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지만 왜 에디터는 순풍에 돛 단 것 같은 K더마 시장의 낙관론이 불안한 걸까. 과거 한류 열풍의 영향으로 연신 판매고를 갈아치우며 급기야 미국과 유럽의 세포라를 집어삼킨 바 있는 K뷰티 현상을 기억하는지. 당시에도 영원할 것 같던 ‘K뷰티 드림’이 일장춘몽에 지나지 않았다는 평이 심심찮게 들려온 적 있다. “젊은 층만을 위한 ‘패스트푸드’ 뷰티 같아요. 외국인의 시선에는 광고 모델도 다 비슷비슷해 분간하기 힘들죠. 한국에서는 화장품을 만드는 데 2~3개월밖에 안 걸린다고 들었어요. 브랜드를 가리면 분간할 수 없는 수백 개의 제품 대신 브랜드의 명확한 DNA를 담은 ‘스타 프로덕트’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당시 에디터에게 K뷰티에 대한 솔직한 평을 들려준 〈엘르〉 중국 수석 뷰티 에디터의 말이 여전히 생생하게 기억에 남는다. 문득 2021년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K더마 시장에서 과거 적신호가 켜졌던 K뷰티 시장에서의 균열이 조금씩 목격되는 듯한 이 불안한 느낌.
우선 K더마 브랜드가 많아도 ‘너무’ 많다. 더마코스메틱의 시장 잠재성이 높게 평가되자 식품과 패션 업종에서도 눈독 들이고 있을 뿐 아니라 종근당, 녹십자, 동국제약, 유한양행 등 유수의 제약사들도 치료제 이미지를 투영시킨 화장품 브랜드를 내놓고 있는 상황. 기존의 전통적인 뷰티 대기업들 역시 K더마 시장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다른 업체를 인수하고 있는 데다 SNS상의 영향력을 바탕으로 개인이 출시해 라이브 커머스 또는 SNS 채널을 통해 판매하는 소규모 브랜드까지 합세하고 있다. 문제는 브랜드명에 ‘닥터’ 또는 ‘더마’ ‘덤’ 등을 붙이기는 했지만 이 많은 제품이 진정한 ‘더마’인지 가늠할 수 있는 명확한 기준이나 인증기관, 사회적 합의가 없다는 데 있다. 더마코스메틱의 역사가 긴 유럽의 경우는 어떨까? 1975년에 탄생한 대표적인 프랑스 더마코스메틱 브랜드 라로슈포제 메디컬 팀 박연정 디렉터에게 물었다. “저희가 보는 더마코스메틱은 ‘의학적 서포트’를 기반으로 의학 및 피부 과학 전문가들과 ‘함께 개발’돼야 합니다. 이들과의 협업을 통해 과학적으로 입증되고 안전성을 확인한 제품만 공급하는 걸 사명으로 여겨야 한다고 생각하죠. 이런 측면에서 몇몇 브랜드가 다소 아쉽기도 합니다. 최근 피부과에서 개발한 일부 브랜드 중에서 전문의의 의견이 반영된 것처럼 보이지 않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기준은 없고 선택지는 너무 많은 지금의 K더마 쓰나미 사태. 결국 소비자가 똑똑해지는 방법밖에 없다. K더마 시장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요구하는 진정한 더마코스메틱을 찾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와인피부과 김홍석 대표원장은 이렇게 조언한다. “무엇보다 제일 중요한, 최소한의 필요충분조건은 피부 자극을 최소화하기 위해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성분을 배제하고, 피부 속 보습력을 유지하며, 피부 겉의 장벽을 회복하는 데 충실해야 한다는 겁니다.” K더마 시장에서 메디 뷰티를 표방하는 에스트라 브랜드 담당자의 답변 역시 이에 힘을 싣는다. “더마코스메틱은 피부 고민의 근본적 해결책을 찾아 본연의 건강한 피부 상태를 되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능을 갖춰야죠. 문제성 피부나 연약한 피부는 물론, 특별한 고민이 없는 피부에 사용해도 무방한 저자극 화장품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전문적인 기술력과 검증된 특허 성분, 풍부한 임상을 바탕으로 한 유효성 등이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하는 건 당연하고요.” 보습과 장벽, 근본적인 피부 상태 컨디션 등을 충족하는 성분은 피부 지질과 유사한 성분인 세라마이드, 콜레스테롤, 지방산 등 일명 ‘세콜지’. 