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키드밀리가 입은 블랙 가죽 재킷과 톱은 모두 Wooyoungmi. 선글라스는 Oliver Peoples. 주얼리는 개인 소장품. 드레스가 입은 후디드 집업과 톱, 팬츠는 모두 Alyx. 이어링은 Portrait Report.

키드밀리가 입은 카키색 재킷과 팬츠는 모두 Veilance. 스니커즈는 개인 소장품. 드레스가 입은 셔츠는 Lemaire. 팬츠는 Nanushka. 슈즈는 Maison Margiela. 주얼리는 Portrait Report.

키드밀리가 입은 블랙 가죽 재킷과 톱, 팬츠는 모두 Wooyoungmi. 슈즈는 Berluti. 선글라스는 Oliver Peoples. 주얼리는 개인 소장품. 드레스가 입은 후디드 집업과 톱, 팬츠는 모두 Alyx by Adekuver. 슈즈는 Maison Margiela. 주얼리는 모두 Portrait Report.
시작은 지난해 12월에 발표한 싱글 ‘Bankroll(feat. Okasian)’이었다. 키드밀리(Kid Milli)와 드레스(Dress)가 함께 달리기로 했다는 사실을 공표한 것 말이다. 〈쇼미더머니777〉로 대중적 ‘인증’까지 마친 인디고뮤직의 총아 키드밀리가 설명이 다소 머쓱할 정도로 아이코닉한 존재라면, 프로듀서 드레스의 정체는 상대적으로 비밀스럽다. 과거 YG 산하 더블랙레이블 소속으로 〈쇼미더머니5〉〈고등래퍼〉〈사인히어〉 같은 프로그램에 참여했다는 것, 시피카와 소금부터 강민경, 태연과 백현까지 넓은 작업 스펙트럼을 갖춘 프로듀서라는 것 등이 인스타그램 계정과 몇 영어 인터뷰 기사를 통해 얻은 정보다. 테이블 맞은편에 먼저 자리 잡은 키드밀리에게 조심스럽게 드레스의 나이를 묻자 “어, 저 몰라요. 31~33세 사이로 추정합니다”라는 웃음기 섞인 대답이 돌아온다. 합작 정규 앨범 발표를 앞두고 있는 두 사람의 관계는 사적이라기보다 서로 친밀함을 느끼며 가까워지고 있는 작업자들의 그것에 가깝다. “유행과 관계 없이 시간이 지난 뒤에 들어도 좋을 앨범을 트렌드세터인 키드밀리에게 만들어주고 싶다”는 드레스나 “정확히 앨범에 대한 지분이 1:1인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작업 과정에서 배우는 느낌”이라는 키드밀리의 답변에서 짐작되는 확신과 신뢰처럼 말이다. 촬영을 위해 두 사람이 떠난 자리, 준비했던 여러 간식 중 유일하게 봉투가 뜯겨진 것은 똑같이 엠앤엠즈 초콜릿뿐이었다. 어쩌면 둘은 생각보다 비슷한 구석이 많을지도 모른다.

가죽 재킷은 CMMN SWDN. 팬츠는 Magliano. 주얼리는 모두 Portrait Report.

