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비통이 자꾸 아티스트랑 협업하는 이유 || 엘르코리아 (ELLE KOREA)
FASHION

루이비통이 자꾸 아티스트랑 협업하는 이유

일상 속 사물에 엉뚱한 상상을 더하는 아티스트 우르스 피셔(Urs Fischer). 그가 바라본 루이 비통의 세계는 장난기 넘치는 결과물로 가득하다.

ELLE BY ELLE 2021.01.06
 
나일론 소재의 점퍼에 저지 드레스를 매치한 룩.

나일론 소재의 점퍼에 저지 드레스를 매치한 룩.

바나나 껍질 속에서 자고 있는 고양이를 표현한 작품.

바나나 껍질 속에서 자고 있는 고양이를 표현한 작품.

루이 비통 뉴욕 매장을 덮은 우르스 피셔의 페인팅.

루이 비통 뉴욕 매장을 덮은 우르스 피셔의 페인팅.

파리 몽테뉴 거리에 있는 루이 비통 매장의 쇼윈도.

파리 몽테뉴 거리에 있는 루이 비통 매장의 쇼윈도.

아티스트와 만난 하우스

패션은 예술과 상업의 중간을 달리는 미묘한 경계에 있는 산업이다. 이 균형이 무너지면 오랜 전통은 고루해지고 사람들의 관심은 자비 없이 돌아선다. 그래서일까. 디자이너들은 새로운 시각을 가진 아티스트와 끊임없는 협업으로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인상파 화가들과 친분을 쌓으며 영감을 주고받은 루이 비통 가문 역시 마찬가지. 1920년대부터 장식미술을 바탕으로 예술가들과 윈도 디스플레이를 캔버스 삼아 작업을 펼친 루이 비통은 1988년 솔 르윗, 제임스 로젠퀴스트 등과 함께 텍스타일 작업을 하며 본격적인 협업 활동을 시작했다. 그때부터 90년대까지 모노그램 형태를 유지한 디자인 협업이 모노그램을 하우스의 상징적인 패턴으로 입지를 굳혔다면 2000년대 이후부터는 형식을 깨고 비튼 아티스트들의 등장으로 과감한 협업이 이뤄졌다. 처음으로 모노그램의 틀을 깬 사람은 뉴욕 출신의 아티스트 스테판 스프라우스. 그는 그래피티 형식으로 낙서하듯 모노그램 패턴 위에 자유롭게 로고 플레이를 더했고, 아티스트와 함께한 하우스의 도전 정신은 만화 캐릭터를 응용한 무라카미 다카시, 회화 작품을 스크린 프린트한 리처드 프린스, 고전 회화 작품을 재해석한 제프 쿤스와의 협업으로 이어졌다.
 
팬데믹 시대에도 협업은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아티스트와 더욱 활발한 소통으로 지루한 일상을 달래기 위해 앞장섰다. 그 선두에 선 아티스트는 즉흥적인 변형과 파괴 과정을 매혹적으로 표현하는 설치미술가 우르스 피셔. 아티카퓌신 백 프로젝트로 루이 비통과 합을 맞춘 경험이 있는 그는 이번엔 제품뿐 아니라 디지털 콘텐츠와 디스플레이까지 폭을 넓혔다. 일상의 사물을 작품 소재로 자유분방하게 조합하는 그는 아티카퓌신 프로젝트에서 바나나 · 당근 · 버섯 등의 참 장식으로 클래식한 백에 생기를 불어넣었고, 이번엔 그 확장 버전으로 바나나 껍질 속에 잠든 고양이, 계란을 만난 아보카도, 복숭아를 들고 있는 새 등 엉뚱한 캐릭터를 등장시켜 갤러리처럼 쇼윈도와 매장을 새로운 공간으로 변신시켰다. 이뿐 아니다. 어린아이처럼 장난기 넘치는 그의 상상력은 모노그램을 자유분방하게 해석한 패턴을 통해 더욱 확실하게 느낄 수 있다. 스스로 ‘메모리 스케치’라고 부르는 그의 접근법은 모노그램을 자세히 들여다보는 대신 머릿속에 남은 잔상을 그리는 것. 물속을 헤엄치듯 크기나 간격이 불규칙한 패턴은 오버사이즈 점퍼나 활동적인 팬츠 등 스포티 룩에 더해져 몸의 곡선을 따라 자연스럽게 흐르도록 디자인됐다.
 
캡슐 컬렉션부터 윈도 디스플레이, 디지털 콘텐츠까지 영역을 넓힌 협업은 모노그램의 첫 틀을 깬 스테판 스프라우스의 작업을 떠올리게 한다. 그가 모노그램의 형식을 깬 작업으로 다른 아티스트에게 길을 터준 것처럼 우르스 피셔와의 작업은 더욱 다양해진 플랫폼에서 가능한 협업 영역을 확인시켜 줬기 때문이다.
 
그는 스스로 ‘메모리 스케치’라고 부르는 접근법을 통해 모노그램을 자세히 들여다보는 대신 일상생활 속에 녹아든 이미지를 떠올리고, 머릿속에 남은 잔상을 그리며 접근했다.  
 LA와 뉴욕을 오가며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우르스 피셔가 작업실에서 포즈를 취했다.

