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앨리웨이 광교에 설치된 재닛 에클먼(Janet Echelman)의 ‘Earthtime 1.26: Earthtime Korea’. 그의 작품은 조각, 건축, 디자인, 재료과학, 컴퓨터과학 등 다양한 분야를 넘나든다.

설치미술가 재닛 에클먼.
하버드대 시각환경학부 전공을 비롯해 4개 대학에서 다양한 나라의 문화를 접하고 공부한 것으로 안다. 아시아권 문화나 예술에서 영향받은 부분이 있다면 21세 때 홍콩대학에서 장학금을 받고 아시아의 붓 페인팅과 서예를 공부했다. 당시 공간을 이동하는 물리적 움직임이 가지는 표현의 힘에 집중하는 것을 배웠고, 그로 인해 내 길이 바뀌게 됐다. 붓을 잡고 있는 손의 움직임은 그 결과 한지 위에 흐르는 듯한 잉크 이미지로 나타난다. 그리고 지금 나는 평평한 표면 위에 물감으로 그림을 그리는 대신 바람에 춤추는 물리적이고 입체적인 선을 만들고 있다. 홍콩대학에서 예술사를 공부할 때, 한국과 그 주변 국가를 포함하는 실크 로드를 이동하면서 점점 변화한 불교 조각과 그림에 매료되기도 했다.
2010년 칠레 대지진과 쓰나미로 인해 발생한 바다 표면의 파고에 대한 과학적 데이터를 모티프로 작업한 ‘Earthtime 1.26’ 시리즈. 이번에 한국에 선보인 작품에서는 어떤 점을 새롭게 고려했나 ‘Earthtime 1.26’ 시리즈는 우리가 다른 사람들 그리고 물리적 세계와 연결돼 있는 방식에 대한 인식 제고를 목표로 한다. 이번 작품인 ‘Earthtime Korea’는 ‘Earthtime 1.26’ 시리즈의 첫 번째 상설 전시이며, 특별히 앨리웨이 광교의 야외 공간과 건축에 적합하고 한국미술사와 어울리도록 디자인했다. 나는 단청 장식과 불교 회화를 포함한 한국 예술과 문화로부터 오랫동안 영감을 받아왔다. 한국의 전통 사찰 그림에서 전형적으로 묘사된 구름, 특히 파란색 그러데이션을 활용한 방식에 착안했다.
빛과 바람에 따라 변하는 당신의 작품을 인터넷이 아닌, 실제로 접하는 건 놀라운 경험이다. 한국 관객들이 어떤 경험을 하길 기대하는지 나의 경우 작품 마무리는 개인이 하도록 열어두는 편이다. 내 작품을 보는 모든 사람이 자신만의 감각적 경험을 인지하고 잠시 멈춰 사색에 빠졌으면 한다. 그렇게 잠시라도 바쁜 도심 생활에서 여유를 찾을 수 있으면 좋겠다. 런던의 경우 1월의 어느 추운 날, 런던에서 가장 혼잡한 사거리인 옥스퍼드 서커스 위에 작품이 설치됐는데, 놀랍게도 사람들이 차가운 아스팔트 위에 자연스럽게 누워 하늘을 올려다보는 상황이 연출됐다. 앨러웨이 광교에는 잔디가 펼쳐져 있어서 방문자들이 하늘을 바라보며 누워 작품을 감상하기 좋은 환경이다.
상상력을 현실로 옮기며 아티스트로서 발전하고 확장해 온 지난 여정에서 가장 중요했던 요소는 ‘협동’이다. 화가로 처음 커리어를 시작했을 때, 나는 손으로 만드는 아름다움과 표현에만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기념비적인 규모의 첫 상설 작품을 의뢰받고 나니 건축, 공학 그리고 고도로 기술적인 섬유에 대해 배울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스튜디오 내부의 건축가 팀뿐 아니라 항공 엔지니어, 컴퓨터기술자, 재료과학자, 조경건축가 및 조명 디자이너로 구성된 외부 팀 그리고 섬유를 꼬고 짜고 잇는 조립자들과 함께 작품을 만들고 있다. 이렇게 재능 있는 여러 사람들과 함께 일하면 내가 예술가로서 할 수 있는 작품의 언어가 확장된다.
“한 개인으로서 저는 때때로 힘이 없다고 느낍니다. 그러나 그럴 때 저는 굉장한 힘과 탄성을 갖고 그물 모양으로 매듭지어진 한 가닥의 실을 상상합니다.” 당신의 작품 소개 영상을 보며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이다. 이 문장에 대해 좀 더 설명해 준다면 나는 작품을 통해 우리가 모든 범위에서 상호 연결돼 있음을 상기시키고 싶다. 지구의 한 부분에서 일어나는 행동이 전 지구에 파급 효과를 미칠 수 있다. 내 작품의 한 요소가 움직이면 다른 요소들도 영향을 받는다. 바람의 힘에 따라 변화하고 움직일 수 있는 능력으로 이 작품은 태풍도 견딜 수 있는 것이다. 회복력이야말로 이 작품이 가진 힘의 원천이다.