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속 세상에서 살고 싶은 몽상가 배용태 | 엘르코리아 (ELLE KOREA)

책장을 넘기는 손길마다 마치 보물단지를 대하듯 조심스럽고 섬세한 손길에 팝업북에 대한 컬렉터의 애정이 느껴진다. 꽁꽁 숨겨두었던 그의 보물 1호 팝업북이 드디에 세상에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 엘르,snow, wheat, darkgreen, 동화,배용태,엘라서울,엣진,elle.co.kr :: | :: 엘르,snow,wheat,darkgreen,동화

책장을 넘길 때마다 성난 사자와 넘실거리는 파도, 무시무시한 괴물이 불쑥 튀어나오는 팝업북이 신기하기만 했던 어린 시절이 있었다. 마치 눈 앞에서 동화 속 이야기가 벌어지고 있는 듯 했다. 토끼굴로 굴러 떨어지는 앨리스를 구하려 파란 치마 끝을 잡아 잡아당기고, 신데렐라의 호박 마차 속에는 무엇이 들었는지 궁금해 손가락을 들이밀어 보거나 빨간 망토의 소녀의 집을 서성이는 늑대를 손으로 때리다 기어코 책장에서 뜯어내어 밖으로 멀리 치워버린 일, 이는 책과 장난감의 경계선에 있는 팝업북만이 선사할 수 있는 경험이다.현실과 동화 속 세계의 간극을 좁혀주던 팝업북은 동화 속 스토리는 내가 원하는 대로 변하지 않고, 현실은 동화처럼 달콤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아 버린 어른이 되면 그 빛을 잃는다. 수집가 배용태는 그 팝업북의 즐거움을 여전히 느끼고 있는 사람 중 하나다. 이러한 팝업북에 대한 열정은 아내와 함께 라는 책을 내는 데 일조했다. 팝업북의 역사와 용어를 알기 쉽게 설명하고, 어른들의 장난감이라는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옛것을 좋아하는 빈티지 마니아로 신사동 가로수길에 ‘마이 페이버릿’이란 어덜트 토이 매장을 운영하며 취미와 일을 병행하는 그가 아이들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했던 팝업북에 빠진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일본에 여행 갔을 때 들렀던 골동품 시장에서 팝업북과 마주했어요. 수많은 빈티지 아이템이 있었지만 그 책에서 뿜어져 나오는 오묘한 컬러와 화려한 디테일이 예사롭지 않았어요. 유혹하듯 펼쳐진 그 책을 도저히 놔두고 올 수 없었죠.” 당시 그를 유혹한 책은 쿠바스타가 만든 팝업북이다. 프린스 차밍 왕자를 만나게 해준 보석보다 빛나는 유리 구두가 등장하는 는 성인이 된 여성에게도 꿈과 같은 스토리. 그 책을 구입한 이후 그는 팝업북에 푹 빠져 그에 관한 자료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전문 컬렉터인 배용태는 컬렉션을 할 때 그에 관련된 자료를 수집하고, 소장 가치가 있는 작품만을 모은다. “저렴한 것부터 구입해 컬렉션의 양을 늘리는 것보다, 하나를 사더라도 가치 있는 것을 모으는 것이 중요합니다. 팝업북은 누가 만들었느냐가 가장 중요하고, 유명한 제작자라도 그들의 대표작을 모으는 것이 낫습니다.” 그는 가격이 높더라도 질 좋은 희귀본을 구입한다. 처음 구입한 쿠바스타라는 체코의 유명 제작자는 팝업북에 중요한 기술적인 것을 시도한 작가로 유명하다. 쿠바스타는 이전에는 한 가지 동작만을 취하던 인물들이 다양한 동작을 할 수 있도록 만든 최초의 제작자다. “요즘 만들어지는 팝업북은 중국에서 수작업으로 대량생산되고 있기 때문에 과거의 정교함을 찾기 힘듭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북 아티스트가 간혹 팝업북 제작을 시도하지만 초보 수준이지요.” 배용태는 팝업북을 모으기 위해 해외 헌책방과 지속적으로 연락을 취한단다. 수집한 자료를 토대로 유명 작가의 대표작을 미리 주문하고 마냥 기다리는 것이다. “컬렉션을 할 수 있는 것은 철저한 ‘운’입니다. 그 작품이 존재해야만 내가 그 작품을 찾는 것이고, 그 작품을 찾아 헤맨 책방에 그 책이 있는 것. 모든 컬렉션은 그렇게 우연에서 시작해 우연으로 끝이 납니다.” 1 영화 의 한 장면을 실감나게 표현한 팝업북2 배용태가 가장 좋아하는 제작자인 해럴드 렌츠의 3 1980년대 유행했던 영화 속 명장면을 표현한 4 2002년 처음 구입한 팝업북 쿠바스타의 대표작 5 마릴린 먼로의 섹시한 환풍기 신이 인상적이었던 영화 중. 마릴린 먼로의 치마가 날리는 팝업이 재미있다. 쿠바스타가 스토리까지 구상하여 제작한 *자세한 내용은 엘라서울 본지 12월호를 참고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