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동공확장! 올해의 주목해야할 콘텐츠 #2

어느 때보다 신선한 자극과 상상력이 필요한 때다. 새로운 삶의 지평을 열어줄 콘텐츠.

BYELLE2021.01.11
 

ART 밴드 바우어

밴드 바우어는 ‘사운드 아트 팝’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 중인 프로젝트 팀이다. 나도 지난 8월, 우연히 찾은 공연 겸 전시 〈Space Birds〉를 통해 처음으로 이들의 존재를 알게 됐다. 이름은 밴드지만 밴드 형태를 표방한 사운드 아트 그룹에 가깝다. 직접 만든 악기와 오브제를 통해 탄생하는 소리와 설치미술, 영상을 결합한 이들의 퍼포먼스를 보고 감각이 완전히 트이는 경험을 하게 됐다. 기성 악기인 건반과 기타 외에 구슬의 움직임을 이용한 ‘사운드 부쉬’, 바닥과의 마찰음을 활용한 ‘사운드 링’ 등 이 세상 어디에도 없는 네 가지의 악기 오브제가 유기적으로 어우러지며 눈앞에서 순식간에 음악과 미술, 과학과 기술의 경계가 허물어졌다. 그 광경을 목격하며 느낀 카타르시스와 마음의 평화란! 우리는 때로 이해하거나 분석하지 않고, 본능적 감각에 집중할 때 더 많은 것을 느끼기도 한다. 새로운 감각의 지평으로 나를 이끌어준 밴드 바우어의 공연 영상은 이들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언제든 감상할 수 있다. 하지만 꾸준히 크고 작은 전시를 선보이고 있으니 기회가 있다면 반드시 직접 체험하길 권한다.
‘파치드 맨숀’ 대표 강민표 


BOOK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개의 죽음〉

음식은 복잡한 문제다. 사람들은 먹는 것 가지고 뭐라고 하면 불쾌해하니까. 음식엔 문화와 습관, 함께 먹은 사람과의 추억, 그 밖에도 많은 것이 들러붙어 있으니까. 한국인들은 오래전부터 개를 먹어왔고, 세상이 변한다 해도 어딘가에서는 여전히 개를 먹고 있다. 이 책은 한국에서 개라는 동물이 가축으로 분류돼 있으나 축산물가공법에는 식용으로 등재돼 있지 않은 아이러니 속에서 잔인하고 비위생적인 방법으로 도살당하는 식용견 문제의 민낯을 비추며 이렇게 질문한다. “음식이 취향의 문제라면 인간은 사람만 아니면 무엇이든 먹어도 되나? 그게 다른 종을 대하는 우리의 도덕인가? 개도 닭처럼 동물이니까, 모든 동물을 똑같이 최악의 상태(죽음)로 만드는 건 과연 공평한 걸까?” 모두가 모든 동물을 똑같이 먹어야 한다거나, 지금 당장 채식을 하자는 말은 아니다. 먹을 수 있는 동물을 조금씩 줄여나가는 노력이야말로 인간성을 지닌 인간이 다른 생명에게 가져야 할 태도라 믿는다. 에세이스트 최고운 


DRAMA 〈위아후위아(We Are Who We Are)〉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의 첫 번째 드라마. 왓챠에 공개되자마자 ‘정주행’했다. 시작부터 눈길을 사로잡은 오프닝 장면 속 타이틀 효과와 동화 같은 색감, 세련된 연출과 OST 음악으로 꽉 찬 8개의 에피소드는 나를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그보다 집중하게 된 것은 영화의 메시지. 엄마가 둘인 프레이저와 성 정체성에 혼란스러워하는 케이틀린. 이탈리아 내 미군 기지에서 위태로운 청소년기를 보낸 둘은 자신의 정체성과 취향, 콤플렉스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놓으며 우정과 사랑을 주고받는다.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건 얼마나 용기 있는 일일까? 제품 큐레이션하는 일을 하며 내 취향에 확신을 갖는 건 정말 쉽지 않은 일이라는 생각을 자주 한다. 흑인 고유의 숱 많은 곱슬머리를 콤플렉스로 여기는 케이틀린에게 “다들 그래서 널 좋아하는 거야”라고 말해 주던 프레이저처럼 나 역시 스스로에게 말해 주고 싶다. 타인의 시선에 휘둘리지 말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추구하며 나아가자고. ‘오에프알 서울’ 디렉터 박지수   


VIDEO 유튜브 채널 ‘셀레브’

유튜브 채널 MoTV의 ‘현실 조언 시리즈’와 함께 꾸준히 챙겨 보는 콘텐츠. 매번 단 한 명의 인터뷰이를 설정해 핵심적인 가치관을 골라 담아 4분짜리 영상으로 선보인다. 최근 본 것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영상은 좋은 어른의 가치에 대해 생각하게 해준 김지수 기자 편. 오랜 기자 생활을 하며 자신보다 나이 많은 인터뷰이를 수없이 대한 그는 “먼저 살아본 사람들에게 정말 살아 있는 조언을 듣는 건 억만금을 줘도 얻지 못할 굉장한 지혜”라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청년에게 필요한 것은 더 이상 롤 모델이 아닌, 레퍼런스와 피드백이라고 말하며 수많은 ‘꼰대’에 지친 청춘의 마음도 어루만진다. 무엇보다 우린 모두 바뀔 수 있을 거라고 말하며 “세상은 점점 더 좋은 방향으로 진화할 것”이라고 마지막 말을 전하던 김지수 기자의 믿음에서 큰 영감을 얻었다. 계속해서 배우고, 발전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만이 세상은 나아질 거라고 말할 수 있을 테니까. 그런 사람이야말로 진짜 괜찮은 어른이니까.
‘영감노트( ins.note)’ 운영자 이승희

 

BOOK 〈재료의 산책〉

우리가 바쁘게 일을 하고, 곤히 잠든 사이에도 이 땅의 어딘가에서는 감자가 나고, 귤이 열린다. 제철 재료의 종류와 손질법, 조리법을 정리해 모은 책 〈재료의 산책〉은 홍은동 작업실에서 한국의 제철 작물에 대해 연구하며 ‘재료의 산책’이라는 팝업 식당을 선보이는 요나 작가의 소중한 기록이다. 이곳에서 소개하는 ‘제철’ 재료란 단순히 적당한 시기를 맞아 단물이 잔뜩 오른 채소를 의미하지 않는다. 그보다 재료의 관점에서, 뜨거운 햇살과 시린 겨울을 견디고 우리 식탁에 오른 채소의 노고에 집중한다. 이 책이 단순한 요리책이 아닌 이유다. 책을 통해 나는 처음으로 겨우내 힘을 모아 겹겹의 잎을 불린 양상추의 수고로움에 대해 생각해 봤다. 제철을 맞아 물오른 감칠맛을 갖게 된 셀러리를 생각 없이 마요네즈에 푹 찍어 먹을 게 아니라, 그릇을 남김없이 비우기 위해 제대로 요리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낀다. 쉽게 버리지 않는 것이야말로 진정 채소를 위한 일일 테니까. 그러니 건강 때문이든 환경 보호를 위해서든 채식을 시작할 때 우리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바로 재료에 관심을 갖는 것이다.
친환경 카페 ‘얼스 어스’ 대표 길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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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에디터 류가영
  • COURTESY OF BAND BOWER/HBO/SELLEV/UNSPLASH
  • 디자인 김려은
  • 기사등록 온세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