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 지금의 조선 힙 14 #1 || 엘르코리아 (ELLE KOREA)
DECOR

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 지금의 조선 힙 14 #1

이날치의 '힙'부터 명장과 젊은 장인이 만난 스탠드와 명주 자개까지

ELLE BY ELLE 2021.02.03
 

19세기 후반 조선을 찾은 외국인들은 갓을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평평한 접시 위에 놓인 화분’. 접시처럼 비춰졌던 창을 ‘양태’, 화분처럼 솟아오른 부분은 ‘대우’라 부른다. 국가무형문화재 제4호 정춘모 갓일장은 경북 예천 출생이다. 어느덧 50년 가까운 시간을 갓일에 매여온 그 옆에는 양태를 만지는 아내 도국희 장인이 함께한다. 대우와 양태의 위치가 뒤바뀐 ‘대우 양태 테이블 조명’은 2020 예올 프로젝트의 산물이다. 옻칠 마감된 대나무로 엮은 갓을 탄탄하게 바치는 푸른색 도자는 1985년생의 젊은 도자공예가 김덕호의 것. 갓과 도자, 세월을 뛰어넘어 한국의 미감이 환하게 조우했다.
 

국악

2020년 ‘쿨’한 ‘K모멘트’를 꼽자면 이날치의 가락이 맨 앞에 올 것이다. 앰비규어스 댄스 컴퍼니와 함께한 한국관광공사의 ‘Feel the Rhythm of Korea’ 영상 시리즈가 누적 조회수 6억 회를 기록한 가운데, 지난 12월 투명 바이닐로 재출시된 〈수궁가〉 LP는 나오자마자 ‘품귀’ 현상을 빚었다. 장영규와 정중엽, 두 명의 베이스가 쌓아 올린 묵직함 위에 네 명의 판소리 보컬과 드럼을 얹은 이들의 사운드는 당분간 우리를 덮칠 것이다. ‘동개같은 앞다리, 전동같은 뒷다리’로.
 

분청

묘한 회청색 표면에 자유분방한 미감을 담아낼 수 있는 분청은 현대 도자 작가들의 창작 욕구를 무한대로 끌어올리는 도자법이다. 작가 허상욱이 박지분청기법으로 만든 익살스러운 호랑이 화기처럼. 분청의 활달한 매력을 한껏 뽐낸 화기는 부리부리한 눈에 그렇지 않은 얼굴, 통통한 두 발을 가진 호랑이가 온 몸으로 도자기를 감싸 안은 꼴. 어느 방향에서 보든 웃음이 새어 나온다.
 

고등학생이었던 김영민 대표가 떡의 매력에 빠진 이유는 하나다. 보이는 재료가 전부인 음식이라서. 성북동 ‘동병상련’과 떡 카페 ‘바오담’을 거치며 18년간 품어온 마음을 담아 지난 10월 ‘백오기정’의 문을 열었다. 백오기정의 기정떡은 문헌을 참고하고 30여 군데의 지역을 돌아다닌 끝에 현재에 도달한 것이다. 딱 기정떡 하나만 선보이는 이유는 막걸리의 효모를 포함한 다섯 가지 재료를 가장 순수하게 반영하는 모습이, 고등학생 때의 마음과 닿아 있기 때문에. 희고 고요하게 존재감을 발산하는 한국 디저트의 미래.  
 

염색

친환경적으로 생산한 품질 좋은 면 원단에 직접 재배한 식물성 염료로 염색한 티셔츠. 진노랑색과 황록색은 금잔화, 다홍색은 덩굴풀 꼭두서니에서 비롯했다. 핸드크래프트 브랜드 쿤스트호이테는 지금의 라이프스타일에 쉽고 밀접하게 존재하는 염색법과 섬유공예를 고민해 왔다. 직접 배합한 염료로 세상에 하나뿐인 색을 만들고 쓰임이 있는 실용적인 물건에 물들인다.
 

명주

곱고 단아한 ‘춘포’ 그리고 두 마리의 고치가 동시에 고치를 짜며 생겨난 흔적이 자연스럽게 남은 ‘옥사(투박이)’. 5대째 명주 길쌈의 대를 이어가는 허호 장인이 직조한 함창 명주는 상반된 매력을 지녔다. 이 매력을 일찌감치 눈치 챈 '핸들위드케어(Handle with Care)'와 우리 것의 근원을 찾는 '로부터(Robuter)'의 기획력은 패브릭 아티스트 정현지 작가의 손끝에 도달했다. 스위스 로잔 예술대학을 졸업하고 네덜란드에서 활약 중인 정현지 작가가 분할하고 재구성한 명주 족자는 지붕과 처마, 계단을 담은 채 지난해 〈오마주봄〉 전시의 주인공이 됐다. 고유한 텍스처와 소박한 일상이 국경을 넘어 만난 풍경.
 

전통 목공예가 공간에 ‘향(Incense)’을 들이는 지금의 라이프스타일과 만났다. ‘함’ 형태의 작업물을 꾸준하게 선보인 목공예작가 이예지가 망원동 소품 숍 파인드스터프와 함께 인센스 버너 ‘은은함’을 제작했다. 전통가구 반닫이를 꼭 닮은 윗단과 보관함으로 이용 가능한 아랫단 총 2단으로 이뤄진 함은 그 자체로 작은 고가구처럼 보이기도 한다. 묵직한 목재 바닥에 인센스를 눕히면 덮개 사이로 향이 퍼져나간다. 이름 그대로 은은하게, 오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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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사진 우창원
    피처 에디터 이마루
    피처 에디터 이경진
    디자인 이소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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