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남자, 왜 이렇게 완벽하지! | 엘르코리아 (ELLE KOREA)

배우, 감독, 제작자, 작가, 화가, 구찌 모델, 영문과 학생(예일 대학교!) 등, 다재다능한 재주꾼으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과시하고 있는 제임스 프랭코는 대니 보일 감독의 최신작 <127시간>에서 실존 인물 아론 랠스턴을 연기하며 배우로서의 깊이를 더했다. |

제임스 프랭코는 고통의 시간을 보냈다. "학교 다니는 동안 영화 제안을 엄청 거절했죠!" 작년 UCLA에서 영문학 박사 학위를 시작한 그는 "그래. 연기도 내 직업이야."라는 생각이 들었다. 프랭코는 세 곳의 미술 석사 학위 취득을 앞두고, 영화 의 촬영일과 마지막 학기가 2주 정도 겹치자 꽤 괴로워했다. 그래서 결국 연기를 선택했지만 그의 학구열은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트라이베카 영화제에서 다큐멘터리 을 선보이면서 감독으로 데뷔했고, 앞으로 예일대에서 영문학과 영화학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할 예정이다. 그에게 127시간도 부족해 보인다.Q. 대니 보일과의 첫 만남에서 보일 감독은 당신이 바보 같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은 너무 강렬한 작품이기 때문에 보일 감독은 긴장과 유머 사이에서 균형을 찾을 수 있는 배우를 모색 중이었다더군요. 믿기 어려우시겠지만, 내가 에서 연기했던 어벙한 마리화나 딜러 이미지를 보고 나한테 그 역을 맡기기로 하셨다는 것 같았습니다! Q. 당신은 이번 영화에서 인간이 지닌 모든 감정과 고통스러운 상황을 연기했다. 앞으로 이처럼 강렬한 인물을 다시 만날 기회가 없을지도 모른다는 느낌이 있었나? 물론이죠. 난 이런 시나리오를 단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어요. 이 영화를 구성하는 대부분의 장면에서 난 혼자입니다. 전통적인 영화에서라면, 다양한 조연들의 출연으로 상황이 바뀌어 가면서 주인공에게 감정의 변화가 일어나게 되겠죠. 어떤 사람은 짓궂은 장난을 통해서 희극적인 분위기를 만드는가 하면, 다른 사람은 자꾸만 곤란한 일을 만들어냄으로써 줄거리를 이어가는 식이죠. 그런데 이번 영화에서는 모든 변화가 나로 인해서 생겨납니다. 대니 보일과 시나리오 작가가 어찌나 이야기를 짜임새 있게 엮었는지 장면 하나 하나가 전부 다를 정도로 다양하죠. Q. 아론 역을 위해 체력 단련은 어떻게 하였나?실제 아론은 성취욕이 대단한 등반가였어요. 콜로라도의 4,000 미터가 넘는 봉우리는 모두 정복했어요. 이런 역할이긴 하지만 에서는 어떤 봉우리도 정복하지 못하고 협곡에 갇혀 있는 상태입니다. 등반에 대해서는 배울 기회가 없었어요. 물론 등반전문훈련 기관에 들어가긴 했지만 보일 감독이 원한 것은 앙상한 몸이었죠. 그래서 '사이언스 다이어트'라는 클리닉에 등록했는데, 살을 빼고 싶다면 적극 추천합니다.(웃음) 어떤 맛의 음식을 먹을 수 있는지 메일을 써댈 것이고... (웃음) 무엇을 먹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매일 감시 받을 수 있답니다.(웃음)Q. 영화는 정말 쥐어짜는 것만 같다. 감정적으로 어떻게 견디었나?아론의 감정에 대한 준비는 오래 전부터 계속 해 왔어요. 아론에게 왜 그가 그 곳에 있었고, 그가 했던 일이 왜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인지, 그가 생각한 것은 무엇인지 차분히 살펴봤어요. 심지어 그는 우리를 위해 연기까지 보여줬습니다. 직접 아론을 만난 것이 가장 뜻 깊은 준비가 아니었나 싶어요. Q. 아론이 갇혀 있을 당시 녹화한 비디오 테이프를 참고했다고 들었다.아론이 직접 찍은 협곡과 계곡 비디오로, 주변 가족과 친구를 제외하고는 누구에게도 공개하지 않은 것이었습니다. 배우로서 최고의 순간이었죠. 그 비디오 테이프들은 나한텐 정말로 보물단지였어요.