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가면 사진이 살고 있다 | 엘르코리아 (ELLE KOREA)

바람이 매섭다. 이번 주말은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사진을 찍기엔 좋지 않다. 차라리 사진전을 보러 가자. 코르다, 전몽각, 그리고 서울사진축제까지 다양한 사진전이 열리고 있다. 그 속에서 우리들의 삶을 다시 만나게 될 것이다. ::체 게바라, 코르다, 피델 카스트로, 전몽각, 윤미네집, 송수정, 엘르, elle.co.kr:: | ::체 게바라,코르다,피델 카스트로,전몽각,윤미네집

장소 코엑스 1층 특별전시장 전시 기간 3월 1일까지코르다를 아시나요? 사진 찍기를 좋아하는 '디카 피플'들에게도 낯선 이름일 수 있다. 혹시 "명품 브랜드인가요?"라고 답해도 창피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게릴레로 에로이코 Guerrillero Heroico'라고 불리는 사진을 보여준다면, 누구나 "아!~"하며 탄식을 자아낼 것이다. 맞다. 체 게바라의 카리스마가 고스란히 담긴 사진을 찍은 장본인이 바로 코르다다. 한 때 대학가에서 이 이미지를 프린트한 티셔츠가 불티나게 팔린 적도 있었다. 심지어 당시 대학생이라면 유행처럼 두꺼운 '체 게바라 평전'을 꼭 겨드랑이에 끼고 다녔다. 검은 베레모를 쓰고 강렬하면서도 우수에 찬 눈빛으로 먼 곳을 바라 보고 있는 '혁명가 체'를 어찌 잊을 수 있단 말인가! 이 사진은 쿠바 혁명을 전혀 몰라도 어디서 한 번쯤은 봤다. 1960년 쿠바에서 라 쿠브르호 폭발 사건의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모인 집회에서 포착된 이 사진은 전 세계 젊은이들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 그때부터 지금껏 수많은 진보 지식인과 학생들에게 용기를 주는 상징물로 자리잡았다. 이 체 게바라의 사진을 제외하면, 사실 코르다의 사진은 참 낯설다. 우리가 모르는(정확히 말하자면, 처음 보는) 쿠바의 모습들이 담겨 있다. 전시장에 써놓은 "너무나 유명한, 그러나 알려지지 않은 known, unknown"이란 문구는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1928년 쿠바의 아바나에서 태어난 코르다의 본명은 알베르토 페르난도 디아스 구티에레스다. 두 사람의 이름을 하나로 합쳐 놓은 듯 어려운 이름이다. 그의 예명은 코닥을 떠올리게도 한다. 헝가리의 유명한 영화감독인 코르다 형제의 이름을 따서 코르다로 지었다. 작업 초기에 쿠바의 애버던이라 불리며 1950년대 쿠바 패션 광고 사진을 선도했던 그는 쿠바혁명(1959년) 이후 피델 카스트로와 체 게베라의 사진을 찍어 화제를 모았다.콕콕 찍어드려요! 단지 체 게바라에 끌려서 와도 좋다. "리얼리스트가 되라. 그러나 불가능한 꿈을 가지라!"라는 그의 말이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더 감동으로 다가온다. 휴머니스트 체 게바라가 얼마나 '포토제닉'한지 새삼 놀라게 된다. 전시를 쭉 둘러보면 체보다는 피델 카스트로와 함께 여행하며 코르다가 찍은 사진(역사의 결정적 순간!)이 놀랍게 다가온다. 이번 전시는 1950년대 쿠바 혁명 사진부터 1970년대 해저 사진까지, 코르다의 사진 세계를 한자리에서 모두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최고다. 입장료(만 원)가 전혀 아깝지 않다. 장소 한미사진미술관 전시 기간 2월 19일까지오래 전 일이지만, 헌책방에서 사진집 을 찾는 사람들이 많았다. 요즘 친구들이야 모르겠지만, 사진집을 모으던 마니아 사이에서 계속 회자되던 아이템이었다. 이 사진을 찍은 전몽각(1931-2006)은 토목공학자로서 경부고속도로 건설에 참여한 바 있고, 성균관대 부총장을 역임한 인물이다. 동시에 사진작가였지만, 1990년대 초반에는 '윤미 아빠'로 더 통했다. 상상만 해도 부정이 가득한 아빠였다. 생각해보라. 4반 세기 동안 자신의 딸을 카메라로 찍는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은 전몽각이 큰 딸 윤미가 태어나 결혼할 때까지(1964-89), 약 26년간 찍은 사진을 담은 책이었다. 1990년 첫 발간 때부터 화제가 되었다가 작년에 다시 20년 만에 재발간했다. 현재 4쇄 판매에 들어갈 정도로 대중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 전시는 전몽각 선생의 대표작인 을 중심으로, 일반 대중에게 처음 선보이는 경부고속도로 건설현장 사진과 현대사진연구회 시절 사진이 함께 전시된다. 윤미네 가족의 풍경이 이렇께까지 사랑받는 데는 이유가 있다. 