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커플 금지! 싱글만 즐기세요! | 엘르코리아 (ELLE KOREA)

밸런타인 데이, 싱글녀는 몹시 괴롭다. 녹는 눈만 봐도 눈물이 흐르는 판국에, 어딜 가도 연인들을 위한 이벤트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어딜 둘러봐도 싱글녀를 위한 이벤트는 없다. 그래서 준비했다. '미친 사랑의 테마' 따위는 없는 문화 행사다. 바퀴벌레 같은 커플들을 멀리 할 수 있는 곳에서 문화 생활을 마음껏 누려보자. 싱글은 소중하니까. ::트루웨스트, 수잔 앤드류, 이치고 수가와라, 마이클 케나, 미션, 넬라 판타지아, 엘르, elle.co.kr:: | ::트루웨스트,수잔 앤드류,이치고 수가와라,마이클 케나,미션

체크 사항 혼자 돌아다니기에 사진전 만한 것이 없다. 점심 먹기 전 일찍 나와서 돌아다니면 디카족을 빙자한 괘씸한 바퀴벌레 커플도 피할 수 있다. 아예 무료인 곳도 많고, 가격도 나름 저렴하다. 아름다운 사진을 감상한 후, 삼청동 aA카페나 코코브루니에서 커피와 함께 고고하게 독서를 즐겨주면 금상첨화다. 먼저 갤러리 온(사간동 69번지)에서 전시 중인 수잔 앤드류의 전이다. 수잔 앤드류의 'Black dogs' 시리즈는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들을 인물의 뒷모습을 통해 보여준다. '검은 개들‘이라는 이 전시 제목은 만성 우울증으로 고생하던 영국의 수상 처칠이 "나는 평생 동안 검은 개 한 마리와 함께 살아왔다"고 고백하면서, 자신의 우울증을 'black dog'라고 부른 것에서 비롯된 것이다. 작가 자신이 우울증을 경험한 후, 우울증을 겪는 사람들의 뒷모습을 찍은 사진이다. "뭐야, 왜 칙칙하게 우울증이냐?"고 질문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사진을 바라보면 묘한 치유 효과가 있다. 그 사람의 내면과 짜릿하게 소통한 느낌이 들고, 마치 거울처럼 나와 대면하는 작용을 한다. 트렁크 갤러리(소격동 128번지)에서는 이치고 수가와라의 전을 통해 자연의 숨결을 엿볼 수 있다. 흑백 사진 안에 담겨 있는 나무, 꽃, 자연의 모습 등이 빛의 신비를 자아낸다. 자연 풍경하면 공근혜 갤러리(삼청동 157번지)에서 선보이는 영국 작가 마이클 케나의 전도 놓칠 수 없다. 30여 년 간 전 세계를 여행하며 촬영한 풍경사진들 가운데 나무와 관련된 사진만을 모아 구성한 전시다. 이번에 전시되는 50점의 사진들은 흑백의 무한하고 아늑한 깊이감을 선보인다. 수묵화에서나 느껴볼 수 있는 감성적이고 서정적인 삶의 여유를 느끼게 해준다. 체크 사항 아니, 아직도 멀티플렉스 영화관을 이용하시나요? 그건 바퀴 커플들이 흘리는 팝콘에 심난하게 얻어맞거나 돌비 사운드로 쪽쪽 빨아대는 쌍쌍 콜라에 스트레스를 받겠다고 작정한 거나 다름없다. 원빈이나 현빈이 나오는 영화를 보러 갈 계획이 아니라면, 당신에겐 다른 극장이 필요하다. 대안 극장! 이름하여 시네마테크! 시네필들이 산다는 곳 말이다. 말이 좋아 영화광이지, 사실 연애에 관심이 없어서 영화와 연애를 하는 사람들이 사는 곳이다. 알고 보면 실속 있는 영화는 여기 다 모여 있다. 무료로 한국영화를 보고 싶다면 상암동 DMC단지의 영상자료원 시네마테크를 추천한다. 유럽영화를 원한다면 북촌동에서 가까운 거리에 위치한 서울 아트시네마(낙원상가 4층, 구 헐리우드 극장)로 가면 된다. 그러나 이번 밸런타인 데이는 월요일이다. 시네마테크는 월요일엔 휴관을 하니, 당일에는 괜히 헛수고하시지 말기를. 한국영상자료원은 12일(토)에 , , 13일(일)에 등을 상영한다. 서울아트시네마는 주말에 아벨 강스의 (1943), 장 르누아르의 (1962) 등과 같은 걸작 고전을 상영한다. 아이폰으로 미리 홈페이지를 방문해 기호에 따라 고르면 된다. 실수로 연애 영화를 골라도, 영화광들과 놀랍도록 엄격한 분위기에서 영화를 즐기면 시대를 초월한 예술(?)로만 보이니, 결코 후회는 없다. 혹시 극장에서 뉴욕 오페라를 보는 특이한 경험을 하고 싶다면,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를 HD로 상영하는 압구정 CGV(주말 4시)에 가도 좋다. 현재 러시아 오페라 를 상영하고 있다. 러닝타임이 3시간이 넘지만 가격이 3만 원이라는 게 다소 흠이다. 하지만 오페라는 어렵다는 편견은 확실히 깰 수 있다. 체크 사항 사진전도 보고, 영화도 봤다고 해서, 여기서 물러나면 안 된다. 며칠 전에 미리 뮤지컬이나 연극을 예매해 놓자. 물론 꽃남들만 나오는 걸 선택하는 건, 필수다. 두말하면 잔소리다. 연극이나 뮤지컬은 '이심전심' 절친 싱글녀를 불러내서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끝나고 수다(꽃미남 품평회)를 꽃피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니까. 이왕이면 대학로 컬처스페이스 엔유에서 공연 중인 연극 를 보자. 샘 셰퍼드 원작을 유연수 연출이 국내 무대로 옮겼다. 할리우드 시나리오 작가로 성공한 오스틴과 방랑자로 살아온 그의 형 리, 너무나도 다른 형제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모범생의 평범한 시나리오 작가에서 파괴적인 인물로 극단적인 캐릭터 변화를 보여 줄 동생 오스틴에는 의 스타 배우 조정석을 비롯, 뮤지컬계의 슈퍼 루키로 여성팬들을 몰고다니는 이율과 강동호도 참가하고 있다. 이왕이면 이 세 남자가 동생 오스틴으로 나올 때를 권한다. 싱글녀들의 안구정화를 톡톡히 해 줄 뮤지컬계의 대표 꽃미남들이니까. 재미있는 건, 열혈 배우들의 몸을 사리지 않는 연기다. 매 공연 때마다 소품으로 등장하는 타자기, 골프채, 부엌 집기가 모조리 부서져 나간다. 가까이에서 보고 싶다고 1열에 앉으면 후회한다. 이미 를 2번 이상 봤다면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펼쳐지는 뮤지컬 을 추천한다. 만약 당신이 해마다 뮤지컬을 여러 편 보는 관객이라면 은 그냥 통과해도 좋다. 아직은 가능성만 확인할 수 있는 공연이다. 엔니오 모리코네의 음악 'Gabriel's oboe'가 'simple melody'로 바뀌어서 불린다. 이 아름다운 음악이 귓가에 남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전 국민이 이미 때문에 '넬라 판타지아'에 환상에 빠져 있지 않은가! 18세기 남미를 재현하기 위해 폭포수를 만든 거나 로드리고가 갑옷을 등에 메고 사죄의 길을 걷는 것은 나쁘지 않았지만, 영화의 감동에는 확실히 못 미친다. 미성의 가브리엘(다니엘레 가티)만 열심히 보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