키드밀리(이하 K) 2020년 초반 작업을 위해 LA로 떠났다. 첫 미국 여행이었고 한 달 넘게 있다 돌아오니 한국이 어색하게 느껴지더라. 이런 기분으로 음악을 같이 할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일까, 생각하다가 형이 떠올랐다.
드레스(이하 D)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앨범까지 한번 만들어보자고 한 게 여기까지 왔다. 상당히 빨리 진행된 편이다.
원래 좋아하던 서로의 작업물이 있었나
K 형이 프로듀싱했던 소금의 〈Not my fault〉 앨범에 실린 ‘궁금해(feat. 박재범)’와 ‘다시 한 번(feat. CHE)’ 두 트랙을 정말 많이 들었다. 여자친구와 헤어졌던 시기라서 딱 듣기 좋은 이별 노래였거든.
함께 앨범을 만드는 과정에서 작업자로서 서로 기대한 면이 있다면. 어떤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나
K 프로듀서들이 비트를 성의 없게 찍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 그런데 형이 제작한 앨범을 들어보면 컴퓨터 작업이 아니라 실제 연주를 녹음한 것처럼 세심했다. 짜임새 있는 구성을 갖춘 음악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힙합 비트에 작업해서 보냈는데 뜬금없이 재즈 비트가 되어 돌아오는 등 예상치 못한 일도 있었다. 그런데 적응하고 나니까 그게 좋더라.
D 키드밀리의 앨범에 사람들이 원하는 것도, 내게 기대하는 바도 있을 것이다. 프로젝트 합작 앨범이라면 그게 높은 수준으로 합쳐져야 한다고 생각했고 ‘양질의 앨범’이란 장르의 다양성에서 온다고 생각했다. 키드밀리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컸다.
“인지도가 이 정도 쌓였으니까 음악을 발표하면 한번 들어보겠지하고 기대했던 것보다 결과가 미치지 못할 때도 있다”, 팔로알토와 더콰이엇이 진행하는 유튜브 〈P&Q 국힙상담소〉에 출연해 키드밀리가 털어놓은 고민이다. 공감이 됐다
K 평가에 대한 것, 사람들이 내 메시지를 알아줬으면 좋겠다는 기대감은 사라진 상태다. 지금 나는 그런 걸 바라고 음악을 만들 시기가 아닌 것 같다. 다만 이번 앨범을 만들면서 가사를 쓸 때 확 떴다가 사라지는 사람들, 잊힌다는 것에 대해 많이 생각했기 때문에 그런 사람들이 들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은 있다. 나 또한 그런 상황에서 온 무기력함을 내 안에서 발견한 적도 있으니까.
D 내 입장에서는 “얘가 이런 이야기를 가사로 쓰네?” 하고 놀랄 때도 있었다. 어떤 가사는 너무 슬퍼서 작업하면서 울 뻔했다. 영화 〈기생충〉 스트링 연주를 했던 박인하 감독님께 직접 연락해서 작업한 ‘아우트로(Outro)’를 기대해 달라.
K 개인적으로 ‘Bittersweet’가 기대되는 트랙이다. 되게 ‘날것(Lo-fi)’의 느낌이면서도 신나거든.
프로듀서로서 아티스트와 많은 이야기를 나눴겠다. 어떤 점을 함께 고민했나
D 상업적인 흥행을 생각하고 만든 앨범이 아니다. 앨범 제목이 〈Cliche′〉인데 오히려 클리셰에 가까운, 전형성은 없다. 지금 음악 신에 오랫동안 두고 들을 수 있는 앨범이 많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트렌드 최전선에 있는 키드밀리에게 그런 앨범을 만들어주고 싶었다. 호불호가 갈릴 수는 있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불호’마저 다 ‘호’로 돌아올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다. 앨범 전체에 피처링도 세 곡뿐인데 그게 맞는 전략이라고 생각했다.
프로듀서 이름으로 내는 앨범은 참여 아티스트의 유명세가 중요하게 작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직접 제작한 안다영의 〈Antihero〉 앨범을 보면 드레스에게 그보다 ‘하고 싶은 것’이 더 중요한 것 같기도 하다
D 하고 싶은 것과 해야 되는 것을 항상 같이 가져가려고 한다. 음악을 잘하는 친구들의 앨범을 제작하고 싶은 마음은 항상 있고, 프로듀싱도 마찬가지다. 반면에 생계를 위해 해야 하는 일도 있는 것이고.
만드는 과정에서 의견 충돌은 없었나
K 나는 갈등을 매우 싫어하고 피하려는 사람이다.
D 둘 다 작업적으로 맺어진 인간관계에 대한 태도가 좋은 편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예의 없이 굴어놓고 나중에 진심이 아니었다며 변명하는 사람도 있거든. 키드밀리와 작업하면서 그런 걸 느낀 적은 없다. 워낙 갈등을 싫어하는 사람인 걸 아니까, 나도 조심하는 부분도 있었고.
K “이거 하자”가 아니라 “이러면 어떨까?”라고 묻고, 혼자 알아서 진행하는 게 아니라 “이 부분은 좋은데 이건 내게 양보해 줘” 하는 식이라 갈등이라고 할 만한 게 없었다. 지금까지 혼자 앨범을 만들며, 클라이언트 입장에서 비트를 받아본 경험이 대다수였기 때문에 이런 식의 작업은 나도 처음이었다. 정말 앨범에 대한 지분이 1:1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함께 만든 느낌이다. 작업하면서 배우는 기분이 드는 것도 좋았다.
뮤직비디오를 비롯한 비주얼에 대해서도 함께 의견을 나누는지
D 그렇다. ‘Bankroll(feat. Okasian)’의 경우에는 한국적인 모습이 영상에 보였으면 좋겠다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K 한국적인 것이라고 해서 경복궁을 등장시키고 싶지는 않아서 강남으로 갔다. 롯데월드타워도 많이 나온다.