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이면서 그 이야기가 해피엔딩을 맞게 되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던 한 남자의 행동거지를 보여주는 이미지들로 이루어진 테이프였습니다. 제임스 딘이나 알렌 긴즈버그(비트 세대에 속하는 미국 출신 시인)를 연기할 때도 나는 그들의 실제 이미지들을 보면서 그들의 몸짓이나 태도를 연습했죠. 하지만 그것들은 제임스 딘이 교통사고를 당하기 직전, 긴즈버그가 정신병원에 입원해있는 동안의 모습들을 보여주는 이미지들은 아니었죠. Q. 어느 정도나 당신 몸으로 직접 부딪쳐가며 찍었나? 이따금씩 감독님은 끊지 않고 20분씩이나 찍기도 하셨죠. 그러니까 나는 실시간으로 장면을 찍은 셈이죠. 무슨 말이냐 하면 말입니다. 당신이 20분씩이나 바위에 깔린 팔을 빼내는 척 한다고 상상해보세요. 아주 진이 빠져 버리겠죠. 그런 식으로 영화 전체를 찍었다고 보면 틀리지 않습니다. Q. 촬영장에서 당신은 계곡의 틈새에 대학 교재를 감춰두고서 복습을 했다던데, 그게 정말인가?네, 맞아요. 대학교에서 학업도 병행해야 하는데, 숙제가 무지 많았거든요! 촬영장인 유타 주에서 일주일에 한 번씩 밤비행기를 타고 뉴욕으로 날아가서 다음날 수업을 들어야 했어요. 일반적으로 촬영장은 도처에서 카메라를 작동시킬 수 있도록 고안되죠. 그런데 대니 보일 감독은 촬영장이 아주 좁고 한 덩어리로 이루어지기를 원했죠. 그래야 정말로 협곡 아래에 갇힌 것 같은 실감이 난다면서요. 그곳은 드나들기가 워낙 힘들었기 때문에 난 촬영 중간 중간에도 줄곧 거기 머물러 있었습니다. 복습하기엔 좁은 바위틈 사이 골짜기보다 더 좋은 곳이 없더군요! Q. 대니 보일 감독에 따르면, 팔을 자르는 장면에서 당신이 고집을 부려 훨씬 더 극적으로 되었다고 하더라. 실제 사건이 일어난 순서대로 촬영이 진행되었으므로, 그 장면은 제일 나중에 찍게 되었습니다. 대니 보일 감독은 나한테 아무런 지시도 하지 않았어요. 나한테 완전히 맡겼죠. 내가 달고 있던 인공 팔은 겉모습이나 내부 형태, 기능면에서 그야말로 완벽했습니다. 내 팔을 가지고 틀을 만든 다음, 근육과 혈관, 혈액 등을 실제와 똑같이 덧붙인 거죠. 그렇기 때문에 나는 얼마든지 자신감을 가지고 연기할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정말로 실감나게 팔을 자를 수 있었죠. 그는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면서, 고통에도 불구하고 기쁨, 그것도 보통 기쁨이 아니라 행복감에 젖어들었다고 말했습니다. 마침내 고통스러운 상황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는 방법을 발견했다는 기쁨이었겠죠. Q. 보일 감독은 당신이 잭 니콜슨, 로버트 드 니로, 알 파치노 같은 배우들의 뒤를 이을 배우라고 하더라. 그건 굉장한 찬사로군요......(침묵) 그 세 사람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배우들입니다. 하지만 나는 어떤 인물들보다 바로 대니 보일의 뒤를 잇고 싶습니다. 나도 그처럼 영화를 찍고 싶거든요. 얼마 전에 나는 내가 감독한 최초의 장편 영화를 찍었습니다. 라는 제목의 작품입니다. 20세기 초반에 활동한 미국 출신 시인이며 동성애자인 하트 크레인을 주인공으로 하는 전기적인 영화죠. 그는 서른두 살에 여객선의 난간에서 몸을 날려 자살했습니다. 내가 주인공 역을 맡아 마이클 셰논과 같이 연기했습니다. Q. 죽음의 문턱에 간 사나이를 연기하면, 삶의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나?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난 후회 같은 건 하지 않아요. 내가 원하는 대로 살고 있으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나는 한꺼번에 여러 가지 일을 합니다. 4년 전에 항공 조종사 면허를 땄습니다. 그런데 처음으로 조종술 강의를 들을 때 “만일 비행기가 추락하면 어떻게 하지? 혹시 해보고 싶었는데 아직 못해본 일이 있던가? 혹시 내가 용서를 구해야 했는데 아직 그렇게 하지 못한 사람이 있던가?”라고 자문해보았죠. 답은 “없다”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