한 가족만의 이야기를 넘어서는 보편적인 삶의 모습이자, 가족을 통해 바라본 역사(사건)의 추억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관객은 전시장에서 윤미네 가족을 보고 있지만, 그 속에서는 '어린 시절의 나'를 만날 수 있다. 우리의 가족 풍경을 정겹고 포근하게 담아낸 윤미네 집은 따스한 가족애를 전해준다. 1971, 78년 전시에 이어 32년만에 선보이는 전시에서 의 사진 70여 점과 만날 수 있다. 전몽각이 건설부 경부고속도로 건설사무소에서 일하며, 틈틈이 찍은 공사현장의 모습도 놀랍다. '현대화'의 열풍이 불어오기 전의 광경을 볼 수 있다. 시리즈는 고속도로 공사 현장(논밭)이 주요 무대다. 주민들의 호기심 가득한 낯선 시선과 분주히 움직이는 장비들이 대조를 이룬다. 급속도로 이루어진 한국 현대화의 과정과 이를 바라본 전몽각의 독특한 시각이 매력적이다.콕콕 찍어드려요! 혹시 사진집을 갖고 있다고 해서 안 봐도 좋다고 생각해서 곤란한다. 전시장에 오면 사진집과 또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확실히 사진집의 넘기는 재미와는 다른 맛이 있다. 게다가 외의 사진을 놓쳐서는 안 된다. 특히 20층의 사진이다. 과 그외 주요 전시는 19층에서 만날 수 있다. 하지만 반드시 한층 더(20층) 올라가서 1966-67년 전몽각 선생이 네덜란드 델프트공대 유학시절 촬영한 사진을 볼 필요가 있다. 아마추어 사진작가라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을 정도의 솜씨를 뽐낸다. 크레디트를 확인 안하면 로맨티스트 윌리 호니스라 생각할지도 모른다. 장소 서울시립미술관 경희궁 분관 1전시실, 서울시립미술관 남서울 분관 전시 기간 1월 31일까지무료로 관람이 가능한 서울사진축제는 대가들의 사진을 만날 수 있는 전시는 아니다. 우리들의 도시 '서울'과 보통 사람들의 삶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혹자는 지금껏 우리가 흔히 보던 서울의 모습을 "또 뭐하러 보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동안 서울의 스펙터클은 너무나 급속하게 변해왔다. 우리가 과연 서울을 제대로 알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 전시를 보면서 드는 첫 번째 생각은 '서울에 대한 의문'이다. 서울은 실제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준 적이 없는 것은 아닐까? 그것이 현재의 모습이든 혹은 역사의 흔적을 쫓는 것이든, 의미있는 작업이라는 건 분명하다. 역사와 삶을 바라보는 일은, 늘 객관적인 시선을 요구한다. 서울사진축제는 몇 개의 전시로 구성되어 있다. 경희궁 분관에서 열리는 전은 제목 그대로 과거와 현재의 사진들을 엮어 지상의 서울과 지하의 서울 모습을 보여준다. '지상의 서울'에서는 서울 관련 아카이브들로부터 찾아 낸 사진 자료들을 '역사, 일상생활, 속도, 힘, 높이, 낭비, 서울다움, 비(非)서울, 자연, 죽음'으로 범주화해서 전시한다. 이화동의 도로확장 공사나 서대문 아파트 새마을 운동처럼 지금은 역사의 일부가 된 순간들을 볼 수 있다. '지하의 서울'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서울의 모습을 찾아나선다. 각종 지하철 관련시설, 공동구, 하수구, 복개천의 하부 등,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지하시설물들과 생활상, 어둠 속의 삶 등이 제시된다. 10명의 국내 사진작가가 각자의 방식으로 찾아내고 탐구해서 보여준 프로젝트다. 한마디로 서울의 숨겨진 이면을 드러내는 작업이다. 화려함과 초라함이 공존하다. 가면을 벗은 서울과 만날 수 있다. 남서울 분관에서 열리는 전(송수정 기획)은 일반인들의 사진과 만난다. 사진의 예술적 지위를 다루지 않는 전시다. 모든 사진은 기록한다는 의미에서 평등하다. 우리 주변에서 일상적으로 생산되는 이미지들이 서로 소통하고 상호 작용하는 관계에 대해 실험한다. 앨범 속에, 외장 하드 속에, 인터넷 속에 아니면 현상조차 하지 않은 오래된 필름 속에 날것으로 존재하고 있는 사진들을 전시 공간으로 끄집어냄으로써, 일상 속에서 새로운 호명의 기회를 부여한다.콕콕 찍어드려요! 큰 기대 없이, 동네를 산책하는 마음으로 가는 사진전이다. 전의 경우, 주말에 부모님과 함께 나왔다면 잠깐 들리기에 좋다. 한적한 전시장에서 엣 추억을 떠올리게 만드는 사진들과 만날 수 있다. 처음에는 "아니, 이런 사진도 전시하는 거니!"라는 말이 나오겠지만, 금새 추억에 빠져들 수 있다. 앨범으로 보는 '이 모씨의 가계도'를 보면 더욱 그럴 수 있다. 사람들은 꼭 기록해야 할 순간을 사진에 새겨 넣었다. 사진으로 기록된 이 모씨의 출생, 성장과정, 결혼 등 다양한 기록의 순간들을 배열했다. 맞다. 이게 우리들의 인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