될 테고요.” 켄터키 대학의 한 연구에 따르면 ‘죽음에 대한 생각이 삶에 대한 더 큰 열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한다. 죽음에 직면했을 때 우리의 잠재의식은 긍정적 감정을 소환하려 애쓴다는 것. 
 
‘위크로크(WeCroak)’ 앱은 이런 목적에서 출시됐다. 우리 모두 죽는다는 사실을 떠올리게 하는 문장을 매일 5회씩 사용자에게 보내준다. 같은 맥락에서 2011년 작가 존 언더우드(Jon Underwood)에 의해 영국에서 시작된 ‘데스 카페(Death Cafe′)’도 있다. 이곳에선 사람들이 모여 차와 케이크를 놓고 죽음을 논한다. 언더우드가 2017년 사망하기 전 남겼다는 말은 코로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큰 울림을 주기에 충분하다. “살아가면서 죽음에 대해 얘기하는 것이 우선순위 중 하나였습니다. 여러분은 시간이 남아 있다는 걸 알고 있어요. 그러면 질문이 주어지죠. ‘이 시간에 과연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요.” 맞춤 장례 서비스 ‘포에틱 엔딩스(Poetic Endings)’ 창립자 루이스 윈터(Louise Winter)는 저서 〈We All Know How This Ends〉를 통해 자신의 장례 계획을 적은 바 있다. 플레이리스트는 리조부터 제임스 모리스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고, 내키는 대로 즉흥 공연을 펼치는 것 역시 언제든 대환영. 실컷 울고 춤추고 진하게 키스하면서 남아 있는 삶의 열정적인 순간들을 만끽하는 것. 또한 전 남자친구는 게스트 명단에서 과감히 삭제하는 대신 스트리퍼를 초대해 마티니를 대접할 생각(!)이라고. 에디터 역시 장례식, 아니 장례 ‘파티’에 대해 생각해 봤다. 일단 다 같이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 부스는 필수다. 앞서 적은 뉴욕의 코에이오처럼 친환경적 매장법이 도입된다면 이 계획은 바뀔 수도 있겠지만, 시신을 화장한 재는 작은 돌 형태로 만들어 정말 가까운 가족 몇몇에게 나눠주고 싶다. 무섭다는 이유로 받길 거절한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우는 건 좋으나 통곡하다 쓰러져 업혀가는 사람은 부디 없길 바란다. 삶을 마감하는 순간 더 이상 미련이 남지 않을 만큼, 그래서 조금만 울고 ‘그래, 너 참 잘 살았지’ 하며 밝게 웃음 지으며 보내줘도 될 만큼, 남은 하루하루를 충실하고 밀도 있게 살아갈 것이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