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세프와 파트너십의 일환으로 새롭게 공개한 ‘루이 두두’ 테디 베어 인형.
여행용 트렁크로부터 역사를 시작한 루이 비통은 개인의 여행을 넘어 지구의 여정을 고민하고 있다. 우리 앞에 놓인 수많은 과제 속에서 루이 비통이 찾는 가치는 단 한 가지, 바로 ‘지속 가능성’이다. 위기의 기로에 선 지구를 위해, 소외된 이웃을 위해 선한 영향력을 미치고 다음 세대에게 조금 더 나은 세상을 물려주는 것. 그것이 루이 비통이 나가고자 하는 방향이다.
루이 비통은 가장 먼저 지구라는 큰 공동체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모색했다. 그중 하나가 2016년 유니세프와 체결한 글로벌 파트너십이다. 전 세계 취약 계층의 어린이를 돕기 위해 시작된 이 파트너십을 위해 루이 비통은 ‘실버 락킷’ 컬렉션을 탄생시켰다. 1890년, 조르주 비통이 고안한 잠금장치에서 영감을 받은 자물쇠 모티프의 실버 락킷 컬렉션은 도움이 필요한 어린이를 돕겠다는 약속의 증표다. 실버 락킷 목걸이와 팔찌를 구매할 때마다 개당 200달러의 후원금이 유니세프에 자동적으로 기부되기 때문이다. 또 실버 락킷 컬렉션의 컬러 브레이슬렛의 경우 2017년 9월 첫선을 보인 이래 루이 비통 아티스틱 디렉터, 브랜드 앰배서더와 셀러브리티의 디자인 참여로 다채로운 색상으로 변주를 거듭해 왔으며, 하나를 구매할 때마다 100달러의 후원금이 유니세프에 기부된다.
파리에 위치한 루이 비통 재단 미술관. Ⓒ Louis Vuitton-Iwan Baan 2014
올해 루이 비통은 네 가지 컬러의 새로운 실버 락킷 팔찌와 ‘루이 두두’ 테디 베어 인형 첫 공개를 통해 유니세프와 파트너십을 이어간다. 파스텔 블루와 핑크, 셀라돈 그린, 블랙 컬러로 신선함을 더한 이번 실버 락킷 팔찌는 재활용 은을 혼합해 만들어 환경 보호에 대한 브랜드의 의지도 담았다. 앙증맞은 곰 인형 루이 두두는 파스텔 톤의 일곱 빛깔 무지개 컬러 버전으로 공개됐다. 텍스타일 형식으로는 처음 출시된 유니세프 후원 컬렉션이라는 점에서 더욱 특별한 의미를 지니며, 아이뿐 아니라 어른에게도 사랑받을 컬렉팅 아이템으로 자리매김할 예감이다. 루이 비통의 노력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유니세프와 파트너십을 체결한 이래 직원들을 위한 자원봉사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자원봉사자 겸 현지 리포터로 발탁된 직원은 매년 난민 캠프를 비롯한 유니세프 후원 프로그램 현장에 방문해 기금이 어린이를 위해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확인한다.
한편 루이 비통은 레드(RED) 재단과 지속적 협력을 바탕으로 에이즈 퇴치 캠페인을 후원하고 있다. 레드 재단은 록 밴드 U2의 멤버 보노(Bono)와 자선활동가 바비 슈라이버(Bobby Shriver)가 에이즈 퇴치를 위해 지난 2006년에 설립한 단체다. 레드는 세계적인 브랜드와 손잡고 다양한 협업 제품을 판매해 수익금을 얻은 뒤 글로벌 기금에 기부하는 활동을 벌이고 있는데, 루이 비통은 레드 재단과 함께 캔들과 스니커즈를 선보였다. 그중에서도 캔들은 메종의 수석 조향사 자크 카발리에 벨트뤼가 향을 배합하고, 산업디자이너 마크 뉴슨이 디자인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카발리에 벨트뤼는 레드 컬러에서 영감받아 최상급 천연 원재료를 엄선해 캔들의 향을 배합했다. 모란의 달콤하면서 매콤한 꽃향기 노트를 라즈베리의 그윽한 과일 향과 배합한 것이 특징이다. 스니커즈는 루이 비통의 남성 아티스틱 디렉터 버질 아블로가 디자인했다. 그는 레드 재단과의 협업을 기념해 지난해 12월 1일 세계 에이즈의 날에 ‘루이 비통 I(RED)’ 스니커즈를 공개했다. 2019 S/S 컬렉션에서 첫선을 보인 LV 트레이너 스니커즈에 빈티지 농구화에서 얻은 영감을 더한 것으로, 흰색 가죽의 로톱 스니커즈에 엠보싱 처리한 모노그램과 밝은 레드 파이핑 등의 디테일을 추가했다. 레드 재단의 상징과도 같은 강렬한 붉은색을 사용해 에이즈 퇴치에 앞장서며 후원을 이어가겠다는 메시지를 디자인에 담아낸 것이다.