D 원래는 삼성이 등장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기업의 공간을 빌리는 건 생각보다 여러 제약이 있더라.
두 사람이 생각하는 한국적인 것은 무엇인가
D 안 그래도 이 문제에 대해 최근 많이 생각했다. 굳이 박찬욱과 봉준호 감독 둘로 나눠 생각하자면 나는 ‘덜’ 한국스럽다는 이유로 박찬욱을 좋아하는 쪽이었다. 봉준호의 영화는 연출이나 미장센이 한국 같다고 느껴지는 지점이 있으니까. 하지만 결과적으로 〈기생충〉이 모든 걸 휩쓸지 않았나. 요즘은 그냥 뭐든지 흐름 그 자체로 받아들이려고 한다. K팝의 정의에 대해서도 깊게 생각하지 않고.
한국 음악 신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K팝을 두 사람은 흥미를 갖고 지켜보고 있나. 함께 작업해 보고 싶은 아티스트도 있을지
K 레드벨벳 노래를 좋아해서 조이 님과 작업하고 싶다는 생각은 한다. 백예린 씨도!
D 프로듀서로서 당연히 관심을 갖고 아이돌 그룹의 노래도 챙겨 듣는다. 한국에서 가장 진취적으로 팝 음악을 하고 있는 것이 아이돌이기 때문에 그들이 팝이고, 가요고, K팝이라고 생각한다. 작업해 보고 싶은 아티스트는 당연히 BTS다. ‘인터루드(Interlude)’나 ‘아웃트로’라도 괜찮다(웃음).
K 앗, 그럼 나도 BTS로…(웃음). 소신 발언을 하자면 ‘Dynamite’를 듣고 BTS에 대한 모든 편견이 깨졌다. 지금은 다들 그런 적 없었던 것처럼 굴지만 BTS의 힙합이 진짜인지 가짜인지에 대한 논란이 힙합 신 내에서도 있었다. 나 또한 편견을 가졌던 사람 중 하나이고. 그런데 그게 깨지니까 그들의 음악이 잘된 것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그리고 의문 또 하나. 샤이니나 2PM의 예전 노래는 ‘명곡’이라면서 왜 기술적으로 훨씬 더 발전한 사운드를 들려주는 요즘 아이돌 음악에 대해서는 평가가 박할까? 불합리하다는 생각이 든다.
키드밀리는 ‘딘드밀리(딘+키드밀리) 룩’으로 홍대라는 상징적인 문화를 대변하기도 했는데 어떤 기분이었을지
K 처음에는 내가 그런 존재가 됐다는 게 신기했다. 진짜 멋있게 보여야지, 많이 의식도 했고. 그런데 지금은 평범한 29세의 최원재로 사는 게 제일 멋지다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트렌드를 의식하다 보니 ‘핫’해질 것 같은 브랜드를 기웃거리게 되고 나만의 스타일과 깊이가 없어지더라. 결국 내가 진짜 좋아하는 건 뭘까 하는 뻔한 질문으로 돌아왔다. 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요즘, 마음이 편하다. 그러다 보면 다시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사람들을 매료시키는 행복한 사람이 될 수도 있겠지.
D 만날 때마다 항상 스타일링에 과감한 포인트가 있다고 생각한다. 나와는 정말 다른 부분이고, 부러운 감각이다.
키드밀리가 드레스에게 부러운 점은
K 자꾸 자기 ‘비전’에 대해 말하는데, 이게 듣다 보면 빠져든다. 지금 나 포함 여섯 명 정도 빠져 있다(웃음). 래퍼 중에는 왜 진짜 ‘연예인’이 되는 사람이 없을까 생각해 봤는데 말을 예능인 수준으로 잘하는 사람이 없어서 그런 것 같더라고. 한국에서는 그 사람 그대로 웃기지 못하고 어느 정도 기준점에 맞춰 감춰야 하지 않나.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서 원래 가사 그대로 노래할 수도 없고, 그러다 보니 자신의 캐릭터를 보여줄 수 없는 것 같다. (김)희철 형과의 인연으로 얼마 전 〈아는 형님 방과 후 활동-우주힙쟁이〉에 출연했는데, 그때도 내가 진짜 말을 못한다는 걸 느꼈다. 결국 말 잘하는 드레스 형이 부럽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사람들은 국내 힙합 신에 사건·사고가 많다고 느낀다. 그래서 키드밀리의 ‘무사고’를 바라기도 하고(웃음). 본인 스스로 사고를 칠 ‘깡’이 없다고 했는데 드레스가 보기에 키드밀리는 정말 깡 없는 사람인가
K 나는 내가 했던 발언에 공감한다. 아버지한테 말 안 하고 고등학교 자퇴했을 때, 그때 평생 쓸 깡을 다 썼다.
D 사고를 치는 것과 깡은 다르지 않나? 대중이 알 정도로 ‘뻥’ 터지는 사고는 운 나쁘게 어쩌다 걸린 게 아니라 그 사람의 가진 인격적인 문제들이 마일리지처럼 차곡차곡 쌓인 경우가 많다. 내가 보는 키드밀리는 깡이 없다기보다 문제를 일으킬 만한 행동에 대한 생각 자체를 덜하고 조심하는 사람이다. 예전에 지나가는 말로 “야, 너는 마약 같은 거 하지 마”라고 한 적 있는데 얘가 ‘자식이 자기 하나라 안 된다’고 하더라. 농담 같은 진심이 느껴졌다.
소금의 ‘내 입맛’에서 빌려온 ‘나도 한 인간으로서 평범한 사람으로서’라는 가사를 인용해, 내가 보편적인 인간이라는 걸 실감할 때는
K 부모님 생각할 때.
D 강아지 산책을 하루에 두 번은 무조건 시킨다. 원래도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지만 그 시간은 더 그렇게 느껴진다. 진짜 그냥 연남동 주민 그 자체다.
K 형은 매일 연남동 산책길에 있다. 그러니 앨범이 별로라면 연남동에 가서 형에게 오물을 투척하길.

화이트 셔츠와 스웨트셔츠는 모두 Prada. 주얼리는 개인 소장품.

재킷과 핑크 팬츠는 모두 Givenc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