LA와 뉴욕을 오가며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우르스 피셔가 작업실에서 포즈를 취했다.

우르스 피셔와의 대화

루이 비통과의 예술적 협업은 ‘시각적 스토리’를 발전시키는 것부터 시작했다. 루이 비통의 모노그램을 재해석해 수작업으로 그린 작품을 제품에 맞게 디자인해 가며 발전시켰다. 
 
수작업으로 진행한 모노그램에 중점을 둔 점은 하우스를 상징하는 모노그램이 일상에 어떻게 스며들었는지, 그 의미가 각자의 배경이나 지역 생활 방식, 열망에 따라 어떤 모습으로 다가갔는지 고민했다. 가장 먼저 한 작업은 즉흥적인 이미지를 떠올려 그리는 것. 마치 사람들에게 세계 지도를 그려보라고 하면 각자 다른 해석을 하는 것과 비슷했다. 어떤 사람에겐 유럽이 더 클 수도 있고, 어떤 사람은 한 도시를 그리는 걸 잊어버릴 수도 있지 않은가. 이처럼 기억을 통한 왜곡 방식이 루이 비통의 모노그램에 새로운 역사를 더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연상 과정을 거쳐 완성된 프린트는 2D 이미지가 아니라 촉감이 느껴지고 표면에서 튀어나온 것처럼 보이기를 원했다. 루이 비통의 전문가 팀과 터피타지 기법(터프팅 기법처럼 수술 장식을 더해 엠보싱을 더하는 기법)을 개발해 마치 테디 베어를 만지듯 벨벳처럼 부드러운 소재의 모노그램을 완성했다. 
 
루이 비통에 속해 있는 다른 디자이너와 장인, 전문가와의 협업은 어땠나 분야별로 숙련된 전문가들과 긴밀하게 협력한 것은 값진 경험이었다. 미지의 영역에 도전하는 실험 정신이 서로를 연결했다. 아티스트로서 혼자 일하는 경우가 많고, 특히 최근처럼 시기적으로 고립된 상황에서 다양한 담론에 참여하는 것이 매우 유익했다. 
 
브랜드의 다양한 요소를 어떻게 활용했나 한정판 가죽 제품부터 레디 투 웨어, 액세서리, 디스플레이,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에 이르기까지 이번 협업은 폭이 넓었다. 분야가 넓은 만큼 제품이든 이미지든 하나의 이야기를 전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먼저 윈도 디스플레이와 매장 내의 가구들은 스토리텔링에 대한 열망으로부터 탄생했다. 물고기 입에서 나오는 애벌레, 바나나 안에서 자고 있는 고양이, 달을 기어오르는 달팽이 등 장난기 넘치는 캐릭터들의 스케치는 처음엔 실크 스카프에 프린트하기 위해 디자인했지만 윈도 디스플레이와 스토어 안의 가구, 인스타그램 클립으로도 발전됐다. 
 
이 작업이 특별했던 이유는 루이 비통이 그 자체로 온전한 실체라는 점이 좋다. 루이 비통 하면 떠오르는 브라운 컬러를 하우스 중심부인 나무 몸통으로 생각하면 각각의 제품들은 나뭇잎을 상징하는 것 같다. 거기에 이번 같은 다양한 협업은 곳곳에 활짝 피어나는 꽃에 비유할 수 있지 않을까. 무엇보다 궁극적으로 루이 비통과 아티스트의 협업이 세계를 여행한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 갤러리나 박물관의 벽을 넘어 의사소통의 도구이자 함께 경험을 즐기는 수단이 아티스트에게 하나 더 늘어난 것이다.  
 
“시기적으로 고립된 상황에서 담론을 나누며 이룬 이번 컬래버레이션은 갤러리나 박물관의 벽을 넘어 의사소통의 도구이자 함께 경험을 즐기는 수단으로서 의미를 갖는다.” 
자유 분방함이 느껴지는 그의 작업실 흔적들.

자유 분방함이 느껴지는 그의 작업실 흔적들.

자유 분방함이 느껴지는 그의 작업실 흔적들.

자유 분방함이 느껴지는 그의 작업실 흔적들.

자유 분방함이 느껴지는 그의 작업실 흔적들.

자유 분방함이 느껴지는 그의 작업실 흔적들.

따뜻한 도시의 기운이 느껴지는 식물과 강렬한 레드 컬러가 프린트된 키폴 백이 조화롭다.

따뜻한 도시의 기운이 느껴지는 식물과 강렬한 레드 컬러가 프린트된 키폴 백이 조화롭다.

터피타지 기법을 더한 카바스 백이 작업실 한구석에 작품처럼 놓여 있다.

터피타지 기법을 더한 카바스 백이 작업실 한구석에 작품처럼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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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에디터 김지회
    사진 MAEGAN GINDI / PIERRE-ANGE CARLOTTI
    COURTESY OF LOUIS VUITTON
    디자인 정혜림
    기사등록 온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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