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성주의 미술사를 대표하는 작가이자 1세대 설치미술가로 불리는 홍이현숙. 일찍이 “딱딱한 것들 말랑하게 만들기, 수직적 권위에 틈 내기, 지루하지 않게 살기, 유머 남발하기, 경계 부수기, 아무 데서나 전시하기, 여럿이 같이 미술 하기를 지향한다”고 밝힌 그는 실제로 재개발과 폐경, 북한산을 배회하는 들개와 세월호 등 다양한 사회 이슈를 설치미술과 영상, 퍼포먼스 작업으로 다뤄왔다. 이번에 작가의 시선이 닿는 곳은 ‘자연’으로 〈휭, 추-푸〉라는 전시 제목은 그 자체로 몸짓과 각종 소리를 통한 교감을 의미한다. 바람의 움직임을 담은 ‘휭’, 남아메리카 토착민의 언어로 ‘철썩’ ‘어푸어푸’ 같은 의미를 가진 ‘추푸(Tsupu)’까지. 기존의 한정된 언어와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인간과 비인간 동물, 서로 다른 존재를 동등한 위치에서 바라보고 공생하려는 에코 페미니스트로서의 상상력을 엿볼 수 있다. 전시는 2021년 2월 21일까지, 아르코미술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