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영혼을 울린 '결정적' 순간들 | 엘르코리아 (ELLE KOREA)

구의동 닻프레스 갤러리 벽에는 지금 사진 작품이 아닌 사진전 포스터가 걸려 있다. 결정적인 딱 한 장의 사진, 그 사진과 보는 이와의 대화를 방해하지 않는 타이포. 담백한 비주얼 그 자체로 아름다운 작품에 가까운 1970~80년대 빈티지 포스터들은 소장 욕구마저 자극하기에 이른다.::포스터,엘라서울,elle.co.kr:: | ::포스터,엘라서울,elle.co.kr::

서울의 벽은 아직도 덕지덕지 붙은 포스터들의 천국이다. 그 천국을 없애고 ‘깨끗하고 아름다운 디자인 서울’을 만들자는, 그런 얘기는 아니다. 더블, 트리플 캐스팅 스타들의 얼굴을 줄줄 박은 공연 포스터, 자극적인 영화 포스터, 전시작의 스타일을 고려하지 않는 전시 포스터에는 보는 이는 물론, 작품에 대한 배려도 없다. 정작 그 작품에서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지는 와닿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전시는 어떤 맛도 멋도 없는 요즘 포스터들에게 반성적인 지점을 제공한다. 이모젠 커닝햄, 어빙 펜, 아놀드 뉴만, 브라사이, 에드워드 웨스턴 등 세계적인 거장 사진작가들의 의미 있는 전시를 담은 포스터들은 대부분 깨끗한 흰색 배경에 대표 사진 한 장, 사진작가의 이름과 날짜, 장소라는 최소한의 정보만 담은 욕심 없는 모습이다.1 Arnord Newan, Fotofolio2 Fotografier av Edouard Boubat, Camera Obscura Gallery3 Marskatter, Camera Obscura Gallery 크고 뚜렷한 사진 한 장은 그 사진전에 가면 어떤 질감의 사진을 만날 수 있을지를 느낌으로나마 아주 정확하게 전달해준다. 그 사진에 매료되고 나면 언제 어디서 열리는 누구의 전시인지 깨알 같은 글씨를 확인하러 오히려 기꺼이 발걸음을 옮기고 싶어진다. 타이포와 이미지를 겹겹이 쌓지 않고서도 포스터라는 한 장의 종이가 충분히, 그리고 조용히, 홍보라는 본래의 목적과 시각적 아름다움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걸 증명하는 셈이다. 전시되는 포스터 35점은 실제로 구입도 가능하다. 웹을 범람하는 번쩍이는 배너에 익숙해진 요즘, 둘둘 말린 포스터를 손으로 펴고 내 방 벽에 붙이는 작은 행위는 우리가 잊고 있던 여러 가지를 복기하는, 사소하고 즐거운 일이 될 것이다. 닻프레스 갤러리. DATE 4월 1일까지 TEL 070-4121-25814 9 American Masters of Photography from the Permanent Collection, San Francisco Museum of Art5 Andre Kertesz, International Museum of Photography at George Eastman House6 Edward Weston, International Museum of Photography at George Eastman House*자세한 내용은 엘라서울 본지 2월호를 참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