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각지대의 건강을 돌보는 사람들 || 엘르코리아 (ELLE KOREA)
SOCIETY

사각지대의 건강을 돌보는 사람들

타인과 '연결'되며 살아가는 법을 잊지 않는 이들을 만났다. 모두의 안녕을 위한 지금의 고립이 끝나면 우리는 또다시 어깨를 맞댈 수 있을 것이다.

ELLE BY ELLE 2020.11.13

걱정 없이 늙고 아플 권리

케어닥에는 현재 600명 정도의 케어코디가 소속되어 있다.

케어닥에는 현재 600명 정도의 케어코디가 소속되어 있다.

요양시설의 인력과 시설 현황, 운영 프로그램, 이용 가격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도록 정리한 케어닥 앱.

요양시설의 인력과 시설 현황, 운영 프로그램, 이용 가격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도록 정리한 케어닥 앱.

케어닥의 시작 치매에 걸린 외할머니를 지켜보며 노인 돌봄 문제에 관심이 생겼다.  ‘동네 맛집은 알지만 부모님을 믿고 맡길 만한 요양시설에 대해서는 왜 잘 모를까’ ‘부모를 맡길 요양시설을 물색하는 것이 왜 불효일까’ 등등 의문이 생겼고, 노인요양시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결국 잘 알지 못하는 데서 비롯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요양시설의 인력과 시설 현황, 운영 프로그램, 이용 가격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케어닥 앱을 출시했다.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면 노인요양산업 분야에 자정작용이 일어날 거라는 기대가 있었다.  
 
이어 ‘케어코디’라는 간병인 중개 서비스를 시작한 이유 누구나 원한다고 해서 요양시설에 머무를 수 있는 건 아니다. 나이와 정부 승인, 개인적 선호와 질병 상태 등 까다로운 자격 조건에 걸려 요양원에 머무를 수 없는 노인들은 집이나 병원으로 간병인을 고용하는 방법을 택할 수밖에 없다. 노인 돌봄 문제와 간병인 고용 문제를 결코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는 이유다. 케어닥에서는 전문 간병인 ‘케어코디’를 영입해 전문 교육, 유연근로제, 인센티브 제도 등을 마련하고, 간병인의 처우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재 600명 정도의 케어코디가 연결돼 있다. 
 
“노인은 사회 속에서 연결됐다는 느낌을 받지 못한 채 소외되곤 한다. 노인 문제에 관하여 다양한 세대와 주체 간에 적극적인 토론이 이뤄지는 사회가 되는 데 일조하고 싶다.”
 
부양하는 세대와 노인, 간병인, 요양기관 종사자까지 한 사람이 편안하게 늙어가는 일에 많은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상호 공존을 위한 장치가 있다면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정보의 투명성이다. 케어코디 분들로 하여금 ‘매일 적는 돌봄일지’를 작성하게 한다. 간병인이 어르신의 식사와 수면, 운동, 대소변 활동 등의 내용과 그날의 기분을 기록하면 자녀들에게 전달되는데 한번 기록된 정보는 나중에 지자체와 정부, 의료기관 등에서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사소해 보이는 이런 작은 노력이 노인 문제 공론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케어닥│박재병 대표  @caredoc_daily

 
 

여성 노숙자라는 사각지대에 서다 

국내유일의 여성노숙자를 위한 임시거처 디딤센터

국내유일의 여성노숙자를 위한 임시거처 디딤센터

20년 넘게 노숙자들을 위해 일해온 디딤센터 김진미 소장

20년 넘게 노숙자들을 위해 일해온 디딤센터 김진미 소장

디딤센터 소개 2016년에 문을 연 전국 유일의 여성 전용 일시보호시설이다. 시설에 머무는 동안 일반 시민처럼 사회에서 살아갈 힘을 키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목표다. 후원금(우리은행 1005-902-905565)은 개인을 지원하는 데 이용된다. 
 
현재 파악된 여성 노숙인의 규모 대략 3000여 명(전체 노숙인 중 30%)으로 추정된다. 규모가 상대적으로 적기에 정책 대상이 되기 쉽지 않지만 역사나 지하도, 전철역 같은 노숙인 밀집지역이 아닌 병원 로비, 공원 화장실, 교회 등에서도 발견되기에 정확한 파악이 어렵다. 
 
노숙자를 향한 편견 어린 시선에 대해 여성 노숙인 대다수가 성장 과정에서 일반적인 돌봄을 받아본 경험이 드물며, 오랜 빈곤화 과정의 결과가 노숙으로 귀결된다는 것을 많이 본다. 누군가 아파서 일할 수 없게 되고, 월세가 밀려 쫓겨난 후 결국 거리에서 잠잘 수밖에 없다면, 더 부지런하지 못했던 또는 저축을 많이 해두지 못했던 그의 책임만 남는 걸까? 정신질환으로 가족으로부터 외면받은 여성이 노숙을 하게 됐다면, 그건 그녀와 그녀 가족들의 잘못일까? 몸과 마음의 건강을 잃었을 때, 위기를 넘기도록 돕는 사회적 연대와 시스템이 필요하다. 
 
“막차를 놓쳤는데 집에 갈 택시비가 부족할 때의 막막함을 누구나 한 번쯤 경험했을 것이다. 누군가의 어려움이 운 나쁜 어떤 사람의 불행이라고 여겨, 불운에 대처할 사회적 돌봄 체계가 작동하지 않는다면 혹시 모를 나의 어려움과 불행 또한 외면받을지도 모른다.”   
 
남성 노숙자 문제와 다르게 접근해야 하는 이유 노숙 현장에서조차 육체적·성적 폭력에 노출된 여성들은 훨씬 약자다. 경제적 어려움 외에도 정신건강 문제, 경력과 기능 부족 등 해결해야 할 문제 또한 복잡하다.  
 
디딤센터는 정신 치료와 자활 프로그램, 일자리 제공을 하고 있다. 이상적으로 여기는 센터의 운영방식은 두 측면에서 고민해야 한다. 임시 거처에 머무는 기간이라도 최소한 인간다움을 느끼고 심신 회복과 자립에 대한 동기를 얻을 수 있도록 사생활을 고려한 공간 구성 등 시설을 매력적으로 느낄 요인이 필요하다. 시설은 경제, 심리, 건강 측면에서 이들이 완전히 주저앉지 않도록 동행하는 무형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다. 노숙인을 돕는 것을 공간과 물품 제공으로 생각하는 경향도 많지만 무력해진 인간을 돕는 건 결국 주변 사람이므로 사회복지사라는 실무자가 필요하다. 현재 정부 예산은 시설 운영에 집중돼 있지만 노숙의 탈피는 결국 시설에서의 독립이다. 지역사회에 저렴한 임대주택이 더 많아지고, 고립된 노숙인을 위한 지역 복지 서비스가 체계적으로 촘촘히 연결돼야 한다.
 
디딤센터│김진미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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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에디터 이마루 / 류가영
    일러스트레이터 김다예
    디자인 김려은
    기사등록 온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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