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 전하는 #황예지 의 솔직하고 다정한 세계 || 엘르코리아 (ELLE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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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전하는 #황예지 의 솔직하고 다정한 세계

첫 에세이를 통해 사진가 황예지는 자신을 온전히 드러내는 용기를 냈다. 그리고 말한다. 계속 지금처럼 살고 싶다고.

ELLE BY ELLE 2020.11.13
 
책을 쓰게 된 이유 지난해 암 투병을 하는 친구를 돕기 위해 친구들과 메일링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곳에 썼던 글에 반응해 주는 사람들을 보며 내 사적인 경험이 누군가에게 위로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 결국 그 친구가 세상을 떠나면서 삶의 방향성이 명확해진 면도 있다. 그에게 보낸다는 마음으로 책을 완성한 것 같기도 하다. 
 
엄마의 가출과 부모님의 투병, 경제적인 어려움 등 가족사를 가감 없이 기록했다. 책을 본 가족의 반응은 언니와 아빠는 오히려 왜 이렇게 수위가 낮냐, 이래서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겠냐고 하더라(웃음). 삶을 투과한 사람들에게는 이게 큰일이 아닐 수도 있구나, 그들의 강인함을 확인했다. 먼저 이야기를 꺼낼수록 내가 더 당당해지는 기분이다.  
 
책에 실린 사진들은 어떻게 골랐나 가족은 나에게 항상 숙제였다. 친구도 되지 않았을 것 같은 이들과 혈연 관계라는 난처함, 그 떠다니는 감정을 포착하기 위해 생각보다도 집요하게 가족들을 찍었던 터라 글에 맞는 사진을 고르는 건 어렵지 않았다. 커버는 출판사의 의견에 따라 상상력을 자극하는 이미지를 택했다. 
 
책의 후반부에 ‘이 책을 읽고 나면 당신은 나의 가장 친한 친구가 될 거예요’라고 썼다 사적인 이야기를 작업으로 삼고 있지만 감정을 호소하는 성격이 아니다. 책을 쓰는 것이 내게는 무척 진솔해지는 경험이라서 그 단어를 사용했다.  
 
가족들과 화해하려는 노력을 지속할 수 있었던 건 “포기와 단절이 너를 행복하게 만들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다. 그런데 내게 ‘단절’이라는 단어는 존재하지 않더라. 내가 건강한 청소년기를 보내지 않은 것 같다는 사실에 잠식되지 않고 싸우고 싶었다. 
 
엄마와 언니뿐 아니라 자신의 몸을 통해 느꼈던 감정도 썼다 첫 작업물로 가족의 몸을 찍었을 때 ‘언니가 임신했냐’ ‘몸집 있는 여자 둘을 찍어서 뭘 말하고 싶은 건데’ 같은 전혀 예상치 못한 반응이 있었다. 당시에는 자책도 했지만 지금은 '몸'에 대한 내 생각이 한결 확고하다. 왜곡 없이 실재하는 몸을 사진으로 재현할 뿐인데 통념적인 몸을 찍었더라면 하지 않았을 생각을 한다는 게 오히려 차별일 수도 있지 않을까. 
 
개인 작업 외에 의미 깊은 작업은 좋아하는 한국 사진가들을 돌아보니 사회 이슈에 목소리를 내고, ‘현장’에 있다는 공통점을 발견했다. 세월호 세대인 93년 생인데도 한 번도 세월호와 관련된 장소에서, 카메라를 든 적 없었다는 게 뒤늦게 이상하게 느껴져 올해 ‘4·16’ 추념전 제안에 선뜻 응했고, 지난해에는 홍콩 민주화 시위 현장도 다녀왔다. 사진이 세상을 바꿀 거라 믿지는 않지만 계속 발언하고 싶다. 현장에 존재함으로써 좋은 동료를 만나게 된 것 또한 힘이 된다. 내가 서있을 자리, 내 카메라가 향하는 방향에 고민을 많이 하는 편이다. 
 
작업자로서 외로움이 있었는지 사진으로 ‘힙스터’는 되지 못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웃음). 그런 사진들을 좋아할 때도 있었는데 속도감이나 그에 발생하는 미감이 어느 순간부터 내게 큰 감흥을 불러일으키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러나 이미지는 가리지 않고 많이 봐서, 엄마와 언니를 촬영할 때도 패션 잡지에서 본 포즈를 많이 응용했다. 지금의 나는 내 생태계를 꾸려가는 중인 것 같다. 
 
그래서 다정한 세계는 과연 존재할까 유년기 때 로알드 달의 소설을 닳도록 읽었다. 환상과 낭만의 세계가 있다는 믿음이 현실을 버틸 힘이 된다고 믿는다. 궁극적으로는 가족이라는 의미가 넓어지길 바란다. 갈수록 극단으로 치달을 것이 예상되는 이 세계에서 혐오와 싸워야 하는 숙제를 가진 우리에게 힘이 될 하나의 단어를 고른다면,  바로 ‘가족’일 테니까.  
언니와 엄마를 담은 ‘절기’ 작업부터 꾸준히 몸과 여성, 가족과 관계에 대해 이야기해 온 사진가 황예지의 첫 에세이 〈다정한 세계가 있는 것처럼〉, 바다출판사.

언니와 엄마를 담은 ‘절기’ 작업부터 꾸준히 몸과 여성, 가족과 관계에 대해 이야기해 온 사진가 황예지의 첫 에세이 〈다정한 세계가 있는 것처럼〉, 바다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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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에디터 이마루
    디자인 김려은
    기사등록 온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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