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조의 피눈물, '악몽'을 현실로 만들다 | 엘르코리아 (ELLE KOREA)

영화 <레퀴엠>과 <레슬러>의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이 어렵고 힘들었던 <블랙 스완>의 촬영을 회상했다. 어느 모로 보나 <블랙 스완>은 그에게 즐거움을 안겨 주는 촬영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는 이 영화를 한 마디로 표현한다. "그건 정말이지 악몽이었다!" |

Q. 을 찍을 때 주로 어디에서 영감을 얻었나?시나리오 초안을 만드는 과정에서는 맨키비츠의 에서 많은 것을 얻었습니다. 연출을 위해서는 폴란스키 감독의 와 를 꼽아야겠죠. 난 폴란스키의 엄청난 팬입니다. 그리고 크로넨버그의 도 있고요. 의 안무나 차이코프스키의 음악에서도 당연히 엄청나게 영감을 받았습니다. 또 도스토예프스키의 을 읽은 것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어느 날 문득 일어나 보니 자신의 삶을 다른 자가 차지했다는 내용의 소설입니다. 아주 훌륭하고도 무서운 아이디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고 나서 발레 를 보러 갔었죠. 튀튀를 입은 소녀들이 단체로 춤을 춘다는 것 말고는 별 생각이 없었습니다. 그 때 한 무용수가 흑조로 등장하고, 뒤이어 백조로 등장하는 것을 보자 유레카를 외쳤죠. "이건 보다 더 괜찮네." 이건 왕자를 두고 두 캐릭터가 서로 싸움을 벌이는 내용이니, 출발이 좋았습니다.Q. 에 등장하는 여자 무용수는 의 남자 레슬링 선수의 분신이라고 할 수 있나?물론입니다. 두 인물은 아주 많이 닮았습니다. 두 작품을 연달아서 볼 수 있도록 상영 스케줄을 잡을 수만 있다면 꿈만 같을 것 같습니다. 그 인물들은 둘 다 마지막에 허공으로 뛰어내립니다. 두 사람 모두 고통 속에서 괴로워하며, 두 사람 모두 자신의 몸을 사용하여 다른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합니다. 두 개의 전혀 다른 세계에 살며, 남자와 여자라는 성별의 차이, 그리고 나이의 차이가 있지만, 두 사람이 벌이는 투쟁은 매한가지입니다. Q. 카타르시스와 섬세한 내용이 여성적 경험과 맞물려 시너지 효과를 냈다.영화의 마법 같은 점은 바로 죽어가는 55세의 퇴물 레슬러를 그려낼 수도, 전도유망한 20대 무용수를 그려낼 수도 있다는 겁니다. 중요한 점은 성별이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점이죠. 남자의 경험이나 여성의 경험이기 이전에 우리 모두는 사람입니다. 성별에 따른 경험은 우리 생각보다 더 적습니다.Q. 의 성공이 을 제작하는데 도움이 되었나?나는 아마도 그럴 거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더군요. 베니스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았다거나, 오스카상이나 골든 글로브상 후보에 올랐다거나 하는 것들은 아무 소용이 없어요. 수석 무용수가 백조로 변하는 공포 스릴러라고 운을 떼는 순간 나탈리 포트만이나 뱅상 카셀이라는 이름도 맥을 못 추게 된다니까요. 돈주머니를 움켜쥔 은행 사람들은 자기들의 돈이 어디로 가게 되는지 의문을 갖기 시작하니까요. 아니나 다를까, 이번에도 나를 제대로 내동댕이쳤습니다. 결국 다른 곳에서 돈을 얻었는데, 그때까지가 정말이지 악몽이었습니다. Q. 어느 대목이 제일 촬영하기 어렵던가?발레 공연 부분이었죠. 우선 실제 공연을 촬영한 다음 조명, 음영, 디지털 효과에 따라 카메라를 배치할 수 있는 방식을 찾아야했거든요. 나탈리가 백조로 변하는 장면은 기술적인 면에서 아주, 아주 복잡했습니다. Q. 나탈리 포트만에게 이번 역할은 꽤 도전적이었다. 몸과 마음을 단련하는데 어떤 식으로 이어 갔나?우선 정신적으로 굉장히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몸이 피곤한 것만큼은 아니었죠. 일년 동안 하루에 5시간씩 훈련하는 게 보통 일이 아니었습니다. 사실 얼마나 아팠는지 잘 몰랐는데 나중에 알게 되었습니다. "3주 더 아몬드와 당근으로 버티라고 했으면 죽어버렸을 거야!"라고 했으니깐. 대부분의 무용수는 4살 무렵부터 관절을 늘이고, 엉덩이를 올려 붙이고, 이를 반복해서 체득합니다. 이건 정말 힘든 일입니다. Q. 나탈리 포트만이 혹시 대본을 수정하자고 제안했나?나탈리는 근본적으로 남을 존중하는 사람입니다. 군데군데 손을 보기는 했지만, 나탈리는 원래의 작품에 충실하게 연기했습니다. 그런 점에서 미키 루크와 아주 똑같죠! (신랄한 웃음) 를 찍을 때, 미키 루크는 대사 한 줄 한 줄을 완전히 다시 썼죠. 다행히 그는 글솜씨가 있더군요. 덕분에 꽤 괜찮은 대사들이 모두 빠져버리게 되었죠. 미키가 그 대사들이 별로 ‘쿨하지’ 않다면서 다 빼버렸거든요. Q. 당신은 뱅상 카셀이 연기한 연출자와 가깝다고 느끼나?나는 그자처럼 다른 사람들을 잘 조종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그러기엔 난 너무 솔직한 게 탈이죠. 나는 배우들에게 늘 이렇게 말해요. 함께 일하는 건 시련임에 틀림없지만, 그래도 힘을 합해서 일하다보면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을 거라고요. 그 때문에 내가 정말로 함께 일해보고 싶었던 배우들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얻기도 했죠. 나는 미키 루크에게도 경고했어요. 당신은 이제 끝장 난 배우나 마찬가지니까, 난 너를 개처럼 취급하겠노라고요. 그는 금방 무슨 말인지 알아들었죠. 나탈리하고도 마찬가지였어요. 이제까지 작업했던 것보다 훨씬 힘이 들 거라고 경고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