국내에서는 병풀 추출물로 더 유명한 센텔라아시아티카, 피부 밸런스를 유지함으로써 면역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되는 마이크로바이옴, 쉽게 말해 유산균 성분 또한 김홍석 대표원장이 꼽는 필요충분조건 성분들. 17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독일 더마코스메틱 브랜드이자 최근 LG생활건강이 인수한 피지오겔의 마케팅 팀 원정희 어시스턴트 브랜드 매니저의 조언도 참고하자. “꼭 트렌디한 성분을 담는다고 더마코스메틱 제품이 될 수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피지오겔의 경우 유행하는 성분을 담은 제품보다 ‘최소한’의 성분을 담아 피부 본연의 기초 체력을 다지는 것에 도움을 주고자 합니다. 불필요한 추출물은 모두 배제하고 필수 성분만 담았으며, 특히 피부와 유사한 성분으로만 구성돼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으로 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CNP 마케팅 팀 이세연 어시스턴트 브랜드 매니저의 뼈 있는 답변에도 주목하자. “신뢰도와 안전성을 베이스로 소비자가 실제 ‘체감’할 수 있는 효능을 줄 수 있어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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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적 측면에서 더마코스메틱 브랜드의 정체성을 잘 보여주고, 제품 개발과 성분 연구 단계에선 피부 전문가들을 내세워 전문성을 강조함으로써 신뢰성을 높이는 미래지향적인 K더마 전략. 여기에 한 끗을 더한다면 무엇이 될 수 있을까? “앞으로는 고객의 유전자 정보와 AI를 활용한 피부 진단을 통해 저자극과 고효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함께 잡는, 더 진화한 형태로 발전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에스트라 브랜드 담당자의 설명이다. 이에 더해 CNP 마케팅 팀 이세연 어시스턴트 브랜드 매니저의 설명에도 주목하자. “언택트 라이프스타일이 대중화됨에 따라 제품을 직접 사용해 보지 않고 시각적 요소에 의해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증가하고 있어요. 시각적 비포 앤 애프터 효과는 기본, 더마코스메틱으로서의 고효능과 안전성, 신뢰성 등을 구체적으로 표현해 소비자에게 소구할 수 있는 방법이 다양하게 모색돼야 할 겁니다.” 요원하게 느껴지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유전자 정보 분석’과 ‘언택트’라는 두 가지 컨셉트를 조합한 커스텀 화장품 브랜드 블렌드온이 2021년 1월 론칭했기 때문. 킨포크스러운 뉴트럴 톤과 담백한 패키지만 봐서는 ‘더마스럽지 않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독자적인 인공지능 피부 분석 솔루션을 기반으로 1만750여 가지의 진단값 중 개개인의 피부 분석 결과값에 꼭 들어맞는 최적화 맞춤형 제품을 정기적으로 제공한다는 점에서 미래지향적인 ‘구독형 K더마’의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 지속 가능성에 대한 고민 역시 피해갈 수 없다. 더마코스메틱의 효능을 오래 보존하면서도 유해 요소가 없는 새로운 재질의 패키지에 대한 연구도 멈춰서는 안 된다는 것이 많은 K더마 업계 종사자들의 중론이다. “더마코스메틱이 건강한 피부에서 시작해 건강한 신체와 내면까지도 완성할 수 있는 ‘더마 웰니스(Derma Wellness)’를 지향해야 한다”는 에스트라 브랜드 담당자들의 코멘트에 핵심이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맞이한 K더마의 제2막. 건강한 피부‘만’ 실현하되 치열한 경쟁 속에서 근본 없는 광고 전략으로 피로감을 줄 수 있는 더마코스메틱, 그 이상의 것이 절실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