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질 거야 모델과 베스트셀러 작가, 미술 치료사, 향기 브랜드의 CEO 등 다양한 직종의 여성들에게 본인만의 마음 디톡스 방법을 물었다.
집에 있는 날이 많아지니 이유 없이 울적하기도 하고, 갇혀 있다는 느낌이 들어 답답한 날도 많아졌어요. 밖에 돌아다닐 수 없어 한 장소에서 차분하게 할 수 있는 일이 뭘까 고민하던 찰나에 동양화 원 데이 강좌를 알게 됐죠. 한지에 스케치한 뒤 ‘먹선’ 작업을 하고, 색을 물로 풀어 한지에 스며들게 하는 ‘바림’을 해요. 이때 조금만 다른 생각을 해도 한지가 찢어지거나 그러데이션이 제대로 되지 않아 굉장히 집중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마음이 차분해지고 시끄러웠던 머릿속이 고요해지더라고요. 정답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저 마음 가는 대로 그리면 되는 동양화가 마음을 토닥토닥 어루만져주는 느낌이에요.
기분이 가라앉고, 활력이 떨어질 때마다 시트러스 향의 도움을 받았어요. 물에 레몬과 로즈메리를 넣고 끓여 집 안 구석구석 좋은 향기가 나게 하고, 베이킹소다와 레몬 오일을 섞어 구석구석 청소하기도 하고요. 미지근한 물에 레몬즙을 넣거나 비타민 C가 가득 함유된 오렌지와 자몽을 착즙해 주스도 만들어 마시며 면역력을 높이기 위해 노력했어요. 목욕할 때도 탠저린과 레몬, 자몽 등의 에센셜 오일을 입욕제로 활용하면 생기와 활력이 솟는 느낌이라 추천하고 싶어요.
요즘 먹고 싶은 요리를 직접 만들어 먹는 것에 재미를 붙였어요. 요리를 잘하거나 엄청난 조예가 있는 건 아니지만, 제 능력을 고려해 잘 만들 수 있는 쉬운 요리를 정성 들여 요리하는 것이 저만의 디톡스 방법이랍니다. 어묵탕을 하나 끓이더라도 갖가지 재료를 넣은 육수를 오래 우려내거나, 유부초밥 안에 들어갈 부재료를 잘게 썰어 알록달록하게 만드는 식이죠.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흔한 요리지만 내가 좋아하는 재료만 넣고 만들어서 스스로 느끼는 만족감이 크더라고요. 요리하면서 부엌에서 멍 때리는 시간은 덤! 온종일 집에서 일만 하다 보면 생활과 분리할 수 있는 기준점이 필요한데, 제게는 그게 요리가 됐어요.
유튜브를 보며 운동하다가 집중력이 떨어지고 요가 매트 위에서 뒹굴거리는 시간이 길어진다고 느낄 때 케틀 벨을 꺼내요. 엄청난 동작을 하는 것도 아닌데, 케틀 벨을 들고 이리저리 몸을 움직이면 작은 쇳덩이의 큰 힘을 느끼죠. 케틀 벨 스윙과 스쿼트, 데드 리프트를 번갈아 하면, 금세 심박이 빨라지고 땀이 나 순식간에 애플 워치 운동 링을 채울 수 있어요. 몸은 물론 마음에 쌓인 노폐물까지 시원하게 닦여나가는 기분이랄까요?
대학병원에서 세션을 많이 하는 직업적 특성상 일하러 갈 때 문득 불안감에 사로잡힐 때가 있어요. 이럴 땐 알록달록한 컬러 펜을 이용해 수첩에 그림을 그리거나 글을 적으며 훅 들어온 마음의 어둠을 거둬내죠. 집에선 베이킹을 하는 취미가 생겼어요. 제 생각을 더할 필요 없이 레서피대로 하면 되고, 몇 시간 안에 결과물이 나와 만족감이 크더라고요. 마음이 아픈 이의 감정을 어루만져줄 때 심적 소진이 큰데, 집에서 베이킹을 통해 위로받는 느낌이 들어요.
홈 스멜(Smell) 홈 잔뜩 곤두선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집에서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뭘까? 많은 이가 ‘향’을 떠올릴 테다. 영국 리젠츠 대학교 심리학과장이자 〈후각과 미각의 신경심리학〉 저자이기도 한 닐 마틴(Neil Martin)은 향기가 사람의 기분과 행동에 실제로 영향을 끼친다고 설명한다. “오감 중 후각은 인간의 감정과 가장 가까이 연결된 감각이지요. 다른 감각을 통해 입력된 정보는 뇌에 도달하기까지 다양한 과정을 거치지만, 후각을 통해 입력된 정보는 그런 과정 없이 바로 뇌에 도달합니다. 그만큼 가장 감정적이고 원초적인 감각이라 할 수 있죠.” 그러나 라벤더와 로즈, 네롤리와 같은 특정 향이 사람의 마음을 어떻게 움직이는지 그 정확한 원리는 여전히 미궁 속에 있다. 그것이 생리학적 이유이든, 플라시보 효과이든 혹은 둘 다이든, 그 원인을 알아낼 때까지는 그저 좋아하는 향을 맡으며 마음을 다독이는 것도 좋지 않을까? 향기 테라피 효과는 여전히 많은 부분이 베일에 가려져 있지만, 어떤 향을 통해 자신의 기분이 풀어졌다면 그 경험 또한 과학일 테니. 그 경험만으로도 향기 테라피의 효과를 믿을 이유는 충분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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