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주변에 연애하는 사람도 있고, 싱글인 사람들도 있다. 재미있는 것은 그들 모두 만족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원하는 연애 상대를 마치 제품의 스펙처럼 성별, 나이, 몸무게, 키, 직업, 외모, 취미 등으로 등급을 매기고 생각한다. 그래서일까. 수많은 소개팅 앱과 결혼정보회사의 리스트를 보다 보면, 언젠가 우리가 원하는 완벽한 ‘그(녀)’를 만날 수 있다는 착각에 빠지게 된다. 우여곡절 끝에 시작된 연애 관계 안에서 우리는 비슷한 불평들을 토로한다. 연애가 비극이 되는 레퍼토리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 만남은 대충 이렇다. 가벼운 이야기를 나누면서 서로에 대해 알아간다. 그렇게 끝내고 헤어지고 나서 “잘 들어갔어요? 오늘 즐거웠어요.” 애프터 문자나 전화가 오는 경우가 있다. 만약 이런 종류의 문자나 전화를 받지 못했다면 상대의 관심을 받지 못했다고 생각하고 상처를 받게 된다. 반대로 “나 너 좋아하는 것 같아”, “우리 사귀자” 이런 연락을 받아도 문제가 생긴다. “얘 너무 앞서 나가는 거 아냐? 나에 대해 뭘 안다고…”.
실시간 카톡을 몇 차례 주고받다가 갑자기 상대가 ‘읽씹’을 하거나 답장이 단답형이라면 그때부터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왜 답장 없지?”, “나 무시하는 건가?”, “나 말고 다른 사람이랑 대화하고 있는 건가?”, “내가 뭐 실수했나?”, “나를 가볍게 생각하나?”, “내가 어장관리 대상인가?” 상대방이 아주 바쁜 상황이라도 자기에게 관심이 있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답할 수 있다고 믿는다. 카카오톡 메신저가 가진 1의 의미가 관계를 뒤바꿀 정도로 중요해졌다.
“누구랑 있어?”, “누구랑 있었어?”, “뭐 했어?”, “왜 이렇게 늦게 들어가?”, “나만 빼고 다른 사람들이랑 노니까 좋아?”, “방금 누구한테서 카톡 온 거야?”, “문자 감추는 거야?”, “나한테 뭔가 숨기는 거 있어?” 의심과 질투를 보이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 이를 극복할 방법은 쉽게 찾기 어렵다.
“나 오르가슴 연기를 너무 많이 해서 전문 배우가 된 것 같아” “그 사람 섹스 진짜 못해”, “경험도 없는 것 같아”, “너무 빨리 싸. 너무 이기적인 것 아냐?”, “나 사이즈 별로 신경 안 써, (하지만) 작으면 별로야”, “내가 다 하는 동안 상대는 시체처럼 아무것도 안 했어”, “내가 원하는 포지션을 취하기 싫어해”, “섹스 자체를 아예 원하지 않아” 흔한 연애 고민은 스킨십에 대한 불만으로 이어진다.
상대가 내 말을 듣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서로의 말을 흘려듣는다. 그러다 보니 어떤 반응도 기대할 수 없다. 이 정도면 상대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 건지 의심이 생긴다.
우리는 연애하면서 상대의 사소한 단점을 보고 불평하고, 심지어 이별을 결심하기도 한다. 기대치에 정확하게 부합하지 않는 사람과 연애하는 걸 시간 낭비처럼 여기기도 한다. 그렇다면 남은 선택지는 가능한 한 빨리 지금 가진 관계를 끝내고 환상 속의 이상형을 찾아 떠나는 거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당신은 누군가의 완벽한 이상형이 되어줄 수 있나? 우리가 잘 알고 있듯 완벽한
사람은 현실 세계에 존재하지 않는다. 당신이 ‘연애하고 싶다’고 노래 부르고 있다면, 지금 내가 연애라는 특별한 인간관계 속에서 진정으로 바라는 게 무엇인지 생각해봐야 할 때다. *한국살이 10년 차, 영국에서 온 남자 라파엘 라시드가 쓰는 한국 이야기는 매주 금요일에 업데이트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