더그 에이트킨의 〈새로운 바다: 해빙 New Ocean: Thaw〉 전시 작품.
유니세프와의 파트너십, 레드 재단과의 협업에 이어 루이 비통은 무료 전시를 통해 전 세계에 예술의 중요성을 알리는 데도 앞장서고 있다. 특히 2014년 파리 그랑 팔레에서 개최된 〈비행하라, 항해하라, 여행하라 Volez Voguez Voyagez〉 전시 이후 루이 비통의 여행 예술을 구현해 낸 전시는 파리, 서울, 뉴욕, 상하이, 도쿄 5개 도시에서 관람객 300만 명 이상을 무료로 맞았다. 지금 진행하고 있는 전시 중에서도 눈여겨볼 만한 게 많다. 에스파스 루이 비통 도쿄에서 열리고 있는 미국 출신 작가 더그 에이트킨의 〈새로운 바다: 해빙 New Ocean: Thaw〉전은 1990년대 중반 이후의 팝 이미지에서 영감받은 비디오 작품으로 이뤄져 있다. 그의 작품은 만화경을 통해 본 화면처럼 휘몰아치는 이미지를 그려내며 추상에 가까운 모습을 선사하는데, 알래스카의 하늘과 녹아 내리는 빙하의 모습이 관객 앞에 펼쳐질 때 자연의 방대함과 낭만적 정서, 생태계의 재앙을 동시에 짚어내며 신선한 시각을 부여한다. 동시에 에스파스 루이 비통 뮌헨에서는 한국계 미국인 아티스트 아니카 이의 대표작 ‘더 플레이버 게놈 The Flavor Genome’(2016)이 전시되고 있다. 아니카 이는 과학과 향기에 관한 관심으로 예술을 시작했고, 현재도 끊임없이 동식물계를 관찰하며 자신만의 탐구를 영상 작품으로 선보이는 아티스트다. ‘더 플레이버 게놈’ 역시 동식물의 융합과 향과 맛의 잠재성에 관한 작가의 심층적 고찰을 내포하고 있다.
아니카 이의 ‘더 플레이버 게놈’ 작품 중 한 장면. Ⓒ Anicka Yi
브라질의 열대우림 속에서 3D 기법으로 촬영한 이 영상은 아니카 이가 난초 온실 내부를 느긋하게 산책하거나 카누를 타고 이동하며 자연을 감상하는 모습, 화면 분할을 통해 세포와 미생물의 형상 등을 다양한 장면 전환으로 보여준다. 지속 가능성을 향한 루이 비통의 다각적 노력은 장인 정신의 계승으로도 이어진다. 전통을 계승하고 작은 공방을 후원하며 장인을 양성하는 것 역시 루이 비통이 생각하는 지속 가능성의 일환인 것. 이를 위해 장인 정신이 뛰어난 프랑스 기업을 선정하는 국가 공인 인증인 EPV 라벨을 획득하는가 하면, LVMH 우수기술직업훈련원과의 제휴를 통해 예비 장인에게 학비 면제 견습 프로그램을 제공함으로써 장인 정신뿐 아니라 모든 기술적 관록을 홍보·전승·계발하고 있다.
에스파스 루이 비통 도쿄에서 열리고 있는 더그 에이트킨의 전시.
여기에 2010년에 설립한 ‘에콜 데 사부아-페르(E′cole des Savoir-Faire)’는 전통적인 공예 기법부터 기술 혁신에 이르는 루이 비통 고유의 노하우를 공식화하고, 세대를 초월해 장인 정신이 꾸준히 전수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지난해 9월, 루이 비통이 한국 전통문화를 담아 제작한 방짜유기 스페셜 오더 트렁크가 있다. 방짜유기를 만들 때 사용하는 ‘방짜 기법’은 구리와 주석을 일정 비율로 혼합한 놋쇠를 망치로 두드리고 매만져 모양을 빚어내는 전통 기법으로, 징이나 꽹과리 같은 타악기부터 그릇, 식기, 놋상 등 생활용품에 이르는 각종 기물을 만들어내는 기법이다.
루이 비통의 장인 정신을 계승하는 아니에르 공방의 수작업.
루이 비통이 공개한 스페셜 오더 트렁크는 다양한 사이즈의 방짜유기 반상기와 이를 수납할 수 있는 트렁크로 이뤄져 있으며, 한국의 전통 공예 기법과 루이 비통의 장인 정신이 만났다는 데 의미가 깊다. 이렇듯 루이 비통이 대대로 지켜온 장인 정신은 다른 문화의 전통과 결합하기도 하고, 혁신을 거치기도 하면서 미래 세대를 위한 유산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